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에 쏟아진 '규제개혁 봇물'...이재용·정의선·최태원·황창규 등 기업인 요구사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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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에 쏟아진 '규제개혁 봇물'...이재용·정의선·최태원·황창규 등 기업인 요구사항은?
  • 고수연 기자
  • 승인 2019.01.1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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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보호 완화, 행정명령 입증책임제 도입, 네거티브로 인식 전환 등 의견 제시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 대화를 계기로 규제 개혁이 중요한 아젠다로 급부상하면서 향후 규제에 발목이 잡혀있는 4차산업혁명 및 신사업 분야 등 활로가 개척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2019 기업인과의 대화를 개최한 가운데 참석한 대표기업들은 개인정보보호 완화, 행정명령 입증책임제 도입, 네거티브로 인식 전환 등 여러 규제 개혁 의견들을 쏟아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형 규제박스가 곧 시행되면 신사업 육성을 위한 규제혁신도 신속히 이뤄질 것”이라며, “이미 십여 건의 융복합 신사업이 신청·준비 중에 있고, 정부는 또 신기술·신사업의 시장 출시와 사업화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인사말과 함께 규제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드러냈다.

황창규 회장 "4차 산업혁명 시대, 개인정보보호 규제 발목 잡혀"

황창규 KT 회장

첫번째 발표자로 나선 황창규 KT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 데이터는 ‘쌀’과 같은 존재라면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모든 분야에서 데이터 활용이 극대화하기 위해 개인정보보호 규제를 풀어달라 요청했다.

황창규 회장은 “2015년 메르스가 발생해서 200명의 사상자를 냈다. 2018년 조기에 진압됐고, 사상자가 전혀 없었다. 그 재난 속에서도 정부가 KT에게 개인정보인 로밍 데이터를 사용을 허락했고, KT는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해 환자가 접촉한 모든 사람들을 식별해 조기 격리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황 회장은 “전세계 인류에 공헌할 수 있는 AI나 빅데이터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이 부분에서 좀 더 규제를 풀어줬으면 한다. 비식화 개인정보를 좀 더 활성화하면 나라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황 회장의 의견에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규제 샌드박스법이 17일부터 발효될 예정으로 상당한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 예상한다”며, “개인정보 3법은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통과되면 규제 샌드박스와 더불어 굉장한 가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종태 퍼시스 회장, ‘행정명령 입증책임제’ 도입해야 

세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종태 퍼시스 회장은 규제 개혁에 대한 원론적인 접근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이종태 퍼시스 회장

이종태 회장은 “수십 년 간 유지된 규제는 폐지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기업이 규제를 왜 풀어야 하는지 호소하고 입증하는 현재의 방식보다는 공무원이 규제를 왜 유지해야 하는지 입증케 하고, 입증에 실패하면 자동 폐지토록 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며, “그러면 기업 자율, 시장 감시, 정부 감독에 맡겨도 될 사전 규제의 일괄 정비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과거 교육부가 교육개혁 시 소관 행정명령을 일괄 없애고, 필요성을 입증한 것만 남기는 방법을 적용했으며, 그 결과 규제 5,332건 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2,639건을 폐지 또는 완화하는 성과를 냈다”고 선례도 언급했다.

이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신산업 분야에서 우리 정부가 못 할 게 없다는 의미에서 적극적으로 신산업 분야의 규제를 혁파해 나가겠다”며,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 아주 의미 있는 적용사례가 나오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답변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규제혁신을 위해서 법률의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입법절차상 시간이 걸리겠지만, 행정명령으로 이뤄지고 있는 규제 같은 경우는 우리 정부가 보다 선도적으로 노력해 나갈 수 있다”라고 덧붙여 말했다.

최태원 회장, "혁신성장을 위한 실패 용인, 사회적 코스트 절감, 최고의 인력 접근 필요"

최태원 SK 회장

네번째 토론자로 나선 최태원 SK 회장은 규제 샌드박스에 대해 ‘혁신성장을 주도할 때 세 가지 당부’를 조언했다.

