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출소 후 첫 행보 '30조원 반도체 공장 신설'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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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출소 후 첫 행보 '30조원 반도체 공장 신설'의 의미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8.02.0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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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insight] 중국 반도체 기술과 격차 더 벌리고 '치킨게임'도 대비하려는 포석

이재용 부회장의 출소 이후 삼성전자의 첫 행보는 평택 반도체 제2공장 건설이었다. 삼성측은 이 부회장의 출소와 관계없이 오래전부터 논의된 사안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의 '스피드 경영'이 다시 속도를 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와함께 고개를 드는 것이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초격차' 전략을 강화하는 한편, '치킨게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초격차' 전략과 '치킨게임' 모두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맞서 시장지배적 점유율과 기술력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활용할 수 있는 카드라는 평가다.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은 당국의 전폭적 지지 아래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4차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주도권 경쟁에 뛰어들겠다는 의지다. 

중국의 반도체 기술은 삼성전자에 비하면 최소 3~4년 정도 뒤쳐진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이에 맞서 기술 격차를 더욱 벌리는 초격차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신생업체가 따라오기 어려운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항공사진 <삼성전자 제공>

일례로 인텔의 경우, 시스템 반도체(CPU)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근 삼성전자에게 역전당하기 전까지 약 25년간 반도체 업계 선두 자리를 지켰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전체 시설투자 금액 약 208조원 중 반도체에 투자한 금액만 121조원 이상이다. 

시설투자와 더불어 기술력 격차도 점차 벌려나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12월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2세대(1y나노) D램 양산을 시작한데 이어 지난 1월에는 인공지능(AI) 성능을 최대 50% 향상시킬 수 있는 세계 최대 전송량의 2세대 8GB HBM D램 '아쿠아볼트' 양산에 나섰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삼성전자는 퀄컴과 함께 세계 최초 10나노 공정 기반의 서버 프로세서  'Centriq 2400'를 작년 11월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업계 최초로 1세대 10나노 핀펫 공정을 사용해 퀄컴의 스냅드래곤835, 자사의 엑시노스9을 양산하기도 했다. 또 지난 1월에는 2세대 10나노 핀펫 공정을 사용하는 엑시노스9 양산을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번 평택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이 앞으로 진행될 '치킨게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치킨게임이란 두 대의 자동차가 서로를 향해 돌진하는 내기에서 먼저 핸들을 돌리는 사람이 겁쟁이(치킨)가 되어 지는 게임을 말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공급확대를 통한 가격 경쟁에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철수하게 만드는 가격 경쟁을 뜻하는 말로 자주 사용된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사상 최고의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향후 전망은 엇갈린다. 커넥티드카, SSD, 서버 등 4차 산업혁명 효과로 D램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란 전망과 함께, 고점을 찍은 D램 가격이 올해를 기점으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며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저렴한 D램 생산 및 공급에 나서는 것도 D램 가격 하락을 불러올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공격적인 설비투자에 나서는 것은 후발 주자들의 시장 진입 장벽을 높여 시장 점유율을 더욱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화성 공장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 설비 일부를 D램 설비로 전환하고, 평택 공장 2층도 D램 증설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신규 건설되는 평택 제2공장까지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D램 생산능력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업계 선두인 삼성전자가 생산설비를 크게 늘리고 가격을 떨어뜨리면 생산 수율이 떨어지는 후발 주자들은 대규모 투자를 망설이게 된다. 가격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면 장기간 적자를 감당할 수 없는 기업들은 시장에서 퇴출될 위험도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맞설 수 있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그간 D램 업계에서 진행된 몇 차례의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은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정도다. 이 3개 업체가 현재의 D램 시장을 사실상 과점하고 있다. 2007년 시작된 D램 치킨게임 과정에서 독일의 키몬다는 파산했고, 일본의 엘피다도 2012년 파산신청을 했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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