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이재용 복귀 3년 그리고 재구속,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1위 비전 좌초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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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이재용 복귀 3년 그리고 재구속,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1위 비전 좌초 '위기'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1.01.26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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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부회장, 2017년 구속 후 2018년 2월 경영 복귀...삼성전자 반도체, 스마트폰 등 실적 급증
- 삼성전자,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목표로 133조원 투자 계획
...이재용 부재 상황 속 대만 TSMC 1위 굳히기...1년 6개월 투자 늦춰지면 삼성 치명상
- 경총 " 글로벌 기업 삼성의 경영 공백으로 중대한 사업 결정과 투자가 지연...한국 경제·산업 전반 악영향 불가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시 구속됐다. 2017년 2월 구속된 후 4년 만이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자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재계 1위 삼성에 위기감이 감돈다.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삼성전자 실적 개선은 물론 ‘뉴 삼성’으로 혁신에 박차를 가했다. 시스템반도체2030 비전과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 등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갔다.

하지만 삼성은 ‘총수 부재’ 속에서 다시 ‘시계 제로’의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계열사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그럼에도 대규모 M&A(인수합병) 등이 늦어지면서 미래 비전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 참석한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비전2030이 좌초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재계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삼성의 위기는 한국 경제의 위기를 이어질 수 있다고 긴장한다.

◆ 그날

이재용 부회장, 구속 후 2018년 2월 복귀...그러나 2021년 1월 재구속 '위기의 삼성'

2017년 1월 16일. 특검은 ‘국정농단 사건’ 관련 이재용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은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후, 법원 판단이 나오기까지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했다. 1월 19일, 새벽 5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특검은 증거를 보강해 3주 만에 영장을 재청구했다. 2017년 2월 17일, 이 부회장은 전격 구속됐다.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2018년 2월, 이 부회장은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석방됐다. 2심 재판부는 38억원 만을 뇌물로 인정했고, 공소사실을 상당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검이 주장했던 '묵시적 청탁', '0차 독대설' '포괄적 현안으로 승계작업' 등은 인정되지 않았다.

2019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심의 판단을 뒤엎고 경영승계라는 대가성을 인정했다, 2심이 인정하지 않은 정유라에게 제공한 말 3마리(34억) , 동계 스포츠 영재센터 지원금(16억) 등을 뇌물로 판단했다.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2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반성과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라고 했다. 2020년 3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출범했다. 이어 5월 6일.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서초동 사옥에서 대국민사과를 했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 해 12월 30일, 특검은 이 부회장에 징역 9년을 구형했다.

그리고 2021년 1월 18일, 이 부회장은 파기환송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앞서 “양형에 고려할 수도 있다”고 밝힌 준법감시위의 활동에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 그후

이재용 부회장 2018년 2월 경영 재개 후 글로벌 행보...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비전2030 가속화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경영 일선에 복귀하자마자 글로벌 현장경영에 나섰다.

3~4월 유럽·북미 출장에 나서 글로벌 사업을 점검하고 인공지능(AI) 핵심 인재 영입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10개월간 해외 출장만 10차례나 됐다.

5월에는 중국과 일본을 잇따라 방문해 BYD, 화웨이, 샤오미, 비보, NTT도코모, KDDI 등 주요 고객사 경영진들을 잇따라 만났고 6월에는 일본을 다시 방문했다.

하반기에는 인도를 두 차례 방문한 것을 비롯해 유럽, 북미, 베트남 출장을 다녀 왔다.

이 부회장은 2019년에도 2월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점검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아랍에미리트(UAE)와 인도,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 10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현장경영에 나선 이재용 부회장 [삼성전자 제공]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모디 인도 총리,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 한국을 찾은 글로벌 거물들과 만나 관계를 다진 것도 13차례였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브라질과 중국, 유럽, 베트남을 방문해 현지 사업을 점검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졌다.

2018년 석방 이후 3년 동안 24차례 글로벌 현장 행보를 이어왔던 것이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행보는 성과도 컸다. 2019년 10월 일본 KDDI와 2조 4000억원 규모 5G 장비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9월에는 미국 버라이즌과 7조 9000억원 규모 5G 장비 납품 계약을 따냈다,

특히 버라이즌과의 5G 장비 납품 계약은 이 부회장과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 사이의 신뢰관계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2010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첫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10여년간 수시로 만남을 가지며 사업 협력을 모색해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계약 당시에도 코로나19 때문에 미국 방문이 여의치 않자 베스트베리 CEO와 수 차례 전화, 영상회의 등을 거치며 계약을 따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AI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세바스찬 승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를 삼성리서치 소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위기 때도 빛났다.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 이슈로 한·일 관계가 냉각돼 있던 상황에서도 한국 기업인으로는 유일하게 일본의 국가적 행사인 럭비월드컵 개·폐막식에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2019년 일본 정부가 불화수소 등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을 제한하자 이 부회장이 곧바로 일본을 방문, 현지 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긴급 물량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또 미국 버라이즌, 독일 도이치텔레콤, 일본 NTT도코모·KDDI 등 글로벌 이동통신 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며 성과를 이끌어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전 세계 주요 통신 기업 중 처음으로 차세대 6G 비전을 담은 ‘6G 백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힘썼다. 2019년 4월,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입해 시스템 반도체 1위로 올라서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한국경제 버팀목 '반도체' 전략에 힘을 실었다.