최태원 회장은 “첫번째, 혁신성장을 하기 위해서 기본 전제는 실패에 대한 용납”이라며, “기본적인 철학적인 배경이 실패를 해도 좋다”라는 생각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이어 “두번째 코스트가 충분히 낮아질 수 있는 그런 환경을 정부와 사회와 기업이 같이 만들어야 혁신성장이 가능”하며, “세 번째는 좀 최고의 인력이 접근할 수 있어야 된다”고 밝혔다.

곽재선 KG그룹 회장 "포티지브에서 네거티브로 인식 전환 필요"

그 다음 발표자로 곽재선 KG그룹 회장이 나서며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곽재선 회장은 “우리나라 법과 제도는 포지티브방식, 즉 ‘무엇 무엇이 되고, 다른 것은 안 된다’로 되어 있어서 창의성을 갖기 어렵다”며, “이것을 ‘무엇 무엇은 안 된다’는 네거티브방식으로 바꾸고, 그 외의 것은 다 된다로 바꾸어야 창의성이 생긴다”고 소신을 밝혔다.

곽 회장은 덧붙여 “우리나라 공직자가 소신 있게 못하는 것은 감사원의 정책감사 때문이다. 나중에 문제되지 않게 하려고 적극적으로 안 한다. 독일, 미국 등은 정책감사 없이 회계감사만 한다. 공무원들이 유연성 있게 상황을 판단할 수 있도록 대통령님께서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규제를 지금의 포지티브, 뭐만 할 수 있는 법에 할 수 있다고 규정된 것 외에는 할 수 없다고 해석되는 규제 체계를 거꾸로 네거티브 규제 체계로 할 수 없는 것을 규정하고, 못하게 되어 있는 것 외에는 다 할 수 있는 그런 규제로 바꿔야 된다는 것은 여러 차례 우리가 강조하고 있다”며, “우선 이번에 규제 샌드박스가 시행되면 해당 지역에서는 제한적으로 그 실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경과를 봐서 최대한 규제 체계를 바꾸어 나가는 데 노력하겠다”고 회답했다.

문 대통령은 또 “소극적 행정에 대해서 문책하는, 그래서 적극행정을 더 장려해 나가는 그런 행정 문화까지도 만들어 나가겠다”고 덧붙여 말했다.

그 밖에 우오현 SM그룹 회장의 “부채비율이 조금만 높아도 자금조달이 어려워 사업추진이 어렵다”는 의견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재무구조 관련 부분은 부채비율 높아지지 않고 자금조달이 가능한 방법은 장기후순위 채권을 인수하거나 투자하는 방식이 있다. 

해수부·금융위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수립하여 실행하고 있고, 해양진흥공사 등의 장기저리자금이 지원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해 보도록 하겠다. 이 문제에 대해 재무구조 전문가와 기업이 의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반도체 산업, 미국과의 자동차 관세 문제 등 기업의 애로사항에 대한 정부의 이해와 지원을 에둘러 요청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정부는 지속적으로 규제혁신 의지를 피력하고 여당과 노력해왔다. 기업 입장에서 속도에 아쉬움 있을 수 있다"며 "규제혁신 부분은 대한상의와 정부가 TF를 구성해 머리를 맞대고 하나하나 검토하며 성과를 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는 말로 자리를 마쳤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최저임금, 주52시간, 원전 문제 등 불편한 주제들도 나왔으나 오히려 공개적인 대화를 통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가 됐다"고 밝혔다. 

어제 현장 16명 건의, 사전 30건 질문 등 기업인 목소리 후속조치 여부 주목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나온 현장의 목소리를  현장의 반영해서 후속 조처를 빈틈없이 진행하라고 윤종원 경제수석에게 지시했다.

청와대측은 "어제 간담회에서는 기업인 16명의 현장 건의가 있었는데, 관련 부처가 충실히 검토해서 공식 답변을 주기로 했다. 또 이번 간담회에 앞서 청와대는 사전 질문을 30건을 받았다"며 "그 중 12건은 어제 현장 질문에서 소화가 됐다. 나머지 18건을 포함해서 30건에 대해 답변을 해서 대한상의에 보내기로 했다"고 후속조치를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청와대 상춘재에서 기업인들과 호프 미팅 이후 기업인들의 규제 개혁 요구사항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가 많은 만큼 앞으로 제대로 규제 샌드박스 등이 작동할지 지켜볼 일이다. 

고수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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