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올해 실적 '상고하저'...부동산 규제 여파로 내년 업황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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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올해 실적 '상고하저'...부동산 규제 여파로 내년 업황 불투명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9.12.27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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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리 상승에 채권 운용이익 하락, DLF 사태에 파생상품 발행도 줄어...하반기 이익 꺾여
- 금융당국, 부동산 PF 익스포져 건전성 강화에 이어 해외 대체투자도 규제 움직임
- 내년 부동산 PF 규제 본격화에 해외 대체투자까지 손보나...'시계제로(視界ZERO)'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금리인하 기조와 투자은행(IB) 부문 확대로 상반기 증권사 실적이 역대 최고점을 찍은 가운데 지난 3분기 대내외 악재가 불거지면서 당기순이익이 크게 감소해 ‘상고하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최근 몇 년 간 증권사들의 주요 먹거리였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고강도 규제안을 깜짝 발표하면서 자본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또한 해외 대체투자 분야에 대한 규제 강화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내년 증권업계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풀 꺾인 3분기 실적, 금리 상승에 채권 관련 이익 감소...IB 부문 수익도 크게 줄어

올해 상반기 국내 증권사는 2조 8499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놨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상반기 채권 관련 이익만 4조 4125억 원을 기록했고, IB 부문에서 1조 6575억 원의 수수료수익을 올리며 사상 최대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잠정 집계한 3분기 증권사 당기순이익은 9889억 원으로 지난 2분기보다 28.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증권사 이익에 크게 기여했던 채권 관련 이익이 3분기에 들어서자 금리가 반등하면서 감소세로 전환해 22.1% 줄었고, 상반기에 줄곧 호조를 보이던 IB 부문이 꺾이면서 2분기보다 수수료수익이 16.2% 감소해 3분기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을 제공했다.

금감원은 “미·중 무역 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향후 주식, 채권, 파생시장 등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며 “금리, 주식시장 등 잠재리스크 요인이 수익성·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해외증시 부진과 국내 DLF 사태 여파로 파생상품 관련 이익도 크게 줄어

한편, 지난 26일 발표한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파생결합증권 잔액은 111조 2000억 원으로 6월 말 116조 5000억 원보다 4.5% 감소했다.

지난 3분기 미·중 무역 분쟁과 홍콩 사태 등 악재로 해외증시가 부진했고,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까지 터지면서 파생결합증권 투자수요가 줄어 발행 및 잔액이 감소한 것으로 금감원 측은 분석했다.

3분기 중 파생결합증권 발행액은 24조 5000억 원, 상환액이 29조 2000억 원을 각각 기록해 지난 2분기보다 32.7%, 11.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3분기 주가연계증권(ELS·ELB) 발행액은 18조 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35.3%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무역 분쟁과 정치적 불안으로 홍콩 주식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홍콩H지수(HSCEI)를 기초로 한 ELS·ELB 발행이 크게 감소했다.

또한 ELS·ELB 상환액도 지난 2분기에 비해 16.2%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상반기에 비해 3분기 주요 해외지수의 상승폭이 둔화되면서 지수형 ELS·ELB의 조기상환은 직전 분기 대비 18.7% 감소했다. 6개월 이상 지난 조기상환 금액이 전체 상환액의 30.9%를 차지했다.

금리연계 DLF 사태의 영향으로 3분기 기타파생연계증권(DLS·DLB)의 투자수익률은 직전 분기 대비 1.9%포인트 감소한 1.5%(평균투자기간 1년, 연환산수익률 1.5%)을 기록했다. 3분기 중 이익 상환된 DLS·DLB의 투자수익률은 2.9%였지만 손실 상환된 DLS 투자손실률이 -57.1%을 기록하면서 전체 투자손익률은 1.5%로 집계됐다.

3분기 증권사 파생결합증권 발행 및 운용 이익은 686억 원으로 지난 2분기보다 무려 74.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실적 악화에 영향을 끼쳤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내년 부동산 PF 규제 본격화에 해외 대체투자까지 손보나...'시계제로(視界ZERO)'

지난 5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증권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고, 그 자리에서 부동산 그림자금융을 언급하며 잠재적 리스크에 선제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부동산 PF 익스포져 건전성 관리 방안’을 발표하고 증권사들의 주 수입원 가운데 하나인 부동산 PF 채무보증 확대를 강력하게 규제하고 나섰다.

금융위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금융권 부동산PF 채무보증 규모는 28조 1000억 원이며, 이 중 93% 정도인 26조 2000억 원이 증권사 몫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발표에 주식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다음 날 증시에서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약세를 보인 가운데 채무보증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메리츠종금증권은 장중 한때 주가가 13.39%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또한 최근 인기를 끌었던 해외 부동산 투자 펀드에서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자 금융당국이 곧 해외 대체투자에도 칼을 빼들 것으로 알려져 내년 증권사 실적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악화에 대비해 PF 대출, 채무보증 등 부동산 금융 현황도 함께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석호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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