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이재용 리더십' 스타일, 자신감 '레벨업'...'신비주의' 벗고 '소통·친근·겸손' 이미지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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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이재용 리더십' 스타일, 자신감 '레벨업'...'신비주의' 벗고 '소통·친근·겸손' 이미지 변신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01.17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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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딱딱한 포커페이스와 귀공자 스타일에서 직원들과 구내식당서 인증샷 등 친근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달라졌다.

새해 들어 보다 적극적인 소통과 친근한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있다. 과거 다소 딱딱한 포커페이스와 귀공자 스타일의 '신비주의' 베일을 벗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같은 모습은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 직후 문재인 대통령과 산책에서 특히 빛을 발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문 대통령 옆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등 기업인들과 함께 커피가 든 보온병을 들고 걸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청와대 산책 중 분위기 주도...최태원 회장에 친근한 농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산책 중 대화를 나누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이날 서울에는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이었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말문을 열었다.

김수현 정책실장 : "삼성과 LG에는 미세먼지연구소가 있다고 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공부를 더 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 때문에 연구소를 세웠습니다" 

곧이어 이 부회장은 뒤따르던 구광모 LG 회장에게 질문을 넘겼다.

이재용 부회장 : "미세먼지연구소는 LG가 먼저 시작하지 않았나요?" 

구광모 LG 회장 : "그렇습니다. 공기청정기 등을 연구하느라 만들었습니다"

이후에도 이재용 부회장은 문 대통령, 최태원 SK 회장 등과 친근한 대화가 이어졌다.
 
이재용 부회장 : "지난번 인도 공장에 와 주셨지만 저희 공장이나 연구소에 한 번 와 주십시오."
 
문재인 대통령 : "얼마든지 가겠습니다.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짓는다거나 연구소를 만든다면 언제든지 가죠. 요즘 반도체 경기가 안 좋다는데 어떻습니까?"
 
이 부회장 : "좋지는 않습니다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거죠."
 
최태원 SK 회장 : "삼성이 이런 소리 하는 게 제일 무섭습니다"
 
이 부회장 : (최 회장 어깨를 툭 치며) "이런, 영업 비밀을 말해 버렸네"
 
최태원 회장 : "반도체 시장 자체가 안 좋은 게 아니라 가격이 내려가서 생기는 현상으로 보시면 됩니다. 반도체 수요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가격이 좋았던 시절이 이제 조정을 받는 겁니다"
 
문 대통령 : "우리는 반도체 비메모리 쪽으로 진출은 어떻습니까?"
 
이 부회장 : "결국 집중과 선택의 문제입니다. 기업이 성장을 하려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청와대 산책에서 대화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모습이었다.

이 부회장이 나이가 8살이 많은 맏형격 최태원 회장에게 어깨를 살짝 치며 친근하게 농담을 던지는 모습도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이 부회장은 최 회장과 남북정상회담 동행 등 여러 행사에서 자주 만났던 터라 허물없이 친하게 지내고 있던 것.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네번의 만남...적폐수사에서 ‘경제 현안 건의자’로 위상 제고 ​

이날 이 부회장은 문 대통령과 네번째 만남이었다.

첫 번째 만남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9일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 스마트폰 공장 준공식에 참석했을 때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노이다 공장 준공 축하인사를 건넨 뒤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께서 멀리까지 찾아주셔서 여기 직원들에게 큰 힘이 됐다"면서 "감사하고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과 첫번째 만남에서 거리두기 모습이었다. 이 부회장은 90도 인사를 하고 자리도 떨어져 앉아야 하는 등 긴장관계였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 오른쪽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 부회장이 앉았다. 테이프 커팅 때도 이 부회장은 문 대통령 옆에 서지 않았다. 

두 번째 만남은 지난해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기업인들과 함께 방북한 자리였다. 이 부회장과 문 대통령은 일정상 서로 대화를 길게 나눌 수는 없었다. 

지난해 9월 방북 시 가수 알리가 이재용 부회장, 북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가수 지코 등과의 사진을 찍어주는 장면. 이 부회장은 방북 때 딱딱한 포커페이스가 많았으나 이 사진 촬영 때는 미소를 지었다.

세 번째는 지난 2일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신년회에 최태원 SK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 재벌 총수들이 초청받았을 때다. 물리적으로 이야기 나눌 시간이 없었다. 

지난 2일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신년회 모습.

이날 이 부회장은 주차장까지 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도중 취재진에게 "떡국 먹었어요" 같이 가벼운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이 부회장과 문 대통령은 보다 편안하고 친근한 모습이었다. 

