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중 눈에 띄게 '가계대출 옥죄기' 가속화 있다는 평
부정대출 사태 등으로 받는 영향 최소화하기 위한 '계책'이라는 분석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우리은행이 시중은행 가운데 최초로 주택소유자에 대한 대출 중단을 결정하는 등 가계대출 옥죄기에 앞장서고 있다. 이는 금융당국의 칼끝을 의식한 움직임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부당대출 사태와 같은 사건사고가 우리금융지주의 보험사 M&A(인수합병)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적지 않은 만큼 금융당국에게 더는 밉보이지 않기 위한 계책으로 이 같은 초강수를 뒀다는 해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9일부터 '실수요자 중심 가계부채 효율화 방안'을 전격 시행한다. ▲주택소유자의 수도권 주택 구매 목적 대출 전면 제한 ▲전 세대원이 무주택자인 세대에만 전세자금 대출 허용 ▲주택담보대출 최장 만기 30년으로 축소 ▲아파트 입주자금 대출 취급 기존 사업장 위주로 최소화 등이 해당 방안의 주요 내용이다. 일부 무주택자를 제외한 대다수에게 주담대와 전세대출 등을 사실상 내주지 않겠다는 단호하고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한편에서는 우리은행이 가계대출 증가액 폭증을 고려해 이 같은 특단의 대책의 내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1일 기준 우리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연초 경영계획으로 세운 증가액 목표치의 376.5%에 달한다. 신한은행(155.7%), 국민은행(145.8%), 하나은행(131.7%) 등과 비교해 확연히 높은 수준이다. 우리은행으로서는 타사 대비 가계대출 관리가 시급한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앞서 금융당국은 은행이 당초 잡은 계획보다 가계대출 실적을 초과할 경우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목표치를 기존보다 한층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며 "경영계획 대비 8월 실적 비율이 300%를 넘긴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다른 은행보다 강화된 실수요자 쏠림 방지 방안을 수립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가계대출 증가액 폭증만으로는 우리은행의 이번 결정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과 관련해 각 은행에 가하고 있는 압박이 동일한 데다가 금액만 봤을 때 우리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높은 편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115조4000억원을 올해 가계대출 목표치로 잡았다. 지난해 가계대출 잔액에서 2000억원 큰 규모다. 반면, 타행들은 대다수가 2조원 이상의 가계대출 증가를 예고했다.
올해 가계대출 연간 경영계획 금액 역시 우리은행이 가장 적었다. 가장 많은 국민은행(151조4000억원)과는 36조원 가량이 차이날 정도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눈에 띄게 가계대출 옥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유주택자 전세대출을 금지한 신한은행 정도를 제외하면 타행의 경우 아직 대출제한이 본격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4대 시중은행 중 가계대출 잔액이 목표치보다 낮은 곳은 현재 단 한 곳도 없다"며 "우리은행이 유달리 파격적으로 가계대출의 문턱을 높인 배경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은 우리은행이 이번 조치를 결정하는 데 '정치적' 목적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부당대출 사건 등에 대한 금융당국의 '칼날'이 우리금융지주의 보험사(동양생명·ABL생명) 패키지 인수와 현 경영진의 거취 등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고자 금융당국의 기조에 '120%' 부합하는 가계대출 억제 방안을 내놓은 것 아니겠냐는 설명이다.
현재 우리은행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과 관련해 금감원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직접 해당 사건과 관련한 강도 높은 제재를 시사한 만큼 고강도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게다가 금감원은 다음달 초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도 착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정기검사는 내년 초로 예정돼 있었으나 부당대출 사건 조사 등에 속도를 내기 위해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그룹을 향한 당국의 시선이 그만큼 냉랭하다는 뜻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이 우리금융지주의 보험사 인수 적정성 등도 정기검사에서 따져볼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금감원이 우리금융지주의 재무상태와 경영관리상태 등을 문제 삼는다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면제받는다 해도 M&A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우리은행이 금융당국의 기조에 더욱 적극적으로 발을 맞추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며 "이제껏 박힌 미운털을 조금이라도 빼냄으로써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을 유지하겠다는 계산일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우리은행 관계자는 실수요자 중심 가계부채 효율화 방안에 대해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계속됨에 따라 투기수요 방지를 위한 대출관리 방안을 시행하기로 했다"며 "다만 무주택자 등 서민과 실수요자에 대한 공급은 지속해 전체 가계대출 운용의 효율성을 가져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