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제2의 프랑크푸르트 선언...향후 삼성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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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제2의 프랑크푸르트 선언...향후 삼성의 운명은?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8.08.0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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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4대 미래성장 기술...AI, 5G, 바이오, 전장에 명운 걸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그룹의 향후 명운은 오늘 대규모 투자계획에서 공식화한 삼성전자의 4대 미래성장사업의 성과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이 떠오를 정도로 닮은 부분도 많다. 

삼성그룹이 발표한 3년간 180조원 투자액 가운데 90%인 약 162조원이 삼성전자가 차지할 정도로 삼성전자의 미래성장사업은 절대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년간(2015~2017년) 141조원을 투자한 바 있어 오늘 발표된 향후 3년간 162조원은 기존 대비 약 20조원 늘어난 규모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4차 산업혁명 선도와 삶의 질 향상을 핵심 테마로 AI(인공지능), 5G(5세대 이동통신, 바이오, 반도체 중심의 전장부품을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선정해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이번 투자계획 발표는 이재용 부회장 시대의 공식화라는 의미가 있다는 재계의 분석이 나온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 2010년 경영에 복귀하며 발표한 5대 신수종사업(자동차용전지, 바이오, 태양광, 의료기기, LED)을 떨올리게 하는 장면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삼성전자 평택공장 회동 후 곧바로 화성사업장 반도체연구소로 이동해 '기술 초격차'를 선언하며 국내 경영에 본격 시동을 건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그간 국정농단 사건 연루 구속 등 시련의 시기를 보냈던 이 부회장이 해외로의 정중동 행보에 이어 이제는 국내 경영에도 전면에 복귀한 셈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와병 기간 중 사실상 총수 역할을 해왔지만 처음으로 자신의 경영철학을 실현할 4대 미래성장 사업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공격 경영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삼성그룹도 올해 창립 80주년을 맞아 이 부회장 경영체제 아래 변곡점에 서게 됐다.

이번 삼성전자의 투자계획은 정부의 '혁신성장' 기조에 부응하는 동시에 4차산업혁명을 맞아 삼성그룹의 체질을 개선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슈퍼 호황'에 따른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왔지만 하반기부터 '위기론'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가 큰 상황이다.

삼성그룹 전체적으로 보면 삼성전자, 그리고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반도체 부문의 쏠림현상에 따른 착시현상이 위기론의 핵심이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실적 발표 결과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저조한 결과를 보여준 바 있다. '제조 굴기'를 천명한 중국 정부와 중국 업체로부터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앞으로 반도체도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4대 미래성장 기술...AI, 5G, 바이오, 전장에 총력전

이 부회장이 AI, 5G, 바이오, 자동차 전장사업 등 4대 미래성장 동력 발굴에 명운을 건 이유도 삼성그룹의 미래 비전에 대한 승부수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지난 1년간의 경영 공백을 메꾸고 이제 그룹의 미래를 향해 올인해도 모자르다. 이 부회장이 지난 2월 경영에 복귀한 후 해외 출장을 이어가며 글로벌 네트워크 복원에 힘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부회장은 해외 출장시 AI 연구소를 꼭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AI를 가장 중시하며 챙기는 것이다. AI는 반도체와 IT 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자 4차 산업혁명의 기본 기술이다. 따라서 삼성전자에게 있어 AI에 대한 연구개발(R&D) 역량을 대폭 강화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한국 AI센터를 허브로 글로벌 연구 거점에 1000명의 인재를 확보할 계획이다. AI 기술에서는 독자적 기술 확보에 주력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아마존과 구글 등의 기존 AI 서비스와 협력하는 대신 '빅스비'로 독자노선을 택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해 AI 기술을 가진 해외 기업과 연구소 등을 인수하는 방향으로 '퀀텀점프' 전략을 세웠지만 이 부회장이 구속된 상황이라 투자 결정을 못해 무산된 바 있다. 최종 투자결정을 내릴 이 부회장의 부재로 몇 차례 인수합병(M&A) 기회를 놓친 것이다. 삼성으로서는 이 부회장 부재로 인해 미래 성장에 차질을 빚은 셈이다. 

