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왜 이케아는 카탈로그를 폐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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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eets DESIGN] 왜 이케아는 카탈로그를 폐간했나?
  • 박진아 IT칼럼니스트
  • 승인 2020.12.1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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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디자인 디자인 업계, 인공지능과 AR/VR 기술로 소비자 경험 전략 강화할 것
개인 모바일 디지털 디바이스를 통한 몰입적 제품 경험이 AR/VR 기술의 장점

지난주 [2020년] 12월 초, 스웨덴 본사의 세계적인 홈 퍼니싱 솔루션 및 인테리어 용품 기업인 이케아(IKEA)가 2012년부터 이 회사의 간판적 출판물 『이케아 카탈로그(IKEA Catalog)』를 폐간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종이 인쇄판과 디지털판을 포함한다. 이케아 카탈로그는 지난 70년 동안 전세계 대중 소비자들의 일상으로 침투한 고전적 제품가이드 겸 룩북(look book)으로서 오늘날 글로벌 홈 퍼니싱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이케아가 있게한 중추적 역할을 했다.

설립자 잉바르 캄프라드의 편집으로 1951년에 창간된 『이케아 카탈로그』 창간호는 총 68페이지 분량의 스웨덴어판으로 28만 5천부로 출간됐다. 2016년 이케아 카탈로그는 전세계 50개 시장에서 32개 언어 69개 버전으로 2억 부가 배포되며 세계 최대의 출판물로 기록됐다. © Inter IKEA Systems B.V. 2020
설립자 잉바르 캄프라드의 편집으로 1951년에 창간된 『이케아 카탈로그』 창간호는 총 68페이지 분량의 스웨덴어판으로 28만 5천부로 출간됐다. 2016년 이케아 카탈로그는 전세계 50개 시장에서 32개 언어 69개 버전으로 2억 부가 배포되며 세계 최대의 출판물로 기록됐다. © Inter IKEA Systems B.V. 2020

올 한 해 소매업계를 마비시킨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소비자의 구매 행동과 소비 방식은 디지털 상전벽해(桑田碧海)했다. 인터넷 모바일을 통한 디지털 문화에 부응해 이케아는 2000년부터 인쇄판 이케아 카탈로그와 나란히 디지털판 카탈로그도 제작・배포했다.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지금, ’소비자들은 더 이상 종이장 또는 디지털판 카탈로그를 한 장씩 넘겨가며 제품을 구경하면서 구매 선택을 내리지 않는다.’ 이제는 변화한 소비자들의 미디어 소비 방식과 구매 행위에 적합한 한층 더 진화되고 디지털화된 새 ‘이케아 경험’을 갖고 고객들에게 접근할 때가 됐다고 콘라드 그뤼스 총괄이사는 말한다.

사실 『이케아 카탈로그』 폐간 결정은 이케아가 이미 20년 전부터 추진해오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작업의 연속이다. 이케아는 일찍이 1998년부터 사무공간 솔루션 카탈로그 <이케아 앳 오피스(IKEA at office)>를 창간해 인터넷으로 배포하기 시작했고, 2000년도 초부터 스웨덴과 덴마스 시장에서 디지털 카탈로그 출판과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쇼핑을 런칭했다. 이커머스가 굳건한 소비문화로 정착한 작년 한해 동안만 이케아 홈페이지 IKEA.com의 총 누적 방문자 수는 40억 명에 달했고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을 경유한 온라인 쇼핑 매출은 45% 증가했다.

이케아는 2000년부터 인쇄판과 나란히 디지털판 이케아 카탈로그를 출판했고, 이듬해인 2001년부터 스웨덴과 덴마크에서 이커머스 운영을 런칭했다. Image: Pinterest, Sweden
이케아는 2000년부터 인쇄판과 나란히 디지털판 이케아 카탈로그를 출판하기 시작했고, 이듬해인 2001년부터 스웨덴과 덴마크에서 이커머스 운영을 런칭한 DX에 선구적 기업이다. Image: Pinterest, Sweden

