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플라스틱 판타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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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eets DESIGN] 플라스틱 판타스틱!
  • 박진아 IT칼럼니스트
  • 승인 2018.07.0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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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은 싸고 가볍고 적당히 견고하면서도 특유의 퍽퍽한 성질 때문에 깨지도 쉬운 20세기 전형적 간편과 효율을 상징하는 소재다. 어번 딕셔너리(도시 속어 또는 은어를 풀이해 놓은 집단지성 사전)에 따르면, 지난 1980-90년대 미국인들은 막 사용하려 하니 부서져 버리거나 망가지는 싸구려 제품을 가리켜서 ‘플라스틱 판타스틱!’이라 불렀다. 

그런가하면 성형 미인을 발견한 남성들은 ‘플라스틱 판타스틱!’하고 찬사를 던진다. 성형 수술을 플라스틱 서저리(plastic surgery)라고 하는 이유는 맘대로 인간의 몸의 크기와 모양을 조형할 수 있음을 뜻한다.

21세기에 들어선 후 요즘 도시 환경은 유기적 요소나 사회문화적 맥락을 완전히 무시한채 합성 자재로 초고속으로 지어 올린 ‘플라스틱 판타스틱!’ 현대 건축과 고층빌딩들로 들끓고 있다. 그같은 하이퍼모던화된 도시 속에서 오가며 사는 현대인들은 ‘플라스틱’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작고 네모난 신용카드로 재화와 서비스 대금을 지불하며 플라스틱 인생을 소비한다.

미국 화학회사 듀폰트(DuPont) 사가 1956년 수퍼마켓 식품 포장용으로 대량생산한 이래 오늘날까지 널리 쓰이고 있는 셀로판 비닐은 투명하고 얇아서 신선・청결을 유지해 주고 소비자가 내용물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해 신뢰감을 준다는 것이 장점이다. Courtesy: Hagley Museum.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 20세기 인류를 변화시킨 10대 발명품중 하나로 꼽은 셀루로이드(celluloid)가 발명된 순간 우리의 일상은 전에 없이 편리하고 위생적이 됐다. 미국인 기업가 겸 발명가 존 웨슬리 하이야트(John Wesley Hyatt)가 초기 형태의 공업용 플라스틱이랄 수 있는 셀룰로이드(celluoid)를 발명하고 1870년에 미국 특허(번호 50359, 현재는 포괄적 상표로 통용)를 획득해 19872년부터 산업적 규모로 생산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근대적 플라스틱은 1907년에 영국에서 베이크라이트(Bakelite)라는 합성수지 폴리머 재료에 열과 압력을 가해 다양한 조형과 색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1950-60년대 기술발전으로 제조가가 저렴해지고 본격적인 대량생산에 들어간 후 20세기 인류 만인이 쓰는 가장 민주적이고 보편적인 소재가 되었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오염으로 생태동물와 지구가 병을 앓고 있다. Courtesy: Plastic Garbage Project.

20세기 후반 산업디자이너들은 이 기적의 신소재의 성질과 특유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식기, 장난감, 사무용품, 가전제품,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플라스틱 미학’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 올렸다.

헌데 요즘 플라스틱 특히 유독 비닐 봉지가 인류와 자연을 해치는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궁지에 몰리고 있다. 딱딱한 플라스틱과는 달린 비닐 봉지는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 중국이 올 봄부터 재활용 쓰레기 수입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 곤란에 처하기 시작했지만 그에 대한 뾰족한 대책 없이 매립지와 해양에 쌓여가고 있다.

일명 '티셔츠 비닐봉지'로도 불리는 전형적인 들고다니기 좋은  '캐리(Carry)' 비닐 봉지는 스웨덴에서 발명되어 지금까지 원형과 거의 변함없이 사용되고 있다. Courtesy: Gewerbe Museum Hamburg.

비닐봉지가 쇼핑백으로 널리 쓰이기 시작한 시기는 1960년대 부터. 스웨덴의 공학자 스텐 구스타프 툴린(Sten Gustaf Thulin)은 원통 모양의 고밀도 폴리에틸렌 시트를 자르고 접고 봉합하는 간단한 공정을 거쳐 만든 가벼우면서도 무거운 내용물을 견뎌낼 수 있는 오늘날 우리가 널리 일상에서 보고 쓰고 있는 바로 그 ‘티셔츠 비닐 봉지(T-shirt plastic bag)’를 발명한 장본인이다. 1980년대부터 미국에서 누런 종이백 대신 일부 수퍼마켓에서 사용되기 시작해 오늘날 전세계인이 제일 널리 사용하는 일회용 쇼핑 가방이 됐다.

