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대세를 넘어 필수로②] 국내 기업들의 '탄소중립' 현주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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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대세를 넘어 필수로②] 국내 기업들의 '탄소중립' 현주소는?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1.02.2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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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 탄소 중립, RE100 선언 증가추세...미래 대비 차원에서 긍정적 
국내 기업들 탄소중립 "갈 길 멀어"...막대한 비용에 정부 지원 태부족

지난해 초 일어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는 지구 역사상 가장 큰 재앙이 됐다. 하지만 그 외에도 무심히 넘겨서는 안될 여러 환경적 사건이 일어난 해이기도 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는 지난해 5월 대기중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가 417.1ppm을 기록했다고 밝혔는데 이 수치는 인류 역사강 가장 높은 기록이었다. 이러한 이산화탄소 농도의 고공행진으로 촉발된 지구 온난화의 재앙은 각종 재난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2월까지 6개월간 지속된 호주의 산불은 한반도 면적의 85%를 태웠고, 시베리아에서는 38도를 넘는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했다. 알프스 빙하가 핑크색으로 변하는가 하면, 동아프리카에서는 메뚜기 떼가 창궐하고, 우리나라는 사상 유례없는 장마가 54일간이나 계속돼 42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다. 이에 선진국을 중심으로 '탄소중립'이 전세계적 화두로 떠올랐으며, 이는 수많은 기업들의 생존전략으로 연결되고 있다. 탄소중립 시대를 맞이하게 된 배경과 전세계의 움직임, 우리 기업들의 전략과 한계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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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맨을 개발한 소니는 일본을 상징하는 기업 중 하나다. 그런데 이 소니가 일본을 떠날 수 있다고 일본 정부에 경고했다. 소니는 "일본에서 재생에너지가 부족하고 너무 비싸다"는 말과, "뭔가를 해주지 않으면 일본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소니로부터 들었다고 고노 장관에 최근 밝혔다. 

애플이나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이 자신들의 납품업체에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는 일본 공장에서 만든 제품의 수출이 어려워져 일본을 떠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들에게 있어 탄소중립은 필수불가결한 과제가 되어가고 있다. 이에 국내 기업들도 이러한 흐름에 빠르게 동참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기업들 탄소 중립, RE100 선언 증가추세...긍정적 

전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에 국내 기업들도 이를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향후 경영상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탄소배출을 많이 한 교역상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 국경세'까지 논의되고 있다. 이에 국내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탄소중립을 선포하거나 그 전 단계인 'RE:100' 동참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국내 기업 중 탄소중립을 선포한 대표적 기업은 포스코다. 

포스코는 아시아 철강사 가운데 처음으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성장 동력으로 수소사업을 키우기로 했다. 

포스코는 2050년까지 수소 생산 500만 톤 체제를 구축해 수소 사업에서 매출 3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최근 제시했다. 2030년까지 물을 전기 분해해 ‘그린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등 핵심 역량을 갖춰 수소를 그룹 성장 사업의 한 축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는 현재 철강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 가스와 천연가스(LNG)를 이용한 연간 7000톤의 수소 생산 능력을 갖췄다. 약 3500톤의 ‘부생 수소’를 추출해 철강 생산 중 온도 조절과 산화 방지 등에 사용한다. 세계 최초로 수소 연료전지 분리판용 철강 제품을 개발해 한국에서 생산되는 수소차에 공급하는 등 수소 생산과 이용에 필요한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스코는 수소를 활용한 철강 생산 기술인 ‘수소 환원 제철 공법’ 연구, 수소를 ‘생산·운송·저장·활용’하는 데 필요한 강재 개발, 부생 수소 생산 설비 증대, 수소 생산 핵심 기술 개발 등을 위해 내년부터 대규모 투자를 추진한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부생 수소 생산 능력을 연간 7만 톤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또한 2030년까지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천연가스 등 화석 연료를 이용한 ‘블루 수소’를 연간 50만 톤 정도 생산할 계획이다.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물을 전기 분해해 생산하는 그린 수소 생산에도 드라이브를 건다. 2040년까지 연간 200만 톤의 생산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특히 2050년까지 그린 수소를 기반으로 한 ‘수소 환원 제철소’를 구현해 기존 철강 분야에서도 탈탄소·수소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수소 환원 제철 공법이 상용화하려면 연간 최대 370만 톤의 그린 수소가 필요한 만큼 최대 수소 수요 업체이자 생산 업체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게 포스코의 설명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미래 청정 에너지의 핵심인 수소를 주도적으로 생산·공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탄소 중립 사회를 위한 국가 수소 생태계 완성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를 따라 지난 2월 초 현대제철·동국제강·케이지(KG)동부제철·세아제강·심팩 등 6개 철강기업은 ‘그린철강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2050 탄소중립 선언’을 발표했다.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고 저탄소 원료로 대체하거나 철스크랩(고철) 재활용을 늘리기로 했다. 