최근 단행한 모바일 이케아 앱 세트 개발과 디지털 서비스 개선 작업으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의 검색과 구매를 쉽고 간편하게 하는 작업 외에도 더 새롭고 더 흥미진진한 소비자 경험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실제로 이케아는 테크가 주도된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기술을 가장 먼저 실험하기 시작한 기업중 하나다. 이미 이케아는 소비자들이 제품 카탈로그 속 제품을 스마트폰을 통해 가정 내 공간 속에서 가상으로 배치해 볼 수 있는 '이케아 플레이스(IKEA Place) 앱'을 출시해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연출된 사진과 컴퓨터 조합된 3D 이미지를 구분하기 어렵다. 이케아 카탈로그는 이미 2013년부터 연출 스튜디오에서 사진가가 찍은 사진이 아닌 3D 컴퓨터 조합・편집된 이미지를 카탈로그에 사용해 운영비용을 절감해왔다. Image: IKEA
전문가가 아닌 이상 스튜디오에서 연출・찰영된 사진과 컴퓨터 조합된 3D 이미지의 차이를 구분하기 어렵다. 이케아 카탈로그는 이미 2013년부터 연출 스튜디오에서 사진가가 찍은 사진이 아닌 3D 컴퓨터 조합・편집된 이미지를 카탈로그에 사용해 운영비용을 절감해왔다. Image: IKEA

증강현실 기술이 대중에게 소개된지는 약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중적 소비자 용품으로 자리잡지 못한 상태다. 2012년 구글이 미국시장에서 구글글래스(Google Glass)를 소개했지만 테크업계와 소비자들의 조롱거리가 되자 재빨리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 헤드셋, 스냅챗의 스냅 스펙터클 안경, 구글의 구글글래스 2(기업용)이 소개됐으나 역시 일반 소비자 가전용품으로 보편화되는데엔 실패했다.

1) 착용하기에 너무 크고 흉물스러우며, 2) 여전히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점이 대중화 실패의 주요 원인이다. 가장 최근인 올 9월, 페이스북은 썬글래스 제조업체 레이밴(Ray-Ban)과 협력으로 스마트안경을 개발해 2021년에 시장에 출시할 것이라 발표했고, 애플도 오는 2023년까지 스마트안경 모델 2종 출시에 대비해 제품 개발중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아직은 성능과 가격 면에서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만한 제품을 기대하긴 어려운 기술적 단계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케아 플레이스(IKEA Place) 증강현실 앱. 이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자료 화일의 디지털화와 3D 모델링 등 컴퓨터-생성 과정을 거쳐 제품을 디자인해야 한다. Image: IKEA Youtube 캡쳐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맘에 드는 제품을 공간에 가상으로 배치해 볼 수 있게 한 '이케아 플레이스(IKEA Place)' 증강현실 앱. 이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애초 제품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자료 화일의 디지털화와 3D 모델링 등 컴퓨터-생성 과정을 거친 디자인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Image: IKEA Youtube 캡쳐

AR/VR 안경이 대중소비재로 대중화되려면 더 시일이 필요하다. 그런 와중에도 리테일 업계는 조심스럽게 AR 기술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구매 경험을 제공하는데 도입하고 있다. 안경, 어패럴, 화장품 업계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기업들은 이미 소비자의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가상으로 걸쳐보고 입어보고 발라본 후 구매할 수 있는 디지털 구매 경험 여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구경 방문을 꺼리는 대중 심리를 타고 세계 부동산 개발업체와 인테리어 업체들은 실내 공간을 매핑하고 인테리어 디자인 결정 과정에서 AR 소프트웨어를 속속 도입하는 추세다. 이케아 스토어 앱이 사용하는 AR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최근 3D 사물 및 공간 디자인 렌더링 기술은 상당한 안정성에 이르렀고 실물과 렌더링 사이의 구분이 어려울 만큼 실감도도 높다.

부동산 개발업체와 토목업체들이 고개들과 가상 공간 디자인을 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 ARki 3D 증강현실 앱. © Darf Design 2020
부동산 개발업체와 토목업체들이 고개들과 가상으로 공간 디자인 렌더링 이미지를 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 ARki 3D 증강현실 앱. © Darf Design 2020

이미 스마트폰과 디지털 테크에 친숙해져 있는 대중 소비자들은 인테리어 디자인을 포함한 리테일 업계의 지금보다 더 혁신적이고 몰입감있는 새로운 소비 여정에 뛰어들어 체험할 준비에 무르익어 있다. 이케아의 카탈로그 폐간과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더 깊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디자인 소매업계 내 타 경쟁 업체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본격화하고 산업디자인계의 3D 모델링과 자료 화일의 디지털화 관행을 더 재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진아 IT칼럼니스트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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