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어때측, ‘범죄사실과 무관’... 빠른 대처 나서
2014년 숙박 예약 애플리케이션 출시 이후 4년 만에 숙박 앱 1위를 차지하는 등 신화적인 스타트업 기업인 ‘여기어때’(위드이노베이션)가 오너리스크에 처했다.
최근 음란물 유포를 방조한 웹하드의 실소유자인 것으로 경찰 수사를 받은 심명섭 여기어때 대표가 검찰로 송치되며, 여기어때의 위기가 본격화됐다.
충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심명섭 대표가 2017년 12월 6일부터 2018년 9월 20일까지 427만여 건의 음란물이 유통되는 것을 방조했다고 보고 있다.
심 대표가 실소유한 것으로 의심되는 웹하드 두 업체에서 유통된 음란물 중에는 아동·청소년 음란물 172건, 불법촬영물(몰래카메라) 40여 건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아동청소년보호법 위반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가 “범죄사실과 여기어때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은 ‘음란물을 유통해 번 돈으로 여기어때를 세운 것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30일 심 대표가 전격적으로 여기어때 대표직을 사임하면서 자신의 범죄 혐의가 여기어때 전체의 위기로 가는 것을 차단하고자 했으나, 이미 일부 시민들은 자신의 SNS와 뉴스 댓글을 통해 여기어때를 비난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음란물 유통 웹하드로 돈 벌어서 여기어때 차린 거죠. 엄중한 수사 부탁드립니다. 피해자들의 피눈물이 있습니다”라고 댓글을 달기도 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야동 팔아 떼돈 번 놈들이 버젓이 성공한 벤처사업가 행세를 하고 있었으니”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여기어때 직원들 힘내십시오”라는 글도 있었으나 극히 소수에 그쳤다.
심명섭 대표는 대구에서 상업고등학교와 전문대를 졸업하고, 2002년부터 제휴마케팅 스타트업 사업을 시작한 후 웹하드 등 여러 IT기반 사업을 진행하다가 숙박 앱 사업인 여기어때를 통해 대성공을 거뒀다.
지난 10월 기준 여기어때는 예약 누적 건수 1500만건을 돌파하는 등 국내 대표적 숙박 예약 서비스로 자리 잡았고, 수백억원 대의 투자를 유치하며, 상장시 7000억원 가량의 기업가치가 있을 것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여기어때의 지난해 매출은 520억원, 영업이익은 60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어때 측에 따르면, 올해 매출은 성장하지만, 영업이익은 과감한 선투자로 인해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또 여기어때는 젊은 구성원과 혁신적인 기업문화로 많은 언론으로부터 조명받기도 했다. 주 35시간 근무제를 선도적으로 도입해 월요일 출근시간을 오후 1시로 늦추었고, 35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에 매출이 두 배로 늘어 생산성과 워라밸(일과 여가의 균형)을 모두 잡았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스타트업의 신화로 평가되던 여기어때의 오너리스크를 바라보는 스타트업계의 당혹감도 큰 것으로 보인다.
심명섭이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던 혁신 이미지가 ‘음란물 유통 방조’라는 최악의 악재로 뒤바뀌면서 스타트업의 정점으로 불리던 여기어때의 리스크 관리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여기어때는 심 대표의 검찰 송치가 알려진지 이틀 만에 심대표가 전격 사퇴하는 등 빠른 대처에 나섰다. 이후 심 대표의 혐의사실이 여기어때로 번지는 것을 적극적으로 차단할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초 벤처 신화가 거품으로 드러나던 상황을 목도했던 많은 사람들은 이번 심 대표 사태가 제 2의 벤처 거품의 신호탄이 될지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