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속노조도 MZ로 세대 교체, 세월 앞 장사 없다
상태바
[기자수첩] 금속노조도 MZ로 세대 교체, 세월 앞 장사 없다
  • 김지윤 기자
  • 승인 2025.06.01 12: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바야흐로 '하투'의 시기다. 하투는 여름에 이뤄지는 임단협(임금단체협상)을 두고 이뤄지는 투쟁을 일컫는 업계의 은어다. 여름 하(夏)자에 투쟁을 붙여 '하투'라 부른다. 

업계는 매년 이맘때 쯤 임단협의 진통을 겪는다. 29일엔 현대자동차 노조의 요구안이 확정돼 언론 보도가 잇달았다.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상여금 900% 지급(현 750%), 성과급 회사 순이익의 30% 지급 등의 내용이 포함돼 올해도 지난한 협상의 밀고 당김이 예상된다. 

그런데 최근 만난 업계 관계자에게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금속노조에도 세월에 따른 세대교체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거다. 

타 업계에서는 MZ노조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다.

2020년 이후 설립된 삼성전자의 독자적인 노조는 젊은 세대들의 참여가 주를 이뤘고, 카카오와 네이버 역시 각각 '크루유니언', '공동성명' 이라는 노조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카카오와 네이버 임직원들의 평균 연령이 30대 중반 즈음으로 추정되는 만큼 노조원들의 연령대도 이에 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속노조는 국내 노동조합의 중심이라 불릴 만큼 역사가 깊고 강성이다. 자동차와 철강, 조선 업계를 주무대로 하며 단결과 투쟁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금속노조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젊은 세대의 비중이 많아지며 내부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후문이다.

현대 계열사의 노조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근 노조 가입원 중 젊은 세대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예전처럼 노조가 단결이 잘 되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말했다. 

예전엔 노조의 중심 구성원이 방향성을 정하면 조합원들이 이를 지지하며 한 목소리를 냈다면, 이제는 조직 안에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많아져 의기투합이 이전만 못하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MZ 사회인의 특성이 노조에도 반영이 되는 모습이다. 

이 얘기를 들었을 땐 '그럼 사측 입장에선 좋은 일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조의 단결력이 약해지면 그만큼 회사의 의견이 관철되기 쉬우니까.  

답은 의외였다. 밖에서는 노사가 서로 대립하고 갈등하는 것처럼만 비춰지지만 노조는 회사에게도 꼭 필요하는 존재라는 거다.

그간 손해도 있었지만 조직 내 수많은 구성원들을 단결시키고 사기를 진작시키는 데에는 노조의 역할이 컸다. 현대차의 경우 국내 임직원 수만 약 7만 명에 달하는데, 이런 큰 조직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소위 '으쌰으쌰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나가는데 노조가 한 몫을 해 왔다.

이전에는 임단협 시에도 일단 결론이 나면 조합원들이 결과를 받아들이고 '그래, 우리 또 1년 같이 열심히 해보자'는 분위기가 조성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노조가 직원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서 통솔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고 MZ노조를 나쁘게 볼 건 아니다. 장점도 있다. 전 세대의 노조보다 의사소통이 잘되고 합리적이라는 점은 사측에게 긍정적이다. 

가치 위주의 새로운 논점을 부각시킨다는 것 역시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타 업계의 젊은 노조의 사례를 보면 워라밸, 조직문화 개선, 직장 내 괴롭힘 방지, 공정성 같은 요구안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전엔 임단협이 임금상승과 복지, 정년연장에만 포커싱돼 있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상대적으로 경직돼 있는 제조업 분야에서도 젊은 노조를 중심으로 기업 문화 혁신을 기대해볼 수 있다.

임단협 시기가 되면 노사간의 갈등이 크게 부풀려진한다. 하지만 회사 없는 노조는 있을 수 없고 노조 없는 회사도 있을 수 없다. 노사 모두 전통적인 프레임에서 벗어나 유연한 공존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전처럼 전투적인 모습 보단 가치지향적이고 의사소통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노사 관계로 국내 기업들이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길 바래본다. 
 

김지윤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