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금호석화 박철완 상무는 왜 경영권 분쟁을 터트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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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금호석화 박철완 상무는 왜 경영권 분쟁을 터트렸나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1.03.3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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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완 상무, 박찬구 회장 상대로 '선전포고'...'형제의 난'에 이은 '조카의 난'
1월 주주제안 본격적 경영권 분쟁 서막 열려...3월 주총서 완패한 박철완 상무
경영권 분쟁 완전히 종식된 것은 아냐...하지만 박 회장 이기긴 어렵다

금호석유화학은 코로나 사태에서도 건실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우량업체다. 하지만 갑작스런 경영권 분쟁으로 재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박찬구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상무가 '조카의 난'을 일으킨 것이다. 박찬구 회장 입장에서는 과거 겪었던 '형제의 난'의 아픈 기억이 떠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3월 26일, 삼촌과 조카의 대결로 관심을 끌었던 금호석유화학 주총은 박찬구 회장의 압승으로 끝났다. 하지만 박철완 상무는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며 장기적인 경영권 분쟁을 예고했다. 박철완 상무는 왜 조카의 난을 일으킨 것일까? 경영권 분쟁은 계속될 것인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좌)과 박철완 상무(우)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좌)과 박철완 상무(우)

◆ 그날 

박철완 상무, 박찬구 회장 상대로 '선전포고'...'형제의 난'에 이은 '조카의 난'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는 지난 1월 27일 삼촌인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과 지분 공동 보유 및 특수 관계를 해소한다고 공시했다. 박 상무는 또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자신이 추천하는 이사 후보 선임도 제안했다. 사실상 삼촌인 박찬구 회장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박 상무 주장의 핵심은 3가지다. 과도한 현금보유, 낮은 배당성향, 저평가된 주가다. 현금 보유가 높다보니 배당규모도 경쟁사에 비해 낮고, 주주가치가 떨어져 주가가 성장성에 비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박철완 상무는 고(故)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금호그룹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은 아들 5명을 뒀는데, 장남은 고 박성용 전 금호그룹 회장이고 차남이 박정구 회장이다. 박 상무는 현재 금호석화에서 지분 10%를 보유한 개인 최대 주주다. 박정구 회장이 2002년 별세하면서 지분을 상속받았고 추가 지분도 매입했다. 반면 박찬구 회장의 지분은 6.69%, 박 회장 아들인 박준경 전무의 지분은 7.17%다.

박 상무는 한때 장자승계의 원칙에 따라 금호그룹의 후계자로 지목됐다. 하지만 그가 25세이던 2002년 박정구 전 회장이 작고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부친의 지분을 상속 받으며 금호석화 최대주주에 올랐지만, 부친이 부재한 상황에서 입지를 다질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박 상무는 자연스레 후계에서 밀려나는 분위기였다. 특히 박찬구 회장의 아들인 박준경 전무와의 대결 구도에서 박찬구 회장이 아들의 손을 들어줬다. 박준경 전무와 박철완 상무 둘은 사촌지간이다. 둘다 78년생이고 상무 승진시기 역시 2015년으로 같아 라이벌 구도가 형성된지 오래다. 

그런데 이러한 대결구도에서 박준경 전무가 우위를 점하게 되는 일이 일어난다. 박준경 전무는 지난해 4월 임원인사에서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하지만 박철완 상무는 승진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2010년 나란히 상무보로 승진하며 임원에 오른 뒤 계속해서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왔다. 박 상무가 승진자 명단에서 빠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때문에 아들인 박준경 전무가 후계자로 낙점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조카보다 아들인 장남에게 힘을 실어주는게 당연하다는 것이 재계의 반응이었다. 이 승진 인사가 박 상무가 반기를 들게 된 결정적 계기라는 시각도 많다. 

박 회장에 반기를 드는 박 상무의 움직임은 이미 조기에 포착돼왔다. 과거 금호가(家) 형제의 난 당시 박 상무는 박 회장이 아닌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편에 섰고, 2010년에는 박 회장이 독단적인 경영을 한다는 항의 서한을 KDB산업은행에 보내기도 했다. 박 상무는 또 2019년 주주 총회에서 박 회장의 재선임 안건에 기권표를 던지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박 상무가 중견 건설 업체인 IS동서와 손을 잡은 것으로 보기도 한다. IS동서는 지난 5개월간 권혁운 회장의 아들인 권민석 대표이사 명의와 사모펀드를 통해서 금호석화 지분 3~4%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의 동생이다. 박 상무와 IS동서 측의 지분을 합하면 13~14%이고, 박찬구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14.87%다.

박삼구 회장(좌)과 박찬구 회장(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좌)과 박찬구 회장(우)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에겐 아픈 '형제의 난' 기억이 있다. 아버지인 창업주 박인천 회장의 작고 이후 장·차남까지 형제 경영은 순탄했다. 차남 박정구 회장이 폐암으로 작고하자 3남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회장직을 맡았다.

