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에 일부 투자자 대상 의결권 제공
국내 자산운용사, ETF·펀드 등 의결권 대리행사
“의결권 요구하는 국내 투자자 드물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커지며 투자자를 대신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자산운용사의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블랙록은 지난해 직원 70명이 16만 건에 달하는 주총안건을 처리하며 논란이다. 기업들 사이에선 “황제권력”이란 비판이 나왔다. 이러한 지적에 미국에선 개별 투자자들에게 의결권을 돌려주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한 국내업계 관계자는 “국내에도 스튜어드십팀 인원은 소수지만 자문사, 내부위원회 등 절차를 거쳐 의결권을 행사하기에 권력이 집중됐다는 건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국내에선 법률이나 규정변경 없이 운용사가 개별 투자자에게 의결권을 양도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라고 <녹색경제신문>에 말했다.
블랙록, 펀드의결권으로 기업 ‘좌지우지’…미 상원, 의결권 배분법안 발의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지난해 운용자산 10조 달러를 첫 돌파했다. 전년 대비 1조9천억 달러(22%) 불어난 규모다. 이 중 ETF 자산은 3조2천억 달러로 3분의 1을 차지했다. 전년 대비 6천억 달러(22%) 늘어났다.
이러한 지분을 바탕으로 블랙록은 작년 주주총회 1만7천 곳에서 총 16만5천 건의 의안에 투표했다. 이사 선임안에서부터 기후위기 대응까지 내용은 다양했다. 이렇게 막대한 양의 투표는 단 70명에 의해 집행됐다. 스튜어드십팀이다.
이렇게 소수에게 집중된 힘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버크셔해서웨이 찰리 멍거 부회장은 “새로운 황제들이 있고 그들은 인덱스 펀드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이들”이라며 “블랙록의 세상이다”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지적에 미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지난 달 펀드투자자에게 투표권을 제공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블랙록도 관련 우려에 일부 기관투자자에게 의결권 행사권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블랙록은 이들 중 4분의 1이 투표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랙록 살림 램지 인덱스투자 글로벌책임자는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본다”며 “우리의 목표는 모든 투자자들이 투표선택을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펀드의결권은 어떻게 행사되나…“모든 투자자 만족시킬 순 없어”
지난 달 국내 ETF 시장은 75조원 규모로 1년 전보다 20% 더 커졌다. 그렇다면 이 의결권은 누가 행사할까.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자산운용사가 이러한 인덱스 펀드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과 다른 점은 모든 의결권 행사내용을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등에 의무 공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 자본시장법상 계열사 기업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대표적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올해 1~3월 총 944개 주주총회 안건 중 101건의 반대표(10.6%)를 던졌다. 전년도보다 1.3%p 반대율이 늘었다. 미래에셋은 전년도 개정한 의결권지침에서 “수익자 또는 주주 권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방향으로 미래에셋은 올 3월 포스코에 ‘과소한 배당 및 정책미이행’을 지적하며 반대표(35만주)를 행사했고, HMM에 ‘이해충돌’ 문제로 사외이사 선임안에 반대(56만주)했다.
물론 이러한 의결권 행사가 모든 투자자를 만족시킬 순 없다. 특히 표대결이 치열한 안건일수록 이해관계는 더 복잡해진다. 지난 3월 에스엠 정기주총에서 ‘곽준호 사외이사 선임안’을 두고 미래에셋은 의결권 불행사, 삼성자산운용은 반대, KB자산운용은 찬성하는 등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한 업계 관계자는 “펀드는 투자자들이 운용사 측에 모든 투자 프로세스를 위임한 계약이다. 여기에 투자자 개개인의 의견을 모두 반영한다면 운용자율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만약 의결권 행사를 요구하는 투자자가 늘어난다면 유관기관에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업계는 거기에 따르면 된다. 그러나 현재까진 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