이 부회장은 이날 대화에서 "수출실적이 부진해 국민에게 걱정을 드린점 송구하게 생각한다"면서 "국제정치의 불확실성이나 시장축소는 핑계일 수 있다"고 자세를 낮췄다.

이어 "자만하지 않았나 하는 성찰도 필요할 것 같다"면서 "설비와 기술, 투자 등 노력해 내년 이런 자리가 마련되면 당당히 성과를 이야기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3년간 일자리 4만명 약속은 꼭 지키겠다"면서 "질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기업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기업 의견 경청해 주면 기업도 신바람 나게 일해 '함께 잘 사는 나라'가 될 것"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 모습. 이재용 부회장은 대통령 바로 뒤 왼쪽에 앉았다.

지난해 8월 삼성그룹이 발표한 3년간 180조원 투자, 4만명 고용 등 '경제 활성화ㆍ일자리 창출 방안' 약속 이행을 언급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께서 혁신기술인력 중점지원하겠다고 말하고 고용부와 과기정통부에서 석박사, ICT,AI 인력 양성 지원하겠다고 해 너무 감사했다"면서 "차세대 반도체 등으로 미래산업이 창출되면 행사장에 걸린 캐치프레이즈 '기업이 커가는 나라'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정부도 좀 더 기업 의견을 경청해 주면 기업도 신바람 나게 일해 캐치프레이즈 '함께 잘 사는 나라'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마무리했다. 

이날 이 부회장은 '기업이 커가는 나라'와 '함께 잘 사는 나라'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철학과 이날 행사의 컨셉을 거론하면서 '할말'을 다 한 셈이다.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네 번의 만남 과정을 두고 ‘적폐수사 대상’에서 ‘접견·수행인’을 거쳐 ‘경제 현안 건의자’로 위상 변화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같은 변화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0일 수원사업장을 찾아 이재용 부회장과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예견되기도 했다. 

사회적 난제 해결 앞장...백혈병 분쟁 타결, 삼성전자서비스 직접 고용 등 

이낙연 총리가 지난 10일 수원사업장을 방문하자 이재용 부회장이 반갑게 안내하고 있다.

이에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그간 사회적 난제 해결을 통해 문재인 정부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삼성은 이전부터 삼성사회봉사단과 계열사별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왔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 체제 이후 한층 더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11년여를 끌어온 '반도체 백혈병 분쟁'이 삼성의 조건없는 수용으로 최종 마무리됐다. 같은달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비정규직 8700여 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하는 협상을 마무리했다. 8월에는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방안'을 발표하면서 중소기업과의 상생 활동을 대폭 강화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경기도 수원의 삼성전자종합기술원에 '미세먼지연구소'를 설립했다. 기업의 혁신 역량을 투입해 사회적 난제 해결에 일조하겠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 새해부터 수평적 리더십 '현장 소통경영'...구내식장에서 직원들과 인증샷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 스타일은 새해부터 크게 변화했다. 지난해에는 해외에 자주 머물렀던 반면 올해는 현장 소통경영으로 바뀌었다. 지난 3일 경기도 수원사업장의 5G 네트워크 통신장비 생산라인 가동식에 참석한데 이어 다음 날에는 경기도 기흥사업장을 찾아 반도체(DS) 부문 경영진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재용 부회장이 식판을 든 채 수원사업장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인증샷 사진을 찍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이 식판을 들고 직원들과 덕담을 나누며 인증샷 사진을 찍는 모습은 수평적 리더십의 사례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큰 화제가 됐다. 이후 인터넷 상에는 이 부회장의 친근한 이미지를 활용한 콘텐츠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인터넷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친근한 모습을 활용한 콘텐츠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수행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귀공자 스타일에 다소 딱딱한 모습이었다"면서 "이 부회장이 새해 첫 행보부터 소통행보를 보이는 것은 내외부 의견을 반영한 변화가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HR전문가 안현진 코치는 "젊은 총수가 등장하면서 시대 변화에 맞는 수평적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은 쇼잉이라 할지라도 긍정적 변화"라면서 "하지만 현실과 괴리감이 클 경우 직원들 박탈감이 클 수 있다. 실질적 노사협의기구를 통한 제도적 장치, 기업문화 차원에서 꾸준한 변화 노력 등이 중요한 관건"이라고 밝혔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아 삼성전자는 100년 기업을 향한 '뉴(New) 삼성'으로 도약에 나선다. 이재용 부회장이 자신부터 자신감을 '레벨업'시킨 후 소프트파워 시대에 맞춰 겸손하면서도 친근한 소통에 의한 현장경영에 나선 것은 도약을 위한 시작이라는 점에 주목된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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