삼성은 2019년 9월, 세계 최초의 폴더블폰 '갤럭시폴드'를 출시한 이래 ‘갤럭시Z폴드’로 이어가며 압도적인 선두를 차지했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비전2030 선포식에 문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이 함께 참석했다. [삼성전자 제공]

이 부회장은 실적으로도 성과를 증명했다. 지난해 매출 상위 10대 기업들의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5.7%p 오른 68.6%에 달했다. 반도체·가전 덕분에 영업이익이 8조 원 늘어난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의 실적이 제자리 걸음이거나 역주행했다.

특히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9개 기업의 영업이익을 다 합쳐도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10대 그룹의 영업이익이 20%가량 늘어난 것으로 보이는 것도 삼성전자 덕분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잠정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9.5% 늘어난 35조9천500억 원이다. 이 때문에 착시 효과가 벌어진 것이다. 결국 10대 기업의 실적 성적표는 삼성전자에 의해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국내 투자에서도 삼성전자가 좌우했다. 삼성은 지난해 3분기까지 총 22조3천310억 원을 투자해 전년(14조6천450억 원)보다 52.5%(7조6천860억원) 증가했다. 이는 전체 대기업 투자액의 3분의 1가량에 해당한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기업 집단 전체 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한 42조3천541억 원을 기록했다.

증시에서도 삼성전자 주식은 ‘국민주’로 불린 정도로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2019년에 벌어들인 외화는 134조5천억 원으로, 2위인 한국전력공사(39조 원)의 3배가 넘었다. 사회공헌 집행 금액도 삼성전자가 2천880억 원으로 2위인 KT(870억 원)의 3배 이상을 기록했다.

◆ 그리고, 앞으로

'이재용 부재'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글로벌 경쟁력 역화 현실화...대규모 투자 등 중단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은 삼성은 물론 한국 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우선 반도체 분야의 해외 경쟁력 상실이 우려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경쟁자로 점찍었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TSMC는 당장 삼성의 추격이 약화되면서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굳힐수 있게 됐다.

삼성은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목표로 13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부재에 따른 투자 지연으로 추격 동력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삼성은 이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 영향으로 지난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삼성은 최고경영자(CEO)의 전결 한도가 없다. CEO 결재만 있으면 못 할 사업이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삼성전자 사장들은 투자 단위가 조(兆)를 넘어가면 통상적으로 결정을 미룬다. 사업 실패에 따른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 공장 하나에 30조~40조원이 투입되는 반도체 산업은 총수의 재가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교도소에 수감된 이 부회장에게 허락된 업무시간은 고작 하루 10분 남짓이다. 일반 민원인에게 주어진 면회시간은 10분에 불과하다. 시가총액 800조원에 달하는 삼성그룹 16개 계열사와 수많은 관계사의 현안에 대한 검토조차 불가능한 시간이다.

김현석 CE(소비자가전) 부문장은 지난해 "급변하는 환경 속에 가장 중요한 게 리더"라면서 "전문 경영인은 큰 변화를 만들 수 없고, 빅 트렌드를 못 본다"고 말했다.

3년 전에도 이 부회장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이인용 대외협력사장 등을 통해 옥중 보고를 받았다. 삼성 관계자는 "이때도 회사 상황에 대한 보고 정도가 전부였다"며 "새 사업에 대한 투자와 논의를 할 시간은 없었다"고 전했다. 대규모 투자 등은 새롭게 추진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반면 이 부회장의 구속에 대만 TSMC는 시스템반도체 분야 1위 독주체제를 갖게 됐다. TSMC는 업계 2위인 삼성과 격차를 벌리며 애플, 인텔, AMD, 엔비디아, 퀄컴 등 세계 주요 반도체 설계회사의 물량을 휩쓸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EUV(극자외선) 반도체 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의 본사까지 직접 찾아가 추가 장비 계약을 타진했다. TSMC가 EUV를 독점 생산하는 ASML의 물량 절반을 따냈다는 얘기를 들은 직후였다. 그러나 삼성은 동력이 끊겼다. 이 부회장 복귀까지 1년 6개월을 보낸다면 이미 삼성은 패배한 이후다.

유럽의 반도체 장비 업체를 방문한 이재용 부회장 [삼성전자 제공]

더욱이 이 부회장은 부친인 이건희 회장의 별세로 마음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수감되는 불행을 겪고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국가경쟁력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 위기는 곧 한국 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새해 초부터 국내 대기업들의 글로벌 투자, 인수·합병(M&A) 소식이 이어지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행보가 올스톱됐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삼성그룹의 경영 공백이 현실화돼 매우 우려스럽다”며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타격, 세계 각국의 자국 산업 보호 중심의 경제정책 가속화 등으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의 경영 공백으로 중대한 사업 결정과 투자가 지연됨에 따라 경제·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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