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코로나19 마스크 시대, 눈은 세상을 통한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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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eets DESIGN] 코로나19 마스크 시대, 눈은 세상을 통한 창
  • 박진아 IT칼럼니스트
  • 승인 2020.10.0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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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착용 의무화로 안면인식 기술도 잠시 우회 단계
컴퓨터비전 기술은 눈 주변 생체정보에 의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이하 코로나19) 시대에 접어든 후로 오늘날 많은 국가는 코로나19를 팬데믹(세계적 범유행 전염병)으로 간주하고 개인들의 보건과 전염 확산 방지책으로써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 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다수의 아시아 국가에서 개인 위생과 대기오염 보호용 마스크 착용에 거부감이 없지만, 서구 사회에서는 요즘처럼 마스크가 정치적 이슈의 심볼로 떠오른 때도 없다.

코로나19 시대 범 세계화된 생활 규칙 -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 집행에 안면인식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Image: Panavision
코로나19 시대 범 세계화된 생활 규칙 -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 집행에 안면인식 기술이 집중 활용되고 있다. Image: Panavision

서구 사회에서 마스크는 정체를 숨기고 싶어하는 범죄자, 테러주의자, 종교광신자와 결부돼왔다. 코로나19 발생 이전까지만해도 서구의 공항, 거리, 은행 및 관공서 등 보안이 중요한 공공 공간에서는 마스크, 반다나, 히잡을 포함해 얼굴의 일부를 가리는 물품을 착용하고 다닐 경우 벌금형을 받았지만 지금은 그 반대다. 정부보건당국이 지정한 공공 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배려심 없고 준법정신 부족한 사람으로 주변인들의 비난을 산다. 치안당국이 시민들을 강력히 감시통제하기도 한다. 예컨대, 호주와 뉴질랜드 경찰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강력한 마스크 착용 감시 순찰을 벌여 시민들과 무력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의 정치가들은 코로나19 대응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자택 자가격리 조치가 예상보다 반발없이 순조롭게 진행된 데에 대해 놀라워하고 있다. 오히려 서구의 정치인들은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자택 격리와 직장들의 재택근무제에 이미 익숙해져 버렸거나 출퇴근 보다 선호하게 된 국민들을 어떻게 다시 직장 출퇴근과 비즈니스 영업으로 유도할 것인가를 고민할 정도다. 그런 가운데 그저께(10월 6일) 영국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대국민 담화를 내고 올 연말 크리스마스까지 사회적 제약을 풀고 내년 여름까지 모두가 접촉에 대한 공포 없이 정상적인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포스트코로나 시대 정책 청사진을 발표했다.

중국 대도시 내 공항과 기차역, 사무실 출입구, 병원 등에서 응용중인 '페이스 마스크 디텍션 시스템.'
중국 대도시 내 공항과 기차역, 사무실 출입구, 병원 등에서 응용중인 마스크 미착용자 색출 소프트웨어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테크업체 리웨이허츠가 개발했다. Image: LeewayHertz

서구 사회가 마스크를 착용한채 사회생활을 하는 것을 불편하게 느끼는 심리 근저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보안상 교란범죄율 증가가 바로 그것. 마스크 착용자는 얼굴의 상당 부분이 가려져 있기 때문에 직장 출입구, 은행 및 관공서 업무, 결제 등 안면인식 기술이 신원조회를 어렵게 한다. 마스크로 얼굴이 가려진 사람의 감정상태나 표정과 의도를 감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람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두건 등으로 얼굴 일부를 가리거나 모자, 썬글라스, 가발이나 가짜 수염 혹은 화장으로도 손쉽게 인공지능 안면 인식 기기의 판독력을 교란시킬 수 있음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테크업계에서는 1)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공 장소에서 마스크 미착용자를 판별해내는 기술과 2) 마스크 착용자의 노출된 얼굴 상위 부분(눈과 눈 언저리)의 생태적 특성을 감별하는 기술이 주목받는다.

중국은 군중 속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을 색출해 내는 얼굴감식 소프트웨어 ‘페이스 마스크 디텍션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존 IP 카메라와 CCTV 카메라에 컴퓨터 시각장치를 결합한 기술을 응용하는데, 많은 인파가 모인 공공 장소에 설치하면 실시간으로 마스크를 미착용자의 얼굴과 신원정보를 조회한 후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푸시 경고문자를 당사자의 스마트폰 전화번호로 자동 송신한다. 이 기술은 현재 중국 대도시 내 공항과 기차역, 사무실 출입구, 병원 등에서 응용중이다.

