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재의 앞비전] 비에고 출시와 LoL 소환사들의 깊은 허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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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재의 앞비전] 비에고 출시와 LoL 소환사들의 깊은 허무감
  • 박금재 기자
  • 승인 2021.01.27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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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오브레전드, 154번째 챔피언 '비에고' 출시
창의력 부족하고 플레이 난이도 '극악'
신챔피언·스킨 출시에 매출 의존하는 수익구조가 낳은 결과

리그오브레전드 경력 10년차 광물 티어 게이머인 박 기자가 '롤 이모저모'를 다룹니다. 롤과 관련된 재밌는 얘깃거리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앞비전' 하겠습니다.     


리그오브레전드의 154번째 챔피언 '비에고' 이미지.
리그오브레전드의 154번째 챔피언 '비에고' 이미지.

"이건 선을 넘었다."

리그오브레전드(이하 롤)의 154번째 챔피언인 비에고가 최근 출시된 뒤 롤을 즐기는 지인들이 입을 모아 한 얘기다. 기자의 관점에서도 맞는 얘기다. 비에고는 선을 심하게 넘었다. OP (Overpowered)여도 너무 OP다. 때문에 많은 롤 유저들이 깊은 허무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두 달 간격으로 이뤄지는 일상적인 신챔프 출시건만 비에고를 놓고서는 유저들이 이토록 불만을 토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라이엇 게임즈의 창의성이 고갈된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유저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PC 게임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인 '154개 캐릭터'를 이미 써내려 나갔다는 점에서 라이엇이 더 이상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내기 어렵다는 하소연은 언뜻 수긍할만 하다. 하지만 '복사-붙여넣기'가 가능한 캐릭터를 출시한 일은 라이엇이 창의성 고갈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비에고는 패시브 '군주의 지배'를 통해 비에고 앞에서 쓰러지는 적을 지배해 대상 최대 체력의 일부만큼 체력을 회복하고 대상의 기본 스킬과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다. 사일러스처럼 적의 궁극기는 쓰지 못해 아쉬운가? 걱정마시라. 라이엇은 대신 자신의 궁극기를 노코스트로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며 '신챔프 몰아주기' 판을 본격적으로 짰다.

롤의 신챔프들이 고도화되며 별의별 패시브들이 등장했지만, 비에고의 패시브는 경악스럽다. 비에고를 상대해야 하는 팀의 입장에서는 조합을 견고하게 짤 수록 상대 비에고의 존재 하나로 카운터를 맞게 된다. 상상해보라. 우리 팀의 든든한 이니시에이터로서 모든 스킬을 퍼붓고 장렬히 전사한 레오나가 적이 돼 CC기를 잔뜩 무장한 상태로 다가오는 모습을. 

Q스킬의 이름은 '몰락한 왕의 검'이다. 아이템 이름을 잘못 읽은 게 아니냐고 되묻겠지만 실제 비에고의 스킬명이다. 해당 스킬은 기본 지속 효과로 비에고의 기본 공격에 추가로 대상 현재 체력의 일부에 해당하는 물리 피해를 더하며, 최근 비에고의 스킬에 피해를 입은 적들을 처음 공격하면 추가 공격을 가해 일정한 물리 피해를 입히고 가한 피해량의 일부를 회복한다. 

최근 라이엇의 신챔프 스킬 설명이 과도하게 길어지는 것을 고려해 짧게 줄여 설명하자면 야스오의 Q(강철 폭풍)에 아이템 '몰락한 왕의 검'이 가진 효과를 그대로 덧붙인 것이다. 태어났을 때부터 몰왕 효과를 기본 스킬에 가진 챔피언이 있다니. 롤에도 '금수저 챔피언'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어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쿨타임이라도 긴 것 아니냐고? 미안하지만 쿨타임마저 짧다. 1레벨 기준 5초에서 마스터했을 때 3초까지 줄어드는 기적이 발휘된다. 

비에고 인게임 화면. 궁극기와 패시브를 잘 활용하면 '5연 뚝배기'가 가능하다.
비에고 인게임 화면. 궁극기와 패시브를 잘 활용하면 '5연 뚝배기'가 가능하다.

Q스킬부터 읽으면 배 아파할 베인 유저와 야스오·요네 유저들이 많겠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무엇을 상상하든 비에고는 그 이상을 해낸다.  

