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탈원전 기류에도 사우디·영국 수주전 ‘분투’
상태바
한전, 탈원전 기류에도 사우디·영국 수주전 ‘분투’
  • 양현석 기자
  • 승인 2018.08.03 17:00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선협상자 지위 해지 등 악조건 속에서도 수주 안간힘
한전은 영국과 사우디 등 해외 원전 수주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대내외적 상황은 쉽지 않아 보인다. 사진은 지난달 열린 민관합동 ‘사우디원전지원센터’ 개소식 모습.
해외 신규 원전 건설 수주에 나선 한전이 우호적이지 않은 대내외 환경을 맞이해 ‘악전고투’ 중이다. 수주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아진 상황에서도 한전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최근 한전은 영국의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자인 뉴젠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에서 해지됐고, 사우디아라비아 신규 원전 건설 1차 입찰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5개국 모두가 통과해 원점에서 다시 경쟁해야 하는 등 두 개의 사업 모두가 녹록치 않게 됐다.
 
■영국- 우선협상에 준하는 협상 지속… 수익성이 문제

우선 영국의 경우, 작년 12월 일본 도시바로부터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자인 뉴젠(도시바 지분 100% 보유)의 지분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전이 선정된 이후, 산업부와 한전은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의 수익성 및 리스크 경감방안에 대해 도시바 및 영국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왔다.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은 영국이 2025년까지 21조7,000억원을 투입해 3GW 규모의 원전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영국 정부와 사업 참여조건 협의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영국은 정부 재정균형을 고려해 신규원전사업에 기존 발전차액정산 제도 대신 새로운 사업방식인 RAB(규제기관과 민간이 재원과 수익을 공동 마련하는 방식) 모델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공식 언급했다.

뉴젠의 모기업인 도시바는 지분매각이 새로운 사업모델 검토 등으로 지연됨에 따라, 과도한 운영비 지출 문제 등으로, 한전뿐 아니라 타 업체와도 협상 기회를 갖기 위해 지난 7월 25일 한전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해지를 통보해왔다.

그러나, 도시바는 한전이 새로운 사업방식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한 상황임을 충분히 공감하고, 한전과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등 한전을 최우선으로 해 협상을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영국 정부는 “한전에 대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에 준해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을 위한 한국과의 협의를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전은 도시바와의 공동연구가 완료돼 수익성 및 리스크 경감방안이 확보되면, 산업부와 긴밀한 협의를 거쳐 사업 참여를 위한 사내 심의절차 및 정부 예비타당성 심사를 추진할 예정으로 있다.

원자력 및 에너지 업계에서는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에 대해 ‘독이 든 성배’에 비유한다.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해지는 별 문제가 아니라 하더라도, 사업모델 변경으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사용후핵연료 처리 등 난제가 추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원전 수출 시장의 신규 진입한 한전의 입장에서는 하루 빨리 실적을 쌓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미래 세대에 짐이 될 수 있는 불공정한 계약은 피해야 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 사우디- 한·미·불·중·러 5개국 다시 출발선에

사우디 원전 건설 사업에 1차 응찰한 한국, 미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개국 모두가 합격점을 받아 본 입찰에 참가하게 됐다.

우리 원자력계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2~3개국으로 예비사업자가 추려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5개국이 모두 다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사우디 원전 사업은 1,4GW급 2기 규모의 신규 원전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내년 최종 사업자가 선정될 것으로 보이며, 총 사업비는 1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은 예비사업자 선정결과를 접수한 직후인 지난달 2일 민관합동 ‘사우디원전지원센터’를 개소하고 정부, 원전산업계, 수출금융기관의 유기적 공조체계 구축으로 본격적 총력대응에 들어갔다.

이달 1일에는 김종갑 한전 사장이 사우디를 방문해 사업 발주자인 알 술탄 왕립원자력·신재생에너지원 원장 등 주요 인사를 잇달아 만나면서 강한 수주 의지를 내비쳤다.

영국의 경우와는 달리 사우디 사업은 조건이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에 따라 경쟁국들이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 ‘회심의 카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은 경쟁국들에 비해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진다. 그래서 ‘미국 등과 컨소시엄을 구축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이번 사업의 가능성이 매우 낮으니 사우디의 추가 발주 프로젝트를 노리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비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한전 관계자는 포기 또는 컨소시엄 구성은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김종갑 사장은 “사우디 원전사업 수주를 통해 UAE 바라카 원전에 이은 신화를 창조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긴밀히 공조하고, 원전산업계의 역량이 결집된 'Team Korea' 체제로 끝까지 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은 UAE 바라카 원전 수주에 이어 영국과 사우디에서 또 다시 낭보를 기대하고 있다. 사진은 UAE 바라카 원전 건설 현장 모습.
■탈 원전정책- “결정적 결격 사유는 아니라 해도…”

우리 정부와 한전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현 정부의 탈 원전 정책이 해외 원전 수주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단호히 부정하고 있다.

야당과 일부 언론의 “탈 원전 정책 때문에 영국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가 해지됐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고, 정부는 계획된 원전 건설을 모두 진행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또 해외 원전 수주를 위해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도 여러 번 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원자력 등 에너지 업계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해외 수출에서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결정적 결격 사유는 아니라고 해도, 경쟁 업체들이 이를 이용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자동차를 사려는 고객이 ‘이 업체는 몇 년 후부터는 자동차를 만들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 굳이 그 업체의 차를 사려 하겠는가”라는 비유로 정부 정책의 악영향 가능성을 표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건이 까다로워진 영국 사업은 실적 쌓기 외에는 큰 메리트가 보이지 않기에 여러모로 따져봐야 하겠지만, 사우디 사업은 이 정도 큰 규모의 사업이 당분간 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수주에 실패하면 원자력 업계에 미치는 타격은 작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만약 두 사업 모두 수주에 실패하더라도 이를 한전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양현석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정태 2018-08-16 10:05:33
자세한 내용은 국회홈피-국민제안 [8/6일자, 우리나라가 에너지빈곤국이 되기를 원하십니까? ]을 참조바랍니다.

이정태 2018-08-16 10:04:42
LNG의 경우 가격도 비싸고 안정적이지 못하다.
현 탈원전정책은 장기적으로 값이 싸고 안정적인 원전과 석탄화력을 모두
폐쇄시키고 불안정한 LNG 와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할려고 하고 있다.
만약 원전과 석탄화력을 대폭 줄인 상태에서 LNG가격이 폭등하든지 물량을 구하기가 어려워진다든지 남중국해에 분쟁이 생겨 선박운송이 안 될 경우에는 온 국민이 야간이거나 날씨가 흐린 날, 비가 오는 날,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은 전기가 없는 암흑세계에서 살게 될는지 모른다.
추진하는 방향이 에너지부국이 아니라 빈곤국으로 향하고 있다고 본다.

이정태 2018-08-16 10:03:22
현 탈원전정책은 신재생에너지가 원전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보고 원전축소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는 대체할 수 없다고 본다.
신재생에너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태양광과 풍력발전은 햇볕이 없는 야간이거나,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 바람이 불지 않거나 약하게 부는 날은 발전이 되지 않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4차산업시대에 아주 중요한
전기품질도 원전에 비해 훨신 안좋다.
결국 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LNG, 석탄 등 화석연료 밖에 없다. 이는
미세먼지,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여 친환경적이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