6개 철강기업은 선언문을 통해 “철강업계는 기술 개발과 생산구조 전환을 통해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철강업계는 국내 탄소배출 1위 업종으로 꼽힌다. 탄소를 줄이려는 세계적 흐름 속에 선제적 행보고 이를 극복하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지난 2월 9일 오후 대전 유성구 SK환경과학기술원에서 열린 석유화학 탄소제로 위원회 출범식에서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과 문동준 한국석유화학협회 회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2월 9일 오후 대전 유성구 SK환경과학기술원에서 열린 석유화학 탄소제로 위원회 출범식에서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과 문동준 한국석유화학협회 회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도 지난 9일 박진규 산업부 차관, 문동준 한국석유화학협회장(현 금호석유화학 사장), SK종합화학, 한화토탈, 롯데케미칼, LG화학, 여천NCC 등이 참여한 가운데 ‘석유화학 탄소제로위원회’ 출범식을 열었다.

석유화학업계는 연간 약 7100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국내 제조업 중에서는 철강에 이어 두 번째로 온실가스 배출이 높은 업종이다. 원료로 사용하는 납사의 열분해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 등 부생가스를 연료로 연소하는 과정에서 CO2가 발생된다. 

LG화학은 업계 최초로 작년 7월 ‘2050 탄소중립성장’을 선언한데 이어 전체 사업장을 대상으로 RE100(Renewable Energy 100%)을 추진중이다. 롯데케미칼도 올 1월 ‘2030 탄소중립성장’을 선언하고 친환경 사업에 5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친환경 부문에서 6조원 규모로 성장한다는 목료를 세웠다. 한화토탈은 프랑스 토탈사의 2050 넷제로 선언에 맞춰 세부 이행방안을 검토 중이며 탄소중립 로드맵 수립을 추진 중이다.

지난 2월 24일엔 시멘트업계가 2050년 탄소중립 추진을 위한 산‧학‧연‧관 협의체인 시멘트그린뉴딜위원회 출범식을 개최하고, 2050 시멘트업계 탄소중립 도전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지난 2019년을 기준으로 시멘트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3천900만톤에 달했다. 이는 국가 전체 배출량의 5.6%, 산업부문의 1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쌍용양회·한일현대시멘트·아세아시멘트·성신양회·한라시멘트·삼표시멘트·데코페이브 등 대표 시멘트기업 7개사는  ▲혁신 기술개발과 생산구조 전환을 통한 탄소배출 감축노력 ▲시멘트그린뉴딜위를 통한 민·관 소통과 공동 과제 지속 논의 ▲정부 정책과제 발굴·개선과 미래 산업 경쟁력 강화 등에 노력하기로 했다. 

탄소중립 선언과 함께 전 단계라 할 수 있는 'RE100(Renewable Energy 100%)' 선언도 이어지고 있다. 

LG화학, SK하이닉스, SK텔레콤, 한화큐셀 등은 잇따라 RE100 참여를 선언했다. RE100은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만 100%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개념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필수적 과제로 평가된다.

특히 SK그룹은 재계에서 가장 탄소중립에 힘쓰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SK그룹 내 계열사 SK㈜·SK텔레콤·SK하이닉스·SKC·SK머티리얼즈·SK실트론은 더 클라이밋 그룹에 RE100 가입을 신청해 지난해 12월 한국 기업 최초로 승인을 받았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도 9일 충북 증평·청주공장의 배터리 분리막 생산라인에서 100% 친환경 전기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SKC의 글로벌 화학사업 합작사 SK피아이씨글로벌도 재생에너지 전력을 울산공장에서 활용해 RE100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탄소중립에 속속 참여하는 것은 미래를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이다. 지난해 정부가 재생에너지 전력에 높은 비용(녹색프리미엄)을 지불할 경우 인증서를 발급하거나 제3자 전력구매계약을 도입하는 등의 재생에너지 확대 지원방안을 발표한 만큼 우리도 앞으로 가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향후 신기후체제가 출범하고 탄소국경세 도입 얘기가 각국에서 나오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의 RE100참여가 많아질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 탄소중립 "갈 길 멀어"...막대한 비용에 정부 지원 태부족

그러나 아직 국내 기업들은 탄소중립 관련해 갈길이 멀다. 아직도 탄소중립 관련 비전을 밝히는 기업들이 소수에 불과한데다 이런 기업들이 탄소중립과 관련해 추상적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유는 간단하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데다 이에 필요한 정부 지원이 현재로썬 너무나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RE100에는 284개 글로벌 기업이 가입한 상태지만 한국 기업들은 단 한 곳도 없다. 지난해 11월 SK㈜·SK텔레콤·SK하이닉스·SKC·SK실트론·SK머티리얼즈·SK브로드밴드·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SK그룹 8개 계열사가 가입 신청을 했을 따름이다. 최고 글로벌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전자도 RE100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국내 기업들 중 탄소중립이나 RE:100을 밝힌 업체들은 사실상 선언전 의미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실현가능성이 낮지만 가야할 방향을 밝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포스코다. 2050년 탄소중립 계획을 밝히면서 고로 제철소를 수소 제철소로 바꾸겠다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실현가능성에 고개를 젓는다. 막대한 비용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국내에서 제도와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은 점도 문제다. 지난 7월 국회의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석기 김석기 삼성전자 부사장 역시 "국내에서도 제도와 여건이 갖춰지면 RE100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각 기업들이 탄소배출 저감 기술 등을 통해 문제 해결을 시도 중이지만 이 역시 구조적 한계가 있어 개선방안에 관한 국가적 차원의 보다 큰 틀의 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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