4남 박찬구 회장은 박삼구 회장이 65세가 된 2010년에 동생인 박찬구 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겠다는 형제들간의 합의를 깨고 아들 박세창에게 경영권을 승계해주려 하자 ‘형제의 난’을 일으켰다. 

박삼구 회장이 아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형제들끼리 합의한 서류 내용을 수정해가며 갈등이 심화됐고, 금호가 대우건설 인수 당시 그룹의 위기를 우려해 박찬구 회장이 형에게 강력히 만류하였으나 묵살당했다. 박찬구 회장의 예언대로 금호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되자 형제간 갈등은 치열해졌고 형은 독단적으로 박찬구 회장을 해임시켰다.

박 회장은 형의 갑질과 무능한 경영으로 그룹을 위기로 몰았다며 형을 상대로 법적 싸움을 벌였고, 보유하고 있던 금호산업 등의 지분을 처리, 조카와 손을 잡아 석유화학 부문을 떼어내어 계열분리를 했다. 그것이 오늘날의 금호석유화학그룹이 됐다. 

그리고 2021년부터는 박찬구 회장 조카인 박철완 상무가 '조카의 난'을 일으켰다. 박 회장 입장에서는 두 번이나 형제와 친척끼리의 경영권 분쟁을 겪는 셈이다.

◆ 그 후

1월 주주제안 본격적 경영권 분쟁 서막 열려...3월 주총서 완패한 박철완 상무

올해 1월 박철완 상무가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올해 1월 박철완 상무가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박철완 상무는 올해 1월 말 주주제안을 하며 본격적으로 경영권 분쟁의 서막을 열었다.

박 상무는 △ 배당 대폭 확대안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분리선임안 △내부거래·보상위원회 신설 정관 변경안 △박철완 상무 사내이사 선임안 △이병남·민준기·조용범·최정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후보 선임안 등을 제안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코로나 위기 속에서 주주제안을 명분으로 사전 협의 없이 경영진 변경과 배당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밝히며 맞대응한다. 

박 상무는 금호석유화학이 자신의 주주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우려, 법원에 정기주총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을 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송경근)는 박상무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박 상무가 주주제안한 ‘금호석화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을 1만1000원, 우선주 1주당 배당금을 1만1050원으로 해야 한다’는 배당확대 안건은 3월 26일 열린 정기주총에 상정됐다.

박 회장과 박 상무는 주총 전에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승인 건, 이사 선임 등을 두고 대립했다. 박 회장이 주당 4200원·우선주 현금배당 주당 4250원을 제시했고, 박 상무는 주당 1만1000원·우선주 현금배당 주당 1만1050원을 제시했다. 

이사 선임 건에서도 박 회장과 박 상무가 각각 다른 인물을 추천하면서 각을 세웠다. 특히 박회장 측은 사내이사 후보로 백종훈 금호석화 영업본부장(전무)을 추천했고, 박 상무는 본인을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사내이사로 올라가 이사회를 장악해보겠다는 게 박 상무의 의도로 보였다. 

3월 26일 열린 금호석유화학 정기주총.
3월 26일 열린 금호석유화학 정기주총.

3월 26일 주주총회는 박 회장과 박 상무 양쪽 모두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었다. 결국 운명의 3월 26일, 주주총회가 열렸고 박찬구 회장이 승리한다. 박 상무의 주주제안은 주주총회에서 모두 부결된 반면, 사측 안건은 대부분 통과됐다. 

박 상무는 사내이사 선임에도 실패했다. 국민연금이 박 상무 제안 중 유일하게 찬성 의견을 낸 것이 박 상무의 사내이사 선임이었지만 결과는 박 상무의 패배였다. 회사 측 의안 찬성률 64%, 박 상무 측 52.7%로 집계됐다. 박 상무 측도 과반수 이상 찬성을 얻었지만 회사 측이 더 높아 좌절했다. 박 상무의 사내이사 진출이 무산된 것이다. 

하지만 박 상무는 소기의 성과도 얻었다. 금호석유화학 배당확대를 수면 위로 올렸다는 점에서 주주들의 지지를 어느정도 확보하게 됐고, 50%가 넘는 사내이사 찬성표도 얻었다. 

사실 주총 이전 예비투표 결과 박 회장의 승리는 이미 유력하게 점쳐졌다. 금호석유화학은 주주들로부터 이미 인정받고 있던 회사였다. 작년 4분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거뒀다. 4분기 기록한 2751억원의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약 18배나 많은 것이다. 라텍스 장갑 원료인 NB라텍스 판매로 큰 수익을 냈다. 

