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정의선 시대' 앞당긴 세가지 이유는?...정몽구 건강·글로벌·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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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정의선 시대' 앞당긴 세가지 이유는?...정몽구 건강·글로벌·소프트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8.09.1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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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방북 대신 16일 미국 상무장관 등 미팅 참석...대내외 환경 변화 리더 역할 '관심'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정의선 부회장을 그룹 총괄 수석 부회장으로 전격 임명하면서 정의선 경영체제로의 '세대교체'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이같은 정의선 수석 부회장 임명에 대해 정몽구 회장의 건강, 글로벌 환경 변화, 소프트 파워 등 급박하게 돌아가는 그룹 내외부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번 인사로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수석 부회장으로의 리더십의 변화가 가시화됐다. 현대차그룹에서 그룹 전반을 총괄하는 수석 부회장 직급을 신설한 것은 이번 정의선 수석 부회장 승진 인사가 처음이다. 따라서 정몽구 회장이 그룹의 구심점 역할을 하지만, 정의선 수석 부회장이 중요 사항에 대해 정몽구 회장에 보고하면서 사실상 그룹 회장으로서의 대행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결단에 의해 결정한 인사라며, 정 수석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을 보좌하는 역할"을 강조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정 수석 부회장이 그룹 총괄 역할이 의미하듯 사실상 그룹 회장에 버금가는 위상을 갖게 됐다고 분석한다.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3세 경영체제로의 소프트 랜딩에 들어갔다는 것.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 부회장.

정몽구 회장의 건강이 당장 문제가 없더라도 외아들 정의선에게 친정체제 구축을 위한 시간이 필요한 시점이다. 삼성그룹이 갑작스런 이건희 회장의 병환에 따라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전환하고 있고, LG그룹이 구본무 회장의 타계에 따른 구광모 회장 체제로의 안착 등도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정몽구 회장은 1938년생으로 만 80세 나이에다 2009년 심장수술을 받은 이후 매년 정기진단 등 건강문제에 신경을 쓰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고령에다 과거에 비해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정몽구 회장은 최근 1~2년 사이에 공식석상에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시무식에도 최근 2년간 참석하지 못했다.

정몽구 회장은 매일 출근이 힘든 상황에서 중요 경영 현안 등에 따라 가끔 그룹 본사에 들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거에 비해 기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특히, 급변하는 글로별 환경은 정의선 수석 부회장의 역할 강화가 절실하다.

실제로 정 수석 부회장은 그룹 현안부터 챙기기에 나섰다. 정 수석 부회장은 그룹 총괄 역할 인사 발표 후 첫 행보로 16일 미국행을 택했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방문에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도 예상됐으나 미국이 자동차 관세로 25% 부과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미국 상무 장관 및 의회 관계자 등을 만나는데 우선 순위를 둔 것.

현대차그룹은 도널트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를 이용해 자국에 수입되는 자동차에 최대 25%의 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추진하자 관세 부과의 예외를 인정받거나 낮을 관세율을 적용받기 위해 총력전에 나선 상황이다.

최근 4대 그룹은 3~4세 경영체제로 급격한 세대교체 등 변화를 맞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으로부터 25% 관세를 적용받을 경우 무려 3조5000억원 가량의 세금을 낼 수 있다는 전망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현재 미국 정부는 자동차 관세 부과를 확정하기 전 자동차 수출업체 등으로부터 의견을 듣는 중인데 정의선 수석 부회장이 상무장관과의 면담에서 관세 예외국으로 인정받거나 관세율을 크게 낮춘다면 현대차의 경쟁력은 물론 리더십을 인정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의선 수석 부회장이 최근 폭스바겐 출신 글로벌 브랜드 전문가를 영입한 것은 물론 디자인 전문가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서 위상을 갖추는데 앞장서는 것도 미래를 위한 장기적 포석이다.

또한 정의선 수석 부회장이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친환경 전기차 등 미래 자동차에 사활을 거는 것도 소프트 파워 시대로의 대전환에 따른 준비작업 일환이다. AI(인공지능), 스타트업, 로봇, 스마트카, 미래 에너지 등 신성장 동력에 집중 투자하는데 있어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기술력 확보가 급선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이 최근 그룹 내 핵심 연구개발 단지에 방문한 것도 미래 비전을 위한 행보이듯이 정의선 수석 부회장에게 맡겨진 임무 또한 다르지 않다는 것.
 
이같은 그룹 내외부 환경 변화 속에서 정의석 수석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미래라는 책임을 맡게 됐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정의선 수석 부회장은 지난 2009년 기아자동차 사장에서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한 후 다른 계열사의 경영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주요 계열사의 등기이사로 올라있지만, 공식 직책이 있는 계열사는 현대차가 유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룹 총괄 수석 부회장으로써 현대차뿐만 아니라 자동차·철강·건설·금융 등 모든 계열사의 경영을 총괄해야 한다. 현대차그룹 내에는 7명의 부회장이 있지만 정의선 수석 부회장이 6명의 부회장보다 한 계단 높은 위치다. 정의선 수석 부회장이 윤여철·양웅철·권문식·김용환 현대·기아자동차 부회장과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정몽구 회장의 사위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을 지휘하는 셈이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의 연말 인사에서 정의선 친정체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의 부회장단을 비롯 임원급 인사에서 어떤 변화가 올지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4대 그룹을 중심으로 사실상 3~4세 경영체제가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현대차그룹 또한 정의선 시대로 친정체제가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정의선 수석 부회장은 이제 그룹 총괄로서 경영능력의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4차산업혁명의 파고 속에서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리더라는 막중한 책임감을 극복하고 어떤 변화를 이끌지 그룹 내외부에서 주목받는 이유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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