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바꿔야 할 네 가지...기조실·문화·낙하산·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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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바꿔야 할 네 가지...기조실·문화·낙하산·노조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8.11.21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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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적 제조문화, 기조실-인사-재경 무소불위 '갑질'...4차산업혁명 오픈이노베이션 변화해야

현대자동차그룹이 최악의 실적을 비롯 대내외 악재로 총체적인 위기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기존 조직의 근본적 문제점을 진단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지않는 조직구조, 기업문화, 낙하산 인사, 노조 등 전반에 걸친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9일 미래 기술 분야에 대한 임원인사에 이어 지난 16일 중국사업본부에 대한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실적 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와 미래 성장동력 대비 등을 통한 변화를 예고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 내외부에서는 경영진에 대한 세대교체를 통한 근본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미래 모빌리티 시대 선도에 나섰다. 하지만 수직적 조직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월,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 부회장에 등극한 정의선 경영체제가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위기극복을 위해 앞장 서 국내외 종횡무진 활동에 나서고 있으나 과거에 머물러 있는 '복지부동' 조직의 한계에 봉착한 형국이다. 

업계에서는 정의선 수석 부회장으로서는 정몽구 회장이 건재한 상태에서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현대차그룹의 운명과 미래를 걸고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건희 회장이 과거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꾼다'고 했던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반추해야 한다는 말까지 회자된다. 

이제는 위기는 곧 기회라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이 그간 곪아터진 곳을 찾아 대수술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 

자동차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21일 "정의선 수석 부회장은 기획조정실(기조실) 파워, 귀족 노조, 인사-재무 낙하산 인사, 제조업 문화 등에 대한 근본적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 기조실은 사실상 그룹을 좌지우지하는 막강 파워를 자랑한다. 그간 현대차그룹을 수직계열화하여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게 한 중요한 역할을 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기조실은 오픈이노베이션이 중요한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지 않다고 지적받고 있다.

현대차그룹 기조실은 1실이 현대차 등 주력사, 2실이 계열사, 3실이 재경 등을 담당하고 있다. 기조실 구성원은 주력 기업 등에서 차장·부장급이 차출돼 파견 형태로 근무하고 있다. 기조실은 최고 정점의 권력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그룹 내외부 평가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향한 성장동력발굴 등 다양한 시도에 나섰다.

현대차 계열사의 한 전직 임원은 "절대 튀면 안되니까 기조실 눈치만 본다"며 "현대차그룹에서 계열사 CEO가 절대 언론 인터뷰나 홍보를 하지 않는 것은 기조실이나 회장 눈 밖에 나지 않도록 납작 엎드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른 그룹의 경우 자사 브랜드 제고 및 판매 촉진을 위해 각 계열사 대표이사 CEO가 앞장 서 홍보마케팅에 적극 나서는 것과 대조적으로 현대차그룹 계열사 대표는 외부 홍보마케팅은 기피하고 내부홍보에만 눈치보는 현실을 얘기한 것.

실제로 기조실의 차장급이나 부장급이 계열사를 방문할 때 계열사 대표가 나와서 인사하고 안내를 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각 계열사는 자사 보도자료를 내보려면 1주일 전에 기조실에 보고를 해야 한다. 계열사의 일거수 일투족 경영일정 등이 매주 보고가 된다. 그야말로 전근대적 통제가 회장을 보좌하는 기조실에서 벌어진다. 

현대자동차그룹 관련 한 관계자는 "기조실이 주말에도 연락해 자료 요구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기조실을 위한 페이퍼워크 작업을 하는데 단순 반복 일을 한다"고 푸념했다. 

창의적이고 유연한 오픈이노베이션 문화는 전혀 발붙이기 어려운 상명하달식 수직문화가 현대차를 지배하는 한 단면이다. 각 계열사가 새로운 변화나 창의적 실험을 하기가 매우 어려운 이유다. 

한 그룹사 임원은 "왜 기조실이 존재하는지 모르겠다"며 "4차산업혁명시대인데 과거 제조시대의 수직적 업무로는 미래가 없다"고 현실을 진단했다. 갑질 업무에 익숙한 기조실의 문제점을 꼬집은 것. 

또한 현대차그룹의 문제점으로 낙하산 문화가 지적된다. 현대차그룹에는 골품제도처럼 업무에 따라 신분이 다르다는 얘기가 나돈다. 인사, 재경(재무)업무의 경우 그룹에서 직접 각 계열사에 팀장, 임원 등을 내려보내는 제도가 존재한다. 인사 및 재경이 갑이 되는 셈이다. 

각 계열사 대표 조차 인사팀장이나 재경팀장에 대한 인사권은 제대로 없다는 얘기다. 기조실의 통제에다가 인사 및 재경 관련 업무까지 그룹에서 좌지우지하는 셈이다. 

한 그룹사 관련 직원은 "그룹에도 갑을병 식으로 서열이 있는 것 같다"며 "그룹 본사에서 낙하산으로 고위직 인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비전이 없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 본사

현대차그룹이 수직계열화로 제조업시대에 어느정도 성공을 거두었지만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수직적 문화가 독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는 이유다. 

이같은 기조실의 통제, 인사 및 재경 권력, 갑을병 서열 그룹내 갑질문화 등이 문제라는 것. 

특히 이른바 '귀족노조'에 대한 문제는 이미 사내외에서 수많은 지적이 있었다. 강성 노조로 인식되는 현대차 노조는 최근 광주형 일자리 문제로 파업을 경고하는 등 경영권에 까지 간섭할 정도로 그룹내 영향력이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생산라인을 멈추는 식의 파업이 강력한 무기"라며 "이같은 투쟁식 노조 행태로는 향후 자율주행차 등 시대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며 노조 문제점을 일갈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최근 어려운 경영상황에서도 3000명의 노조원을 대상으로 총 4박5일 일정의 중국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 노조는 그간 노동자 위상 제고 등 역할도 컸으나 최근 들어 귀족노조 갑질 등 비판이 커지고 있다.

자동차 전문가는 "허리띠를 졸라매도 시원찮은데 고비용·저생산성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없다"며 "1인당 200만원씩만 잡아도 60억원 규모인데 뭔가 잘못 됐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현대차 노조 장기근속자에 대한 자녀 채용 우대제도까지 있어 고용세습 논란도 있다. 이미 '갑질 노조'에 대한 얘기는 우리 사회 전반에서 문제점을 인식하는 상황이다. 과거 투쟁적 방식에서 상생의 노사문화가 선결과제인 것.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4차산업혁명 파고에 맞서 혁신과 변화를 선택했다. 하지만 여전히 현대차그룹 내에서 과거 제조시대의 전근대적 문화가 지배하고 있다. 창조적 파괴를 하지 않고서는 현대차의 위기 극복은 물론 향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미국과 중국 무역전쟁을 비롯 대내외 환경이 사면초가 형국"이라면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새로운 시대의 리더인 만큼 읍참마속의 자세로 이번 기회에 그룹내 혁신을 이뤄야 미래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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