[기자수첩] 선수금 10조 상조시장, 상조진흥법 제정으로 특수성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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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선수금 10조 상조시장, 상조진흥법 제정으로 특수성 고려해야
  • 나희재 기자
  • 승인 2025.07.24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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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보람그룹.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조 서비스와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선불식 할부거래 시장이 1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가입자 수는 960만명에 이르렀다. 2020년 5조8000억원이던 상조업계 선수금이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다만 상조업계의 성장세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기반은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상조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법과 제도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조업체들은 2009년 제정된 ‘선불식 할부거래업’이라는 본질과 맞지 않는 명칭 아래 규제를 받고 있다. 시대 변화와 산업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법 체계에 발이 묶인 셈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상조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상조진흥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조업은 이미 ‘장례’ 중심의 1세대를 지나, ‘결합상품’ 중심의 2세대를 거쳐, 이제는 생애 전 주기를 아우르는 ‘토털 라이프케어’ 산업으로 진화했다. 출산과 웨딩은 물론, 교육과 여행까지 고객의 인생 전반을 돌보는 서비스 생태계로 탈바꿈한 것이다.

최근에는 단순한 장례·실버케어 서비스를 넘어, MZ세대의 실용적 소비 성향에 맞춰 반려동물 장례, 생체보석, AI 추모서비스 등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더욱이 웅진, 대교, 코웨이 등 교육·렌탈 대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로 상조업에 뛰어들며, 산업 자체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되고 있다.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닌, 산업의 본질적 변화가 진행중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에 정책과 제도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공정위는 여전히 상조업을 감시 대상으로만 보고, 성장 산업으로서의 가능성은 외면하고 있다. 최근 추진된 자산 운용 규제 강화도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조업 특성상 고객 선수금의 적절한 운용이 필수적임에도, 획일적인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조 서비스는 장기간에 걸쳐 소비자가 미리 비용을 지불하지만, 실제 서비스는 향후 특정 시점에 제공되는 구조다. 이로 인해 기업 회계 기준상 수익으로 인식되지 않고, 선수금 전액이 부채로 처리된다.

고객의 선수금이 모두 부채로 인식되면서 재무제표상 과도하게 계상되고, 이로 인해 신규 투자나 대출이 어려워 자금 조달에 큰 제약을 받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 상조산업진흥법 제정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관할 부처 지정 문제도 중요하다. 현재 상조업은 공정위 특수거래과가 담당하고 있으나, 부서 특성상 단기적 소비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산업 발전을 고려한 정책적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선수금 10조원’이라는 수치는 단순한 통계를 넘어, 상조업이 이미 우리 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다. 

단순히 규제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상조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제도적 청사진을 마련해야 할 때다. 규제와 지원이라는 두 축을 균형 있게 추진해야 한다.

나희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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