비에고는 노코스트 캐릭터(마나나 기력을 사용하지 않는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하드 CC(군중제압기)마저 가졌다. 비에고의 W스킬은 '망령의 나락'인데, 파이크의 '뼈 작살'과 비슷한 메커니즘을 가졌으면서도 상대를 기절시킬 수 있어 상위호환 스킬이라고도 볼 만 하다. 어떤 관점에서는 파이크의 뼈 작살과 '망자의 물살'을 합쳐놓은 스킬처럼 보인다. 스킬을 5레벨까지 마스터했을 때 쿨타임은 8초까지 줄어드는데, 쿨타임 감소 아이템 셋팅을 마친다면 한타 때 2번 이상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E스킬인 '안개의 길'은 아칼리와 키아나의 장막 스킬을 연상시킨다. 다만 비에고의 것이 더 좋을 뿐이다. 비에고는 E스킬을 통해 전방으로 망령을 보내 처음으로 직정한 지형을 안개로 둘러싸는데, 비에고는 안개 속에서 위장 효과를 얻고 증가된 이동 속도와 공격 속도를 갖는다. 용 혹은 바론 전투에서 지형을 잘 활용한다면 광역으로 장막을 깔 수 있기 때문에 오브젝트 선점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대망의 궁극기다. 비에고의 궁극기 '심장 파괴자'는 얼핏 보면 파이크나 다리우스의 궁극기를 연상시키는 모션을 갖고 있다. '뚝배기'를 깨는 것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비에고의 궁극기를 한 번 꼭 사용해보길 바란다. 무지막지한 데미지와 함께 상대의 한타 포지션을 붕괴시키는 스킬로도 사용할 수 있어 한타에도 유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호쾌한 모션을 가진 것과 별개로 비에고의 심장 파괴자는 파괴력도 어마어마하다. 비에고가 전투 중에 상대를 제압해 영혼을 지배한다면 이미 사용한 궁극기를 노코스트로 다시 한 번 사용할 수 있다. 이를 응용하면 '5연속 뚝배기'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분노에 찬 파이크와 다리우스 유저들이 비에고를 플레이하러 떠나는 모습이 그려진다.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비에고는 태동부터 '복사-붙여넣기' 컨셉의 캐릭터인데다 스킬셋마저도 다른 캐릭터의 스킬을 연상시키는 아쉬움을 낳는다. 더불어 비에고의 성능을 온전히 발휘시키기 위해서는 나머지 153개 캐릭터의 기본스킬을 모두 알아야 한다는 극악의 난이도마저 갖췄다. 쉽게 말해서 '졸작'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라이엇게임즈는 이런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비에고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냈을까? 해답은 라이엇게임즈의 수익모델을 살펴보면 유추할 수 있다.   

라이엇게임즈의 대표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는 무료 게임으로 수익의 대부분을 새로운 챔피언과 신스킨을 판매하는 방법으로 거둬들이는데, 이를 바꿔 말하면 라이엇게임즈가 지속적으로 매출을 내기 위해서는 끝없이 새로운 챔피언을 발매해야만 하는 구조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신챔피언을 발매해야 한다는 압박과 더불어 라이엇게임즈는 자극적인 챔피언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과제도 가지고 있다. 이미 153개 캐릭터를 익히는 데도 피로감을 느끼던 유저들이 신챔피언을 플레이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조작을 요구하거나 속도감과 쾌감을 제공할 수 있는 요소를 다수 집어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비에고는 매우 자극적인 챔피언이라고 할 수 있다. 

라이엇게임즈의 수익 모델은 그동안 '착한 게임'이라는 별명도 만들어내며 유저들의 지지를 받아왔다. 과금 없이도 상대방과 실력을 겨루는 데 전혀 지장이 없어 항상 공정한 전투가 이뤄지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리그오브레전드는 현재 e스포츠의 선두적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신챔피언 비에고는 유저들에게 라이엇이 캐릭터 밸런싱 부문에서 완전히 방향성을 잃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 이는 e스포츠 경기에서도 우려되는 부분인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 선수단이 꾸린 밴픽 전략을 비에고 하나만으로 카운터칠 수 있어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라이엇 게임즈는 향후 신챔피언 발매에 있어 더욱 신중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막대한 자본이 투자돼 진행되고 있는 e스포츠 대회에서 밸런싱 문제는 게임의 공정성을 해치는 사태를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비에고가 e스포츠 경기에 빨리 등장하길 바라는 나쁜 욕심도 생긴다. '페이커'를 비롯해 일부 선수의 경우 바다처럼 넓은 챔프폭으로 e스포츠 팬들을 놀래켜 왔는데, 비에고가 경기에 등장한다면 어떤 게임 양상을 가져오게 될 지를 놓고 관심이 모인다. 실제로 페이커는 벌써 비에고를 솔로랭크 게임에서 14회 이상 플레이했다. 

박금재 기자  gamey@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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