박찬구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은 사실상 없다. 박 상무에 대한 의구심도 있었다. 본인이 박 회장보다 경영을 더 잘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의 경영능력은 아직 시장의 우호적 평가를 받기엔 아직 보여준 것이 너무 적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금호석유화학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도 박찬구 회장 측 찬성으로 의결권을 행사했다. 국민연금의 금호석화 지분은 8.25%로, 국민연금은 50.76%에 달하는 소액주주의 표심을 결정할 핵심으로 꼽혀 왔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사측에 힘을 실어주면서 박 회장에게 유리하게 흘러갔다. 또 박찬구 회장 편을 든 노조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였다. 

일각에서는 박 상무가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이유에 대해 주가 상승으로 인한 시세차익을 노렸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대한항공 분쟁 때 주가가 3~4배나 급등했었다. 양측이 서로 배당을 늘리고, 투명 경영을 하며, 신규 사업을 벌어겠다는 ‘주주 표퓰리즘’ 공약을 내걸은 점도 주가상승의 배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금호석유화학 주가는 1월 말 20만원 선에서 현재 주가는 27만원 대로 올랐다. 

박 상무가 주주제안한 내용도 배당금 확대를 노린 것이란 주장이 제기된다. 금호석유화학 노조는 "기업,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금을 올린다는 듣기 좋은 명분을 앞세워 박철완 상무 스스로가 3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챙기게 되는 것은 경영보다는 배당금에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지 강한 의구심이 드는 제안"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 상무가 올해들어 모친과 장인까지 동원해 75억원을 들여 지분을 매입하며 장기전 행보를 보인 것,  IS동서의 개입, 박철완 상무의 처가(코스모그룹)의 가세 가능성 등을 볼 때 경영권 분쟁이 지속될 것이란 예측도 있다. 매수한 주식의 액수는 박철완 상무가 20억 원, 모친 김형일 씨가 55억 원, 장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이 3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이후로 취득한 주식은 2022년도 정기주주총회나 매수 후 새로 열리는 임시총회부터 의결권이 주어진다. 박철완 상무와 그의 가족, 처가가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결론적으로 박 상무가 반기를 든 이유는 종합적으로 보인다. 후계자 구도에서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분노, 배당 확대 및 주가 상승으로 인한 경제적 실익, 경영권 확보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것이 '조카의 난'으로 보인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 그리고 앞으로

경영권 분쟁 완전히 종식된 것은 아냐...하지만 박 회장 이기긴 어렵다

박찬구 회장이 주총에서 압승을 했지만 경영권 분쟁이 완전히 종식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박 상무는 주총 이후 본인의 사내이사 선임안이 불발된 것과 관련해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며, "앞으로도 회사의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또 "현 이사회의 고질적인 거버넌스 취약성 개선, 여타 현 경영진의 주주가치 훼손행위에 대한 견제는 계속해서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박 상무는 주주총회 직후 임시총회를 소집하거나 다음 주주총회에서 재대결을 벌이는 등의 형태로 싸움을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박 상무는 박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 3월을 노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음 주총이 열리는 내년 3월엔 박찬구 회장과 신우성 금호피앤비화학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시기라 경영권 향방이 크게 바뀔 수 있다. 

박 상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 대한 찬성비율이 과반을 넘어 결의 요건을 충족했기 때문에 내년에도 사내이사에 도전할 것이 확실시 된다. 다음 주총까지 경영진과 이사회 견제역할을 하면서 기반을 넓혀가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 상무 측에서는 국민연금이 다음 표대결에서 박찬구 회장의 연임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깔려 있다. 국민연금은 이번 주총에서는 박찬구 회장 편을 들었지만 이전 2019년 3월 주총에서는 박 회장의 연임에 반대했었다. 

재계 관계자는 "박 상무가 올해 주총에서 배당 확대 이슈로 소액 주주들의 마음을 어느정도 얻기도 하는 등 올해 주총에서 완패만 한것은 아니다"라며 "국민연금 연임 반대 가능성도 열려있는 만큼 내년 주총에서 경영권 확보를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상무가 내년 3월에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을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는게 재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10년간 금호석유화학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박 회장이 주주들과 노조로부터 신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3월 있었던 정기주총에서 박 회장이 압승을 거둔 것도 박 상무와의 격차를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박 상무가 모친, 누나, 매형, 처가 등 친인척들을 총동원해 지분매입을 하더라도 지분율을 대폭 높이기란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석유화학에 대한 주주들과 사내 임직원, 노조의 신임이 두터운 반면, 박철완 상무는 아직 보여준 것이 너무 적다"며 "향후 경영권 확보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더라도 박 회장을 이기기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어찌됐든 금호석유확학 경영권 분쟁은 지속되고, 풍파 역시 계속된다.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주주들은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이 조기에 종결돼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기를 바라고 있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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