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박용만 '표정관리' VS 전경련 허창수 '씁쓸', 재계 평양행 '희비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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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박용만 '표정관리' VS 전경련 허창수 '씁쓸', 재계 평양행 '희비 교차'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8.09.1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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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전 김대중 대통령 방북 때 전경련 2명 동행, 대한상의 제외 '상전벽해'

오늘부터 20일까지 이어지는 남북정상회담을 비롯 남북경제협력 논의 과정에서 경제계 리더를 상징하는 대한상공의소 박용만 회장(두산인프라코어 회장)과 전국경제인연합회 허창수 회장(GS그룹 회장)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이번 방북에서도 청와대와의 경제계 대표 및 창구 역할과 함께 동행하면서 '표정관리'에 나선 반면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또 배제되면서 '전경련 패싱'이 일상화되는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방북하는 경제단체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필두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으로 확정됐다. 반면 경제 5단체 중에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과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방북자 명단에서 제외된 바 있다. 사실 전경련은 지난 정부까지 줄곧 경제계 '맏형'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뼈아프다.

이에 대해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경제단체는 활발히 활동해 온 분들과 함께하려고 했는데 전적으로 수적 제한 때문에 빠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 전경련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적폐'로 낙인찍힌 주홍글씨 때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좌)과 허창수 전경련 회장.

실제로 현 정부 들어 전경련은 대통령 해외 순방 및 주요 행사 등에서 대부분 배제됐다. 작년 5월 문 대통령 취임 이후 국정 제1과제인 일자리위원회 보고서 명단에서 전경련은 제외된 것을 시작으로 대통령 해외순방에서도 모두 배제돼왔다. 

작년 6월부터 문 대통령은 미국‧인도네시아‧중국‧베트남‧아랍에미리트‧러시아‧싱가포르‧인도 등을 차례로 방문했지만 경제사절단 동행 명단에서 전경련은 한번도 초대받지 못했다. 올해 8월 개최된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에도 전경련은 참석하지 못했다. 특히 한-중-일 서밋은 작년까지 전경련이 계속 주관해온 행사라는 측면에서 굴욕적인 상황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도 전경련은 초대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 주요 경제단체장은 물론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주요 그룹의 최고경영자에게 동행 여부를 사전에 문의한 것과 대조적이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올해 4월 남북정상회담 때 재계 인사로는 유일하게 판문점 행사에 초대됐으며, 이번 평양정상회담을 앞두고는 경제사절단 구성 문제를 놓고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과 협의하기도 했다. 사실상 현 정부가 대한상의를 재계 대표 및 협상 파트너로 인정한 것이라는 얘기다.

대한상의는 각종 대북 사업도 활발하게 준비 중이다. 정책자문단 산하 남북경협분과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과거 폐지했던 남북경협위원회를 부활시킬 전망이다. 17만 중소기업 회원사를 보유한 대한상의가 개성공단 사례처럼 남북경협이 중소기업들에게 유리한 특성도 있다. 전경련이 대기업 위주로 구성된 것과 비교되는 대척점이다.

이번 방북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이 초청을 받았다. 정의선 수석 부회장은 관세 협상 관련 미국 상무장관 등 선약에 따라 불참했다.

사실 전경련은 이번 방북과 남북경협 무드를 대비해 준비를 해왔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지난 7월말 전경련은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실행과 관련 상설 조직체로 ‘남북경제교류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초대위원장으로 범 현대가 출신 정몽규 HDC그룹 회장을 선임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세부 위원 구성은 물론 출범식도 거행하지 못한 실정이다.

지난해 전경련은 이름 변경, 조직 축소 등 혁신안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현재까지 이름 변경은 실행으로 옮겨지지 못했다. 대안이나 효과가 마땅치 않기 때문. 허창수 회장은 지난 8월, 경제인 미션단은 이끌고 베트남을 방문해 베트남 총리 등 주요 정부 인사 및 현지 기업인들과의 만나는 등 국제 경제교류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렇지만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이 현 정부와의 관계개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국제 네트워크가 강한 전경련의 자산을 활용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현 상황 타개책 등에 대한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이같은 전경련 위상 추락에 대해 허창수 회장이 대내외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전경련을 전면 개혁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 또한 허창수 회장의 GS그룹이 전경련 회장사로서 현 정부가 추진하는 '재벌가 일감몰아주기' 문제 해소에 부진한 것은 물론 상반기 고용이 오히려 줄어드는 등 오히려 정부 시책과 반대로 비추어진 사례들이 악영향을 주었다는 분석도 있다.

대한상의와 전경련은 이번 방북에서 위상 변화 관련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대한상의와 전경련은 18년만에 운명이 뒤바뀐 '상전벽해'라고 할 수 있다. 전경련은 지난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경제단체 맏형으로서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방북했었다. 당시 남북정상회담에선 당시 전경련은 손병두 전경련 상근부회장과 전경련 산하 남북경협위원회 장치혁 위원장 2명이 방북에 동행했다. 대한상의는 방북 명단에서 제외됐다. 당시 대한상의는 전경련과 비교되면서 위상 문제에 대한 비판에 시달렸다. 현재와 정반대다.

업계에서는 현 정부가 전경련을 고의로 배제하고 있다며 ‘전경련 패싱’에 대한 우려를 내놓기도 한다. 전경련은 미국, 유럽 등 세계 주요 국가와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강한 단체인 만큼 우리나라 경제 발전을 위해 현 정부가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지난 총회에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싱크탱크로의 도약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사회 각계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올해 혁신성장을 위한 5대사업을 추진, 우리경제의 핵심과제인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올해 △일자리 창출 △4차 산업혁명 선도 △저출산 대응 △신시장 개척 △통일경제 기반 조성 등 5대 핵심사업을 추진해 신뢰회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편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올해 취임 5주년을 맞고 재계 대표로서 최고의 위상을 과시하고 있다.
어쩌면 박용만 회장이 지난 2014년 대한상의 회장을 맡았을 때 제주하계포럼에서 농담삼아 던진 '호기'가 현실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 비교할 걸 비교해야지. 대한상의 역사는 100년이 넘는데 어떻게 전경련과 비교해. 상대가 안돼….”

당시 비공개 자리에서 웃자고 한 얘기였다. 결국 박용만 회장은 현재 대한민국 재계의 '맏형' 위상이 됐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대한상의와 전경련의 위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으로 남게 됐다. 정권 입맛에 따라 경제계 대표 위상이 극명하게 갈라지는 일이 계속되는 것은 과연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바람직할까 생각해볼 대목이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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