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초청 주체 논란 확산되는 이유...미국 대북 제재 국면에 남북경협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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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초청 주체 논란 확산되는 이유...미국 대북 제재 국면에 남북경협 문제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8.09.1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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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황호영 지도국장 "우리가 오시라고 말씀드렸다" 일파만파...청와대 거듭 부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구광모 LG 회장 등 주요 그룹 경제인의 방북을 어느 쪽이 요청하거나 결정했는지를 놓고 남북한 사이에 이견이 표출되면서 '거짓말' 논란이 일고 있다. 

북한 측이 “우리가 오시라고 했다”고 하자, 남한 측은 거듭 “경제인 방북은 전적으로 우리가 결정한 일”이라고 부인하고 나섰다.

사소한 차이로 비칠 수도 있지만 도덕성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 와중에 남북 경제협력을 거론하는 자리여서 대내외적으로 껄끄러운 대목이다.

청와대는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방북은 북한이 아닌 우리 측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거듭 해명했다.

청와대 고위 당국자는 “우리 쪽에서 요청한 것”이라며 북한이 이 부회장을 특별히 지목해서 방북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전날에도 “경제인들의 방북과 관련해서 북측의 요청이 있었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는데, 사실은 전혀 아니다”며 “방북 수행단 결정은 전적으로 저희 정부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방북 수행단 결정은 전적으로 우리 정부에서 결정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윤 수석은 “남북관계의 미래를 위해서 경제인들의 수행단 참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우리 경제인들이 북한을 방문한 것은 단지 이번뿐만이 아니다. 이전에 있었던 모든 정상회담에서도 경제인들이 다같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전날 방북 경제인들이 평양시 인민문화궁전에서 리용남 내각부총리와 면담하던 자리에서 벌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우측)과 구광모 LG 회장이 방북해 북한 측 인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평양은 처음 와봤다. 마음에 벽이 있었는데 이렇게 와서 직접 보고 경험하고 여러분을 뵙고 하며 ‘이게 한민족이구나’라고 느꼈다”며 “호텔 건너편에도 한글이 쓰여 있고, 우연히 보니 평양역 건너편에 새로 지은 건물에 ‘과학중심 인재중심’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삼성의 기본경영 철학이 ‘기술중심 인재중심’이다. 더 많이 알고, 신뢰 관계를 쌓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친근감을 표했다. 

이에 리룡남 부총리가 “우리 이재용 선생은 보니까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던데”라며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서도 유명한 인물이 되시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웃으며 “알겠다”고 답했다.

삼성전자는 2000~2010년 평양에서 대동강TV라는 이름으로 부품을 가져간 뒤 조립하는 위탁가공 생산한 경험이 있으나, 이후 남북 경협에는 소극적이었다.

이후 황호영 북한 금강산국제관광특구 지도국장이 이재용 부회장과 인사하던 중 불거졌다.

북한 황호영 국장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많이 봤습니다”라며 “우리가 오시라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 측이 이재용 부회장의 방북을 먼저 요청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황호영 국장의 발언이 이재용 부회장만을 대상으로 한 말인지,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을 포함 주요 그룹 경제인들을 합쳐서 지칭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지난 2000년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와 달리 이번에 처음 삼성그룹 총수가 직접 방북한 사실에 비추어볼 때 황 국장의 말은 일단 이재용 부회장을 지칭했을 개연성이 높다.

한국 재계 1위 대표주자이자 글로벌 기업인 삼성그룹의 총수가 처음 평양에 갔다는 자체부터 국내외에 던지는 메시지가 상당히 크다.

또한 황호영 국장의 발언 시점도 다른 해석을 불렀다. 경제인이 평양에 도착한 뒤, 인민문화궁전 면담 전에 미리 윤영찬 수석이 ‘남측의 결정이었다’는 점을 굳이 강조한 뒤에 황호영 국장이 말했기 때문이다.

북한 측이 의도적으로 한 것인지, 단순 실수인지부터 불명확하다. 실제로 북한 측이 먼저 초청을 한 것인데 남한 측의 저자세로 보고 불만을 표출한 것인지 등 여러가지 추측을 낳고 있다.

남한 측이 먼저 경제인 방문을 제의하자 북한 측이 오라고 한 것인지, 그 과정에 이재용 부회장을 특히 지목한 것인지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원래 방북 제의 명단에 이재용 부회장이 들어 있었는데 이를 보고 북한 측이 이재용 부회장이 와도 좋다고 했다는 뜻인지 명확한 사실관계가 필요하다. 

이번 논란은 청와대에 부담이다. 북한 비핵화 진전을 위한 미국과 UN의 대북 제재가 풀리기도 전에 남북 경협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 곱지잖은 시선이 나오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비판을 불렀다는 지적이 많다. 어느 쪽이 먼저 요청한 것보다는 남북 간 경제협력 방안을 큰 틀에서나마 논의하는 자체의 의미에 흠집을 낼 수 있다.

이와 관련 북한 측이 추가 입장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사이에 두고 남북정상회담 방북 과정에서 최대 이슈가 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어디를 가나 관심과 논란의 중심에 있어 마음이 편치 않은 방북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또한 이재용 부회장을 어느 쪽에서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한 동안 논란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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