세계적인 AI 인력 확보에 올인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른 글로벌 기업들에 빼앗기지 않으면서 인재 확보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게 AI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최대 승부처다. 최근 AI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세바스찬 승(H.Sebastian Seung) 교수와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다니엘 리(Daniel D.Lee) 교수 등을 부사장급으로 파격 영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AI 연구거점의 글로벌 확보도 중요하다. 삼성전자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러시아 캐나다 등 5개 지역을 글로벌 AI 연구 거점으로 삼고 있다. AI 연구 인력을 확충할 경우 세계 1위 제조기업의 압도적인 글로벌 점유율을 바탕으로 AI 관련 미래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등을 비롯 하드웨어 기반에다가 소프트웨어 기술을 동시에 최고 수준으로 보유하게 되기 때문. 

자동차 관련 전장(전자장치) 사업도 이 부회장이 챙기는 분야다. 지난 5일 귀국한 이 부회장이 직접 글로벌 자동차업계 미팅을 위해 유럽출장 다녀온 게 대표적 사례다. 전장사업의 핵심인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세계 1위라는 경쟁력 기반이다. 또 자율주행 자동차의 미래는 전장에 있다. 

사실 이건희 회장이 자동차에 관심이 많아 사업을 시작했을 정도다. 실패였지만 아버지의 꿈을 전장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부회장도 자동차에 관심이 크다. 미래 자동차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지배한다. 이 부회장은 AI 소프트웨어와 전장 센서 등을 통해 미래 자동차 시대를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는 강점인 반도체, 정보통신기술(ICT), 디스플레이 기술을 자동차에 확대 적용해 자율주행 SoC(System-on-Chip, 시스템 반도체) 등 미래 전장부품 기술을 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2016년 9조원을 들여 세계적 전장기업인 미국 하만을 인수한 것도 글로벌 시장을 향한 야심이다. 이 부회장은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의 지주회사인 이탈리아 '엑소르(Exor)'의 사외이사로도 5년여간 활동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다시 재개될 수도 있다.

5G도 중요한 통신의 미래다. 5G인프라는 자율주행, IoT(사물인터넷), 로봇,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신산업 발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5G 상용화 시 사회 경제적 파급 효과는 2025년 이후 연간 최소 30조 원 이상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통신 인프라도 AI 등과 함께 중요하다. 

이 부회장은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 의혹으로 바이오 사업의 이미지가 실추됐지만 사업은 긴밀히 챙긴다. 이 부회장과 김동연 부총리 회동에 고한승 바이오에피스 사장이 함께 참석한 게 사례다. 고 사장은 김 부총리에게 바이오 규제완화를 요청하기도 했다. 삼성은 바이오시밀러(제약), CMO사업(의약품 위탁생산) 등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삼성의 바이오 분야는 이건희 회장이 신수종으로 선정한 것이라 아들 이재용 부회장에 이르러 꽃을 피우는 것이다. 즉, 대를 이은 사업이다. 2010년 삼성의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선정된 바이오 사업은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다. 2010년 삼성서울병원 지하 실험실에서 12명으로 시작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바이오약품 위탁생산(CMO) 시장점유율 세계 3위 기업이 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2년 회사 설립 후 난이도가 높은 바이오시밀러 제품 3종을 출시하는 성과를 냈다.

"삼성만이 할 수 있는 기술개발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가치창출을 열심히 해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습니다"

이 부회장의 선언이다. 이건희 회장에 이어 이 부회장이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가 재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이 부회장은 이제 4대 미래성장사업 육성을 중심으로 경영 활동을 국내외적으로 확대해 나가면서 경영능력을 보여줄 시험대에 서게 됐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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