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척간두'에 선 포스코 미얀마 사업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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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척간두'에 선 포스코 미얀마 사업 운명은?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1.03.1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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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미얀마와 30년 인연...가스전 개발, 강판 사업, 호텔 사업 등
진퇴양난 빠진 포스코...버티기 돌입했지만 미얀마 사업 '백척간두'

미얀마 사망자가 180명이 넘어가는 등 유혈사태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 중 미얀마에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 온 포스코의 향후 미얀마 사업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얀마에 앞으로도 활발한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냐의 문제가 아닌, 현재 미얀마에 벌려놓은 사업들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17일 외신을 종합하면 미얀마 군부의 유혈 진압으로 지금까지 180명 넘게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 2월 1일 민주화 세력들이 규합해 정권을 쥐고 있는 군부에 쿠테타를 일으킨지 약 한달 보름만에 180명이 넘게 숨지자 국제 사회의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미얀마 민주 진영이 임명한 유엔 특사는 "이른 시일 내에 미얀마 군부를 압박하는 국제 연합세력을 형성하지 못한다면, 지금껏 본 것 중 가장 큰 내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절박한 시민들이 무장한 소수민족과 연합해 군부에 맞서 싸우면서 사망자가 대폭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자 군부는 사사 특사를 반역죄로 기소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다음 대목이다. 미얀마 민주진영은 "한국의 포스코 등 미얀마 주재 해외 기업들이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나올 때까지 수익금 지급을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 대표기업으로 포스코가 언급된 것이다. 

포스코는 미얀마에서 국민기업 대우를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열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현지 가스전 개발을 통해 미얀마 세수의 10% 가까운 기여를 하고 있다.

포스코, 미얀마에 얼마나 투자했길래? 

포스코와 미안마의 인연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전신인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 1985년 당시 철도부에 철도차량 100량을 공급하면서 미얀마 사업을 시작했다. 2013년 상업생산을 시작한 미얀마 가스전 사업 성공에 이어 2017년 롯데 양곤호텔 개장까지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미얀마에서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2017년 11월 국내 기자단을 대동해 미얀마 현지사업을 두루 견학하기까지 했다. 당시 포스코그룹은 미얀마에 포스코대우, 포스코건설, 포스코강판 등 계열사가 무역, 오일 및 가스 개발, 철강, 건설, 호텔사업,미곡종합처리장, 광물 구리 탐사 등 8개 사업을 진행중이며 주재원 55명을 포함해 1322명이 근무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3년이 지난 지금 미얀마 사업 규모와 인력은 더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포스코의 미얀마 사업은 크게 세가지로 압축된다. 가스전 개발, 포스코미얀마강판 사업, 호텔 사업 등이다. 

미얀마 가스전 사업은 계열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맡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무역(철강, 화학, 에너지자원 등), 해외자원개발, 제조 등의 사업을 영위한다. 미얀마 가스전은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업 전반에 걸쳐 수익을 제공하는 '캐시카우'다. 

지난해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연간 영업이익은 4745억원이었는데 64.4%에 달하는 3056억원이 미얀마 가스전 사업에서 발생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실적 전반을 책임지는 존재로 성장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4년부터 미얀마 가스전에서만 매년 3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과 2% 내외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미얀마 가스전 사업(A-1, A-3 광구)은 가스생산, 해상운송, 육상운송으로 구분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가스생산과 해상 운송은 51%의 지분율을 가진 컨소시엄의 운영권자다. 육상 운송은 합작법인 South-East Asia Gas Pipeline에 25.04%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이 27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총 5천억원 규모의 미얀마 쉐 공사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월 말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총 5천억원 규모의 미얀마 가스전 3단계 공사 본계약을 체결했다.

포스코그룹은 올해들어 미얀마 가스전 투자를 늘렸다. 한국조선해양과 함께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1월 말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5000억원 규모의 미얀마 가스전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미얀마 가스전 3단계 개발을 위한 EPCIC(설계·구매·제작·설치·시운전) 계약이다. 

