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연기’ ESS 화재 원인, 배터리 결함이면 전기차 ‘치명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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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연기’ ESS 화재 원인, 배터리 결함이면 전기차 ‘치명타’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01.31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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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 화재 2차 조사 결과 2월로 연기… 산업 악재 더 있어
전기차까지 타격 입을라… 조사위, ‘배터리 결함’ 결론에 고심
적은 용량 배터리·PCS 연결… ‘화재’ 없는 해외 사례 눈여겨 봐야
지난해 10월 21일 오후 4시 14분께 경남 하동군 진교면 관곡리 한 태양광발전소 내 ESS 설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경남소방본부]
지난해 10월 21일 오후 4시 14분께 경남 하동군 진교면 관곡리 한 태양광발전소 내 ESS 설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경남소방본부]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2차 조사위 결과가 ‘배터리 결함’으로 나오게 되면 전기차 전략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사위의 발표가 늦어지는 건 ESS뿐 아니라 배터리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에 대한 고심 때문으로 읽힌다. ESS 화재 조사위는 ‘산업 충격 완화’와 ‘화재 재발 방지’라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처지다. 그사이 얼어붙은 ESS 시장이 살아날 확률이 사실상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31일 ESS 화재 2차 조사위의 제10차 전체회의가 열렸다. 지난 29일로 계획됐던 회의 일정이 이틀 미뤄졌다. 설 연휴 이후인 이번 주에 결과를 발표하려던 조사위 계획도 달을 넘기게 됐다. 지금까지 조사위의 발표 연기 흐름을 보면 이번 회의가 최종 회의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하루 사이에도 ‘배터리 결함’ 유무를 놓고 서로 다른 정보가 나온 적도 있어 결과를 점치기도 조심스럽다.

◆‘배터리 결함’ 전기차 시장까지 영향 미칠까

2차 조사위와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로서는 일부 사이트에서 ‘배터리 결함’이 발견됐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대한 제조사들의 소명 과정이 꽤 길어지고 있다. 조사 대상인 5건의 화재 가운데 LG화학 배터리가 탑재된 곳이 3건, 삼성SDI의 배터리가 탑재된 곳이 2건이다.

ESS 토탈 솔루션 회사인 이맥스파워의 배성용 대표는 지난 30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태양광과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관련 세미나에서 “배터리가 화재 원인이라고 발표되는 순간 세상이 뒤집어지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며 “매출 수주 규모가 50조원 정도를 넘나드는 전기차 시장에 미칠 영향 때문”이라고 못 박았다.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1차 조사단이 지난해 6월 11일 “ESS 화재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안전강화대책과 ESS 산업생태계 경쟁력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1차 조사단이 지난해 6월 11일 “ESS 화재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안전강화대책과 ESS 산업생태계 경쟁력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실제 삼성SDI와 LG화학 매출에서 국내 ESS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1차 조사위 결과가 나오기 한 달 전인 지난해 5월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가 내놓은 자료도 한국 시장이 30% 역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글로벌 ESS용 배터리 시장이 전년 대비 38% 성장할 거라는 기대감과는 반대되는 해석이었다.

반면, 전기차 배터리 신규 수주 규모는 급격히 늘었다. 지난해 LG화학과 삼성SDI의 글로벌 자동차 기업과의 신규 수주액이 각각 40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SNE리서치는 2018년 450만대 규모이던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올해 850만대, 2025년이면 2200만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수주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 배터리 결함 여부를 놓고 결백을 강하게 주장하는 쪽은 삼성SDI다. 불이 난 ESS 해체 분석 결과와 다양한 화재 발생 실험을 내놓는 등 화재 원인에 ‘배터리’가 들어가는 걸 반드시 막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삼성SDI는 지난 30일 열린 2019년도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는 지난해 말 시작한 ESS 안전 강화 조치를 오는 6월까지 완료하겠다는 목표도 내놓았다. LG화학도 ‘스프링클러’를 장착한 화재 확산 방지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해외 화재 없는 이유는 ‘소박’한 시스템… ‘소화 대책’만으론 산업 못 살려

업계 관계자 의견이 엇갈리지만, 삼성SDI와 LG화학의 소화 대책만으로 ESS 시장을 살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장 오는 6월 ESS의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가 하락을 앞두고 있다. 태양광 연계 ESS 가중치는 5.0에서 4.0, 풍력 연계 ESS 가중치는 4.5에서 4.0으로 떨어지게 된다.

업계 소식을 들어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업체들은 가중치 연장 여부를 놓고 비공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연장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이 설득력 있다. 이미 2017년과 지난해 6월 2차례나 연장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산업부가 3번이나 연장하는 방안에는 부담을 느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중치가 하락할 경우 ESS 시장 매력은 더 떨어지게 된다.

배성용 이맥스파워 대표가 지난 30일 세미나허브 주최로 열린 '2020년 태양광발전사업 정책제도 개선 방향과 REC 하락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서창완 기자]
배성용 이맥스파워 대표가 지난 30일 세미나허브 주최로 열린 '2020년 태양광발전사업 정책제도 개선 방향과 REC 하락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서창완 기자]

현재 화재를 막기 위해 낮추고 있는 충전율도 ESS 산업에는 악재다. 배성용 대표는 “충전율을 70~80%로 낮추면 노이즈가 줄어 화재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도 “계산해 보면 충전율을 85%로만 줄여도 적자가 나온다. 가능하지 않은 대책인 셈”이라고 말했다.

돌파구는 해외 ESS 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배성용 대표는 세계 1위 ESS 기업인 미국 AES사와 테슬라 사례에 주목했다. AES사는 적은 용량의 배터리와 100킬로와트(kW)급 전력변환장치(PCS)로 연결된 소박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테슬라 역시 PCS가 250kW 단위로 블록화 설계돼 병렬로 20~30개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배 대표는 “국내에는 얼마 전까지 엄청 큰 배터리와 PCS를 사용하는 게 현실이었다”며 “이렇게 소박한 개념을 국내 배터리 제조사가 예전에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ESS 시장을 살린 방안에 대한 의견도 나타냈다. 그는 “ESS 시장을 살리려면 소형 태양광에 연계할 수 있는 양산형 ESS 제품을 생산하면 어떨까 한다”며 “그 중심축은 실력있는 중소기업들과 다양한 협력업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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