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경영난 심화...'탈원전' 철회냐, 구조조정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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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 경영난 심화...'탈원전' 철회냐, 구조조정이냐
  • 김의철 전문기자
  • 승인 2020.03.12 0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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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탈원전 고수...7차 전력수급 계획 10조 증발, 해외 원전 수주도 타격
- 노조 "경영책임을 왜 근로자가 지나...구조조정 수용못해"
- 20년 지나면 임자 바뀐 역사...두산이 인수한 지 20년
두산그룹 로고. [이미지= 두산그룹]

11일 두산그룹 관련 주식들이 대부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의 경영난이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이 창원공장의 ‘일부 휴업’을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이날 두산중공업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1.44% 하락한 35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가 장중 한때 33435원까지 내려가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사측이 노동조합과 협의를 진행하는 단계로 조업중단이나 사업 중단은 아니라는 해명을 내놨지만 두산 관련 종목 하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주회사인 두산의 주가도 이날 16.79% 떨어졌다. 두산인프라코어는 4.38% 하락했다. 

◇두산중공업, 계열사지만....실질적인 두산그룹의 몸통

지난해 3/4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두산그룹 지주회사인 두산이 두산중공업의 지분을 32.3%를 가졌고,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주식을 36.27% 소유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밥캣의 지분 51.05%를 가진 최대주주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 지분의 89.82%도 갖고 있다.

이날 기준으로 두산이 보유한 두산중공업 지분은 46.1%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마감 기준 두산의 시가총액은 7659억원이다.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는 각각 8840억원과 7740억원이다. 이 두 핵심계열사의 시가총액은 각각 지주사인 두산보다 많은 셈이다.

결국 두산중공업이 흔들리면 두산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두산 중공업 지난달 말 전체 임직원 6000여명 중 2600명을 구조조정하는 방침을 밝히고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으나 500여명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강성노조, "구조조정 반대...경영책임을 왜 근로자가 지나"

정연인 두산중공업 사장은 앞서 10일 노조에 보낸 협의 요청서에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됐던 원자력·석탄화력 프로젝트 취소로 약 10조원 규모의 수주 물량이 증발하며 경영 위기가 가속화했다”고 했다. 이어 “2012년 고점과 비교해 지난해 매출이 50% 아래로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17% 수준에 불과한데, 최근 5년간 당기순손실이 1조원을 넘어서면서 영업활동만으로는 금융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경영상의 어려움을 밝혔다.

정부의 탈원전정책으로 우려했던 손실이 가시화되면서 이같은 경영난을 초래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는 이날 회사가 공시를 통해 밝힌 휴업안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중공업 노조는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속해 있다.

정영현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남지부 선전부장은 “휴업은 추가 구조조정으로 가는 발판이 될 수 있다”며 “과거 제대로 된 대책을 수립했다면 막을 수도 있었던 경영난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지라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두산중공업은 고정비 절감을 위한 긴급조치로 근로기준법 46조, 단체협약 37조에 근거해 경영상 사유에 의한 휴업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조업 불가능 등 경영상 사유로 인한 휴업은 직원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시행할 수 있다. 

기구한 회사운명...20년 간격으로 임자 바뀐 셈...두산중공업도 20년 째

이 회사는 공교롭게도 20여년 간격으로 주인이 바뀌어 왔다. 두산이 인수한 지가 올해로 또 다시 20년이 됐다. 

이 회사의 역사는 1962년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씨의 첫째 동생인 고 정인영 한라그룹 창업주가 현대양행을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1980년 신군부의 산업구조조정으로 대우그룹으로 인수되면서 대우중공업으로 이름이 잠시 바뀌었다가 그해 10월 공기업이 되면서 한국중공업이라는 이름으로 20년 동안 사업을 영위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1998년 민영화 방침에 따라 매각이 결정됐고, 2000년 말 산업은행과 한국전력으로 부터 두산그룹이 인수해 2001년 두산중공업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당시 5조원의 기업가치가 있다고 평가된 한국중공업을 3057억원에 인수하면서 특혜시비를 겪기도 했다. 

이전까지 두산그룹은 1896년 '박승직상점'으로 시작해 OB맥주, 코카콜라, 버거킹, 3M 등 내수 소비재 사업을 중심으로 100년이 넘게 성장해 온 회사였다.

외환위기 이후 두산은 이들 소비재 사업부문을 매각해 마련한 자금으로 한국중공업을 인수해 중공업 그룹으로 순식간에 탈바꿈했다. 

두산중공업은 세계 담수화 플랜트 시장에서 2015년 시장점유율 45%로 세계1위를 차지했다.

두산중공업 직원들이 지난해 9월 18일 창원공장에서 가스터빈을 최종조립하고 있다. [사진=두산중공업]

주력사업인 발전설비부문에서는 국내 시장에서 오랜 동안 독점적인 지위를 누려왔다. 20년 동안 공기업이었기 때문에 경쟁이 없는 시장을 갖고 있었다. 정부의 발전계획 수립이 곧 두산중공업에게는 수주계획서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그 때문인지 국제 경쟁력은 취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핵심상품인 발전용 터빈은 독일 지멘스에 비해 성능이 70% 수준이라는 업계 관계자의 평가다. 

◇탈원전 정책만 아니었어도...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데, 노조는 양보할 생각 없어

최근 경영이 안정되는 분위기도 있었다. 2018년 두산중공업, 두산밥캣, 두산인프라코어 모두 흑자로 전환되면서 많은 기대를 받았다. 특히 두산인프라코어는 자회사인 밥캣과 중국시장에서의 성공으로 영업이익이 1조에 육박하는 성과를 냈다.

지난해에도 두산은 계열사인 두산밥캣과 두산인프라코어가 선전하면서 매출 18조5357억 원, 영업이익 1조2619억원을 기록했고, 두산중공업도 매출 15조 6597억 원, 영업이익 1조769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금은 정 사장이 밝힌대로 10조원의 일감이 사라졌다. 정부가 탈원전정책을 고수한다면 국제시장에서도 원전 수주가 쉽지 않다. 자국 정부의 후원 없이 원전 수주를 하기는 어렵다. 프랑스나 러시아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면 급여만으로도 연간 3조원 이상을 지출해야 하는 데 강성노조는 양보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두산그룹이 어떤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의철 전문기자  def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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