미얀마 가스전은 그룹 핵심 성장사업인 LNG사업 밸류체인 강화의 일환이다. 이미 너무 많은 금액이 투입됐고, 3단계 개발을 위한 투자까지 진행 중인 포스코로써 놓칠 수 없는 사업이다. 문제는 이익의 15%가 미얀마국영가스회사인 MOEG에 투입된다고 알려져 있다는 점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가스전 수익과 배당금은 MOGE가 아니라 미얀마 국책은행인 MFTB로 지급되기 때문에 군부와 연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지법상 미얀마 산업부 산하 공기업인 MOGE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군부가 건드릴 수 없도록 금지돼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MOGE가 미얀마 군정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군부가 독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영기업에 투입되는 돈이 군부운영에 쓰이지 않을리 만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호텔 양곤
롯데호텔 양곤

포스코는 미얀마에서 호텔 사업도 하고 있다. 포스코가 미얀마 아마라(양곤) 호텔 프로젝트에 뛰어든 것은 9년 전인 2012년이다. 당시 포스코인터는 가스전을 개발하고 있는 미얀마를 전략 국가로 삼아 신규사업인 호텔 개발을 추진했다. 미얀마 정부로부터 외국 민간기업 최초로 최대 중심지인 양곤시의 호텔 부지 사용권을 확보했다.

2014년 포스코건설과 호텔롯데, 미래에셋대우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호텔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2017년 9월 객실 343실 규모의 고급호텔 1동과 29층 규모의 장기숙박호텔 1동을 갖춘 5성급 호텔이 문을 열었다. 호텔 운영은 호텔롯데가 맡고 있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건설은 국내 건설사로는 처음으로 미얀마에서 환경인프라 건설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미얀마 호텔 사업은 현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는 2013년 글로벌 디벨롭먼트 지분 55.5%를 493억4400원에 취득했다. 지분 가치는 2019년 말 92억3200만원까지 떨어졌다. 아마라 호텔이 개장 이후 지속된 영업손실 및 코로나19 발발에 따른 실적 부진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쿠테타로 인한 미얀마 현지 치안 불안도 호텔 사업의 변수로 떠올랐다.

미얀마 포스코강판 내부전경
미얀마 포스코강판 내부전경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포스코가 미얀마에서 하고 있는 강판사업이다. 미얀마포스코는 1997년 11월 법인 설립 후, 1998년 공장 가동으로 연 2만톤 생산규모의 아연도금공장의 생산을 시작했다. 총 530만 달러를 투입, 총액의 70%를 포스코가 투자해 공장을 설립, 운영하고 미얀마군인복지법인(MEHL)이 지분 30%를 투자했다. 2013년 포스코강판(1050만 달러)과 미얀마군인복지법인(450만 달러)이 총 1500만 달러를 투자해 '미얀마포스코강판'을 설립했다.

지난 2020년 미얀마포스코와 미얀마포스코강판은 합병된 것으로 파악된다. 포스코강판이 미얀마포스코의 지분 70%를 포스코로부터 인수, 종속기업으로 편입시켰다. 그런데 30%의 지분을 MHEL이 갖고 있다. 

MEHL은 대표적인 군부기업이면서 미얀마 군 최고 사령관 민 아웅 라잉이 회장직을 맡고 있는 회사다. 또한 MEHL은 미얀마 전투부대를 포함해 여러 군부대 및 군인들이 회사 주식의 3분의 1 가량을 가지고 있으며, 이 중에서는 서부 라카인주에서 소수 무슬림계 로힝야족에 대한 인종 학살을 포함한 잔학 행위를 자행한 서부 사령부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EHL은 주로 글로벌 파트너 업체들과 협력을 맺고 현지 합작 법인 설립이나 이익 분배 계약을 맺어 수익을 내고 있다. 또한 해당 수익은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돼 결국 군 자금으로 흘러가는 구조다. MHEL은 이번 미국의 제재대상 4곳에도 올라와 있는 회사다. 

