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책무구조도' 도입 취지 무색케 한 DB증권...'355억 횡령에도 책임자 특정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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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책무구조도' 도입 취지 무색케 한 DB증권...'355억 횡령에도 책임자 특정 불가'
  • 나아영 기자
  • 승인 2025.06.16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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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간 355억원 상품권 사기 감지 못한 DB증권, 내부통제 시스템 허점 드러나
- '특정 임원 책임 묻기 어려워' 입장에 책무구조도 실효성 의문 제기
- 법인 인감 무단 도용·순환근무 공백까지, DB증권 내부통제 전반 점검 필요
DB증권.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DB증권이 직원의 10년간 355억원 상품권 사기를 감지하지 못하고도 '담당 임원 특정이 곤란하다'며 책임회피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자체 내부통제 실패 책임은 외면한 채 11번가에 대한 고소까지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한 달 뒤 시행되는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 책무구조도의 취지를 무력화하는 행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DB증권은 최근 내부감사를 통해 직원 박 모 씨의 장기간 상품권 불법거래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2016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회사 명의로 상품권을 구매해 현금화하는 수법으로 355억원 규모의 사고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미정산 금액은 3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의 범행 수법은 치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전자상거래업체 11번가의 후 정산 시스템을 악용해 10만원권 신세계 상품권을 대량 구매한 뒤 자신과 아들의 휴대전화로 기프티콘을 발송받았다. 그는 이를 지류 상품권으로 교환해 상품권 매매업체를 통해 현금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확보한 자금은 주식·가상자산 투자와 생활비로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 손실이 커지면서 박씨의 범행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연간 10억원 이내였던 거래액이 2024년에는 98억3700만원까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DB증권 추산으로 미정산금 30억원의 구체적 사용처는 상품권 현금화 손실 10억원~14억원, 코인 투자 손실 7억7000만원, 주식 투자 손실 3억5000만원, 생활비 5억원 등으로 집계된 것으로 전해졌다.

DB증권의 내부통제 시스템은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박씨가 사용한 11번가 구매 ID는 회사 이벤트 종료 후 폐쇄돼야 했으나 방치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박씨가 개인 이메일로 청구서를 받고 개인 계좌로 송금하는 구조로 회사 자금 흐름과 분리돼 감시망을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2017년과 올해 4월 법인 인감을 무단 도용해 허위 공문을 작성했음에도 DB증권이 이를 막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DB증권은 2022년과 올해 두 차례 해당 부서 종합감사를 실시했지만 2022년에는 적발하지 못하고 올해 5월에야 뒤늦게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문제는 오는 7월 시행되는 책무구조도의 실효성 논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CEO를 포함한 임원들에게 업무별 내부통제 책임을 배분하는 이 제도는 대형 금융사고 시 명확한 책임 소재 규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에 따르면 DB증권은 "오랜 기간 발생한 관리 부실로 특정 임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견해를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책무구조도 도입 취지와 정면 배치되는 대응으로 평가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책무구조도를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명명한 이유는 사고 발생 시 책임 회피를 차단하려는 의도였기 때문이다. DB증권이 사고 이후 책무구조도에 '계약 체결·유지 및 사후관리' 책무를 새로 신설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전형적인 사후약방문식 처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DB증권 측에 이번 사고의 책임 소재와 책무구조도 도입 후 실효성 확보 방안 등에 대한 회사 입장을 문의하기 위해 연락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한편, DB증권은 11번가를 상대로 한 고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DB증권 법인 계정과 직원 개인 계좌 간 연동 거래를 허용한 11번가 측 귀책 사유를 따져보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두고 발생한 대형 사고로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훈 의원은 '다른 증권사들도 내부통제 현황을 자세히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DB증권이 10년간 355억원 규모의 상품권 사기를 감지하지 못한 것은 내부통제 시스템이 유명무실했음을 보여준다"며 "특히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둔 시점에서 '특정 책임자가 없다'는 해명은 제도 취지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발언"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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