넘쳐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매립지는 물론 산수와 해양 자연으로 유입되어 초미세 유해물질로 분해되어 자연을 오염시키고 해양생물과 조류의 먹이사슬을 파괴한다는 사실은 이미 심각한 환경문제로 지적돼 왔다. 그 대책으로 미국 북서부에서는 유통업체와 소비자들의 불만에도 무릎쓰고 작년부터 무료 수퍼마켓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작년부터 독일/오스트리아/이탈리아의 수퍼마켓 체인인 슈파(Spar)는 비닐봉지를 거둬들이고 재사용 장가방 만을 판매하고 있으며 그 덕분에 소비자들이 장가방 들고다니는  습관은 널리 정착됐다. 가격은 유로 49센트(우리돈 약 650원). Courtesy: Spar, Austria.

올 봄부터 영국 정부는 봄부터 대형 수퍼마켓과 유통점들에서 공짜 비닐봉지 사용을 불법화하기 시작했다. 뒤따라 호주에서도 7월부터 비닐봉지 사용 금지하기 시작했다. 그런가하면 대륙권 유럽의 대다수 수퍼마켓과 유통매장들은 정부의 별도 지시나 규제없이 이미 2017년부터 이전까지 소액에 계산대에서 판매하던 비닐쇼핑백을 자발적으로 거둬들이고 다회재사용할 수 있는 부직포, 재활용 플라스틱, 직물 소재 쇼핑백만 판매하고 있다.

오늘날 플라스틱이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렵다. 가볍고 견고해서 음료수 용기로 널리 활용되는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고무처럼 잘 휘고 윤통성이 있어서 정원용 호스나 전기설비용 자재로 쓰이는 PVC(폴리비닐 클로라이드), 음식물을 담아 운반하는데 좋은 폴리스타이렌(예컨대 스타이로폼™) 발포 플라스틱, 투명하면서도 강한 폴리메틸 메타크릴레이트(플렉시글래스™ 또는 퍼스펙스™) 등 어느것 하나 우리가 일상 속에서 접하지 않는 것이 없다.

(Global Action in the Interest of Animals, 줄여서 GAIA)이 플라스틱 쓰레기가 자연에 미치는 해악에 대한 대중에게 호소하기 위해 실시한  '플라스틱은 동물들을 죽입니다(Plastic Bags Kill')' 홍보 캠페인.

그런만큼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갑자기 도입하기 시작하는 비닐봉지 사용 규제법으로 인한 부작용도 있다. 특히 비닐봉지 사용 금지는 특히 도입 초기 단계에서 혼란을 일으킨다. 예컨대 비닐쇼핑백이 없어져 곤경을 겪는 소비자는 구매하고픈 물품이나 쇼핑카트를 훔쳐 가거나 아예 구매를 포기하여 유통업체 측의 매출 손실로 이어지는 사례가 50% 가량 증가했다고 미국의 한 통계조사는 발표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재사용가능한 쇼핑백 들고다니기는 습관들이기로 성취할 수 있는 시간 문제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비닐봉지 사용 금지 조치 실시 약 1년 반이 지난 지금, 유럽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어느새 장보러 갈 때 재사용가능한 쇼핑백이나 장바구니를 들고 나가며 장보기용 바구니와 가방을 자동차나 핸드백에 넣어들고 다니는 것이 자연스런 습관으로 정착됐다.

요즘 새로 주목받는 식물성 소재 바이오플라스틱. 그러나 여전히 완전분해되지 않고 분해과정에서 기존 석유원료 플라스틱과는 또다른 환경오염 유발 물질을 배출하여 별도의  분리・처리 설비를 필요하기 때문에 아직 상용화 단계는 못된다. Photo: Michael Lio. Courtesy: Gewerbe Museum, Winterthur.

여전히 대다수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중 50%는 재활용이 불가능하거나 재활용을 위한 가공과정에서 원료를 분리처리하기 난해한 플라스틱이 차지한다. 환경과학자들은 플라스틱 제품을 완전히 우리 생활에서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더 극심한 낭비와 오염을 줄이는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플라스틱과 비닐 제품 사용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재사용할 수 있는 장가방이나 바구니를 사용하고,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식음료품 보다는 유리나 금속 포장재에 담긴 것을 구입하는 등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고 플라스틱 쓰레기가 초래하는 자연훼손을 줄일 수는 있다.  결국 선택은 소비자들의 의지와 행동에 달렸다.

박진아 IT칼럼니스트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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