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 지배구조 개선 핵심은 '돈'...자금 마련 방안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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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차, 지배구조 개선 핵심은 '돈'...자금 마련 방안 고심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8.04.04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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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계열사 지분 정리하면 충분 전망...삼성, 천문학적 금액 조달 방안 마련에 시간 걸려

현대자동차그룹이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총수일가가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될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의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했다. 재계와 증권가의 눈길은 이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으로 쏠리고 있다. 범 4대 그룹 중 순환출자 해소 방안을 내놓지 않은 것은 삼성 뿐이기 때문이다. 

재계 1, 2위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시장의 관심을 끄는 것은 이들의 시장 지배력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총수 일가의 지분 정리 과정에서 해당 회사들의 주가는 크게 움직이게 된다.

예상보다 주가가 떨어지거나 오르면 경영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소액주주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정 회장 부자가 계열사 지분 정리에 적극 나서면 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삼성의 경우 천문학적 비용 마련에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엔 회사의 사업구구조정에 대한 관심이라기 보다는 '돈' 때문인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5조 5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되는 '돈'을 어떻게 만들까...방법은 많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 정몽구 회장, 정의선 부회장 부자가 계열사들이 가지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기아차가 16.9%, 현대제철 5.7%, 현대글로비스가 0.7%를 보유한 현대모비스 주식 23.3%를 매입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이 완료되면 정 회장 부자는 현대모비스 지분 30.16%를 보유한 대주주가 되고, 순환출자 고리도 해소된다. 덤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도 피할 수 있게 된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왼쪽)과 정의선 부회장(오른쪽)

이를 위해 필요한 자금은 3월 27일 종가 기준으로 4조5000억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주식매매에 부과되는 세금이 최소 1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정 회장 부자가 약 5조5000억원에서 많게는 6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정 회장 부자는 지주회사로의 전환 대신 지분 매입을 택했다. 지주회사로 전환시 적용되는 세제 혜택을 포기하면 금융계열사 소유제한 문제를 피해갈 수 있다. 대신 1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양도소득세를 납부해야 하는데 어느쪽이 비용이 더 들지는 애매한 상황이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각각 현대글로비스 지분 6.7%, 23.29%를 보유하고 있다. 같은 날 기준으로 지분 가치는 2조6740억원 정도다. 이 지분을 모두 처분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기에는 약 2조9000억원 가까운 자금이 부족하다. 

여기에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차 및 현대제철 지분가치 2조5000억원과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차와 기아차의 지분가치 1조원 가량을 더하면 약 3조5000억원의 추가 자금 확보가 가능하다. 또 아직 비상장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매각에 나선다면 현재 장외가 주당 75만원 기준 2조5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만약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한다면 가치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모두 합하면 약 6조원 정도로, 정 부회장 부자는 계열사의 지분 거래만으로도 약 8조5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정 회장 부자가 모비스 지분을 인수할 자금 마련 방안은 선택하기 나름인 셈이다. 

재계에서는 자금 여력을 추후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는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및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승계 과정을 위해 남겨둘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지배구조 개선방안 발표 안한 삼성, 자금마련은 방안부터...

삼성그룹은 아직 공식적으로 지배구조 개선방안에 대한 발표를 하지 않았다. 다만 공정위, 금융위, 금감원의 지침에 따라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어떤 방식으로든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을 처분할 것을 요청했다. 금감위원회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에서 계열사 출자분을 회사의 적격자본에서 빼도록 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김기식 위원장이 취임했다. 김 위원장은 오랫동안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취득가가 아닌 시가로 계산해 법률상 한도를 초과한 주식은 매각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이 가해지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앞쪽)과 이재용 부회장(뒤쪽)

재계에서는 결국 삼성물산과 총수 일가 등 특수관계인이 삼성전자의 지분을 사들여야 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제일모직과의 합병으로 사실상 지주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체제를 구축하고 삼성생명, 삼성SDI가 가진 지분을 해소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를 위한 자금마련 밑그림은 그려놓고 있다. 삼성전자 액면분할과 배당률 상향, 삼성물산 서초동 사옥 매각 등이 자금 마련을 위한 방안으로 지목된다. 소액주주를 늘려 적은 지분으로 지배권을 유지하고, 배당과 매각대금을 총동원해 삼성전자 지분 매입에 나선다는 설명이다. 

다만 워낙 가치가 높은 삼성전자여서 이를 모두 매입하기 위한 자금 마련 방안은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와 순환출자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지만 시기와 방법은 아직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경우보다도 천문학적인 자금 마련 방안이 쉽지 않은 것으로 풀이될 수 있는 대목이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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