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지분을 이 부회장이 50% 상속하면서 이 부회장 중심의 경영 더욱 강화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보유했던 삼성 계열사 지분에 대한 상속이 마무리됐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삼성생명 주식상속을 포기함으로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이 더욱 강해지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가족 개개인 의사를 반영하며 평화적으로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안다"며 "홍 전 관장이 고 이건희 회장 지분을 전부 포기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삼성 지배구조의 중간 연결고리인 삼성생명 지분만을 포기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고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2억4927만3200주(지분율 4.18%), 삼성전자 우선주 61만9900주(0.08%), 삼성SDS 9701주(0.01%), 삼성물산 542만5733주(2.86%), 삼성생명 4151만9180주(20.76%) 등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 모두의 현재 주식 평가액은 19조원 수준이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지분 중 절반 가량인 2075만9591주를 상속받았다. 이 부회장은 부친의 지분 4151만9180주 가운데 절반에 해당되는 약 2088만주를 받으며 지분율이 0.06%에서 10.44%로 급등하며 삼성생명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부회장·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은 이건희 회장이 보유했던 삼성전자·삼성SDS·삼성물산·삼성생명 지분 가운데 삼성생명을 제외한 계열사의 지분을 법정상속 비율로 나눠가졌다.
가장 규모가 큰 삼성전자 지분은 이건희 회장이 소유했던 2억4927만3200주(4.18%) 가운데 8309만1066주를 홍라희 전 관장이 상속했다. 홍 전 관장의 지분율은 기존 0.91%에서 2.3%로 늘었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은 삼성생명 지분을 상속받지 않는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 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생명의 지분 상속만 법정비율을 따르지 않은 것은 이 부회장의 지배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삼성 지배구조는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이건희 회장 지분을 어떻게 나누느냐가 몹시 중요한 상황이었다.
유족들은 홍 전 관장이 삼성생명 지분을 포기하면서 이 부회장 경영권을 강화하는 한편,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 등 유족들이 법정 비율대로 배분해 각자의 재산권을 최대한 챙기는 쪽으로 합의했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 지분이 0.06%에 불과해 중간 연결고리가 약해 지배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지분을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경영권을 행사한다. 이 회장이 보유했던 삼성생명 지분을 이 부회장이 50% 상속하면서 이 부회장 중심의 경영이 더욱 강화됐다는 평가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