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소비자물가 1.1% 올라, 10년만에 최대
정부, 맞춤형 수급안정 대책 차질없이 집행
서울 공덕에 위치한 롯데마트에서 장을 보던 김모씨(42)는 대파를 사려다가 깜짝 놀랐다. 2000원 선에서 구매가 가능하던 대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더니 급기야 이날은 8000원을 넘어선 것이다.
김모씨는 "예전에는 가격을 보지도 않고 구매했었는데 요즘 대파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며 "대파 대신에 단맛을 내는 양파와 같은 채소로 대체하는 식으로 대파 없이 조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9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 결과, 대파 가격이 급등한 것은 지난 여름 장마가 최장 기간으로 지속된 데 이어 가을에는 대파 주산지인 전남 영광 지역이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것이 주된 원인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겨울 한파와 폭설 등으로 수확량이 줄어 올해 1~2월 도매시장 대파 반입량은 3만6267t으로 전년 7만4217t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처럼 대파값이 금값이 되면서 '파테크', '대파 대란'이라는 신조어도 생기고 있다. 이에 따라 집에서 파를 심어 수확해 먹는 가정도 늘고있는 추세다. 실제 인스타그램 해시태그에 `대파 키우기`를 검색하면 1000여 건의 게시글이 검색된다.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 올라온 `상추 키우기` `양파 키우기` 영상의 조회수가 많게는 수백만 건에 달한다.
자칭 '파테크족'인 한 인스타그램 유저는 "온갖 요리에 파가 다 들어가는데 파 가격이 파격적"이라며 "화분에 파 심기 도전한지 2주 됐는데 금방 자라서 벌써 여러 번 잘라 먹었다"며 "새순이 쏙쏙 올라올 때마다 잘라서 싱싱하게 요리에 넣으니 좋다"고 말했다.
'파테크'가 반짝 유행하면서 파를 쉽고 간단하게 심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서울 마트 대파 가격에 놀라 파테크를 시작한 김모씨(38)는 "화분을 추가로 늘리기는 일이 커지는 것 같아 기존에 가지고 있는 화분 한 켠에 파뿌리를 심었더니 생각보다 빨리 자라고 있다"며 "4월쯤 대파 가격이 내려갈 때까지만 지금처럼 (화분 한 켠에서 자라는 파를 이용하며)버티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당장 파를 넣는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이다. 충북 청주에서 이화수 육계장을 운영하는 업주 주모씨(39)는 "대파 가격이 이렇게 높았던 적이 없다"며 "대파는 잎이 약한 편이라 신선하게 보관하기 어려워 냉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격을 올리면 그나마 오던 손님도 끊길까봐 (가격인상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소·돼지고기를 판매하는 정육점 업주 이씨(74)는 "50년 넘게 정육점을 운영하면서 파채는 항상 무상 제공했었는데 요즘은 못드리고 있어 죄송하다"며 "파채를 대신할걸 찾다가 새싹채소로 대체해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채소를 판매하는 이씨(51)는 "도매 판매가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에는 동호회에서 그룹으로 모여서 파를 사간다"며 "도매는 대부분 장사하는 사람들이 많이 사가는데 이제는 개인이 공동구매로 사서 나눠야 할 정도로 파값이 많이 비싸다"고 말했다. 서울 공덕에 위치한 롯데마트는 구매저항이 너무 커질 것을 우려해 아예 대파 가격을 표기하지 않고 있다.
이에따라 정부는 지난 달 농축산물과 가공식품 가격 안정을 위해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가격 상승 폭이 큰 농산물을 중심으로 정부 비축물량을 공급하고 현장 점검반을 꾸려 물가 동향을 매주 점검한다.
최근 국제 곡물가격 상승세까지 지속되면서 가공식품 가격도 줄줄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가공식품 가격 상승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되면 식품업체 간 담합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차 물가관계차관회의를 개최하고 "최근 높은 가격이 지속되는 계란, 채소류, 쌀 등을 중심으로 수입확대, 생육점검 강화, 정부 비축·방출 확대 등 맞춤형 수급안정 대책을 차질없이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는 "설 이후 상승폭이 줄고 있고, 수입확대와 비축물량 방출 등 정책효과가 본격화되는 3월 이후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은지 기자 marke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