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책임론 불가피...제재 여부 촉각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우리금융의 고질적 문제인 계파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내부통제의 실패 원인을 계파 갈등으로 꼽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취임과 함께 '파벌 타파'를 외친 일이 무색해진 셈이다. 일각에선 임 회장의 리더십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단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된 법인이나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350억원 규모의 부당 대출을 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우리은행이 대출 서류 진위 확인을 누락하거나 담보·보증을 적정하게 평가하지 않았고 대출을 받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등도 용도에 맞지 않게 대출금을 유용했다고 바라본다.
업계는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부당대출 사건이 제보를 통해 금감원의 수사를 받게 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더불어 이번 제보가 우리은행 내 상업은행 출신들에 의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손 전 회장 시절 한일은행 출신들이 영향력을 과시한 것에 불만을 품은 상업은행 세력의 '복수극'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손 전 회장과 관련된 의혹이 이미 조직 내부에서는 암암리에 알려져 있는 일이었다"면서 "부당대출이 이뤄질 당시에는 조직 전체가 이를 쉬쉬하다가 손 전 회장의 영향력이 사라지자 이를 터트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1999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통합해 출범한 한빛은행에 뿌리를 두고 있다. 두 은행이 모두 한 때 금융권에서 영향력이 컸기 때문에 아직까지 조직 내에서 융합이 어렵다는 지적이 대다수였다. 이에 양 은행 출신이 번갈아 행장을 맡는 관례도 존재했다. 계파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임 회장도 16년만의 외부출신 회장으로서 이같은 계파 갈등을 의식했다. 임 회장은 지난해 취임 일성으로 "음지의 문화는 이제 반드시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는 임 회장 체제 아래서 상업은행 라인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단 관측이다. 실제 조병규 행장이 상업은행 출신이고 영업 핵심 요직인 부문장 자리 역시 상업은행 출신 김범석 부행장이 맡고 있다.
임 회장은 '코드 인사'를 통해 조직 내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임 회장 취임 이후 상업은행 출신 임원이 늘어나고, 연세대 출신 인사가 다수 중용됐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다만 이번 부당대출 사건의 불똥이 임 회장에게도 튀면서 상황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 대출이 임 회장에게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금융감독원이 임 회장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단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5일 "명확하게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법상 권한을 최대한 이용해 강도 높게 제재하겠다고 말했다.
임 회장이 이같은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선 높은 강도로 조직 개편에 나서야 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특히 계파 갈등에 초점을 맞춘 인사를 단행해야만 조직 내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할 수 있단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상업은행 라인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임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상 현재 임 회장이 가진 최대 과제는 조직 내의 갈등을 잠재우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회장 임기 때마다 한 계파가 득세하는 오래된 악습을 없애기 위한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