중국 앤트그룹이 개발해 2020년 9월 런칭한 ‘스마일투페이(Smile to Pay)’ 안면인식 기술 기반 결제 시스템. 얼굴 화장, 가발 착용을 하고 군중 속에 섞여 있어도 결제자의 얼굴을 식별할 수 있다. Image: Alibaba Group
중국 앤트그룹이 개발해 2020년 9월 런칭한 ‘스마일투페이(Smile to Pay)’ 안면인식 기술 기반 결제 시스템. 얼굴 화장, 가발 착용을 하고 군중 속에 섞여 있어도 결제자의 얼굴을 식별할 수 있다. Image: Alibaba Group

2020년 4월부터 자택격리 감시를 위해 안면인식 기술이 장착된 감시 카메라 10만 대를 추가 설치한 러시아의 경우, 인공지능 업체 렉페이시스(RecFaces) 사는 자체 개발한 ‘Id-Guard’ 안면 생체식별 시스템의 알고리즘을 업그레드해 마스크 착용한 얼굴의 부족한 정보를 상하좌우 90도 각도 3D 영상으로 기록・분석해 정확도를 높인다고 주장한다. 일본의 NEC도 최근인 9월 24일, 기존 출시한 바이오아이디옴 서비스(Bio-IDiom Services) 엔진을 런칭해 마스크 쓴 얼굴 감별도를 99.9%까지 개선했다고 주장하며 현재 일본 시장에서 사용중이다.

얼굴인식 기술은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예컨대 애플이 아이폰X 과 아이패드프로 후속 모델에 장착된 페이스아이디(Face ID)의 기술적 미비함이 지적된 바 있다. 스마크폰 장금장치를 풀기 위해 입력하는 4~6자리 비밀번호 대신 얼굴을 카메라에 대면 아이폰 주인의 얼굴을 인식하고 잠금을 해제하는 이 기술은 마스크를 착용한 얼굴을 판독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이 남의 손으로 넘어갔을 경우 - 예컨대 납치, 감금 등 위험 상황 - 원치 않게 강제로 보안이 뚫릴 위험이 지적된 바 있다.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의 얼굴에 대한 판별력 오류율 20~50%를 오간다. 코와 입이 가려진 눈과 눈썹은 노화에도 가장 변화가 적은 부위로 얼굴인식 기술에 유용한 자료다.자료: 미국 국립표준기술원(NIST)
마스크의 크기, 모양, 색상, 코・턱 등 다른 부위를 가린 정도에 따라 안면인식 정확도에 영향을 미친다. 눈과 눈썹은 노화에도 가장 변화가 적은 부위로 얼굴인식 기술에 유용한 자료라고 한다.자료: 미국 국립표준기술원(NIST)

그런가하면 안면인식 기기의 판단 오류로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 2018년 미국에서 경찰이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해 편의점 절도범을 체포했으나 인공지능을 판별 오류로 한 흑인 남성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살이를 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아직도 부족한 데이터량과 헛점 많은 알고리즘 때문에 인공지능이 백인 얼굴 보다 유색인종의 얼굴 인식력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에서 기인했다. 안면인식 기술의 우수성은 얼마나 방대한 분량의 이미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세련된 알고리즘을 학습시키느냐에 달려있다. 그 때문에 미국의 신생 테크 스타트업인 워커라운드(Workaround)가 인권침해법이 느슨한 중국 시장을 활용해 중국 연구진과 협력으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실린 마스크 착용한 얼굴 사진을 데이터세트로 구축했다.

마스크로 가린 얼굴을 정확하게 판별해 내는 작업은 난해하다. 코 이하의 얼굴에 대한 정보가 가려진 상태에서 눈과 눈썹 언저리의 특징에 의존해야 한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IBM이 주도가 된 얼굴인식 시스템 시장이 구축된 미국에서 안면인식 식별 오류와 피해자 발생 사례가 거듭되면서 올 6월 IBM은 이 기술의 장점 보다 폐혜를 우려해 안면인식 기술 연구와 소프트웨어 판매를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마스크 착용으로 얼굴의 상당 부분이 가려지면서 얼굴인식 기술은 3D 안면 촬영과 기록, 동공 정보, 체온, 걸음걸이 등 개인마다 독특한 생체정보를 추가로 수집・분석한다. Image: National Geographic, Tryolabs
마스크 착용으로 얼굴의 상당 부분이 가려지면서 얼굴인식 기술은 3D 안면 촬영과 기록, 동공 정보, 체온, 걸음걸이 등 개인마다 독특한 생체정보를 추가로 수집・분석한다. Image: National Geographic, Tryolabs

아마존, 마이클소프트, IBM의 안면인식 기술 소프트웨어 매출은 아직 미미하기 때문에 서둘러 배포하려는 동력도 무르익지 않았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안면인식 기술 시스템의 알고리즘 표준과 성능을 규제하는 당국이나 퀄리티 검열 제도가 없고, 섣부른 안면인식 시스템의 범용화로 개인권 침해와 억울한 피해자 발생할 경우 더 심각한 법적・윤리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전히 불완전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공공 공간과 경찰은 당장 직면한 치안과 법 집행을 위해 마스크 사회 속 질서 유지를 위해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할 것이다.

박진아 IT칼럼니스트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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