미얀마포스코강판의 연간 영업이익은 20~30억원 수준으로 미미하지만 미얀마 민주화 세력이 포스코를 지목할 정도로 이 돈의 일부가 군부세력으로 흘러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진퇴양난 빠진 포스코...버티기 돌입했지만 미얀마 사업 '백척간두'

포스코는 진퇴양난의 처지다. 전세계 비난여론은 거세져만 가고 있다. 현재 포스코를 향한 비난여론이 불길처럼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시민단체, 종교단체 등 각계각층의 단체도 미얀마 군부를 규탄하고 있다.

참여연대와 국제민주연대 등 환경·노동·인권단체들은 10일 오전 서울 중구 가톨릭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가 미얀마에서 쿠데타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짓밟은 군부와 결탁돼 있다"고 주장하며 관련 사업들을 조정하거나 당장 청산하라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와 국제민주연대는 최근 “정부는 미얀마에 투자한 한국 기업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투자 철회를 촉구했다.

포스코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20년 전만하더라도 미얀마 군부독재는 이슈화 된 적이 없고, 투자한 기업들도 많다. 미얀마에서 사업을 활발히 추진 중인 포스코에게 현재 집중되는 '군부독재 자금 투입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매우 부담스럽게 다가오고 있다. 

그렇다고 포스코는 미얀마에서 활발히 하고 있는 사업들을 접을 수 없는 처지다. 전술했듯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포스코인터내셔널 매출의 60% 이상이 미얀마 가스전에서 나오고 있고, 포스코강판의 주요 해외사업도 미얀마 법인이 포함돼 있다. 

그래서 고민에 빠졌다. 사업을 접을 수도 없고, 군부독재에 자금을 준다는 의혹에서도 명확히 빠져나가기 어려운 처지다. 군부에 돈을 주고 있지 않다고 강력하게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전부다. 

포스코강판 관계자는 "포스코강판은 MEHL과의 사업 합작관계에 따른 불법 자금 지원은 전혀 없으며, 이에 따른 국제법 위반 행위도 전혀 없다"며 "미얀마포스코강판은 2017년 실적에 대한 배당 이후 배당을 한 적이 없으며 현재 인권 이슈가 해소될 때까지 배당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필요시 사업관계 재검토도 고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사업관계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포스코는 미얀마에서 벌인 중대사업들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처지다. 국제사회의 여론을 감안하면 민주정권이 승리해 합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기를 바라는 눈치다. 

현재 포스코는 '버티기'를 선택했다. 20~30년을 해온 미얀마 사업들을 접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군부정권에 불법 자금 지원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시간을 두고 사태가 진정되기를 바라고 있다. 정권이 교체돼 국제사회 지지를 받으며 미얀마 투자가 지속되기를 바라는 게 포스코의 입장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 입장에서 미얀마 사업을 너무 많이 벌려놨기 때문에 함부로 접을 수는 없는 처지"라며 "군부정권에 돈을 주고 있지 않다고 강조하면서 사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게 포스코 입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포스코의 미얀마 사업 영위에 대한 불확실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사태를 지켜보다 강력한 미얀마 경제제재에 나설 경우다. 경제제재가 확대되면 미얀마로 들어가는 모든 금융거래가 막힐 수 있다. 포스코강판과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대금결제를 하거나 특히 신규투자를 할 때 미얀마와 아무 상관도 없는 은행에서 돈을 융통해도 중간에 금융거래가 막힐 수 있다. 이는 사업을 더 이상 영위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포스코의 버티기가 성공할지, 국제사회의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거나 군부정권이 승리해 사업영위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지 포스코의 미얀마 사업은 '백척간두'에 서 있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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