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원화 ESG채권 발행 소식은 없어
국내에서는 일반 채권과 비교해 금리 메리트 없어
채권 발행 및 유지비용도 일반 채권보다 높아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속적으로 외화 ESG채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지만, 원화 ESG채권 발행을 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일반 외화채권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외화 ESG채권과 달리 원화 ESG채권 발행은 일반 채권의 조달금리와 비슷한 데다, 발행 및 유지비용도 높아 메리트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은행 관계자는 16일 "은행들은 신용등급이 높아 일반 채권이나 원화 ESG채권이나 발행금리 차이가 별로 없다"며 "하지만 외화 ESG채권은 유럽 등에서 투자 수요가 많아 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4대 시중은행은 올해도 외화 ESG 채권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선 시중은행 중 우리은행이 올해 첫 외화 ESG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지난 1월 18일 우리은행은 7억 달러(약 9400억 원) 규모의 외화 ESG 채권을 발행했으며, 이를 국내 상생금융, 해외 그린에너지 사업 등에 사용한다.
신한은행도 1월 23일 5억 유로(약 7302억 원) 규모의 외화 커버드본드 공모 발행에 성공했다. 신한은행은 "이번 유로 커버드본드는 국내 최초로 친환경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에 자금하는 '그린모기지(Green Mortgage)' 형태로 발행됐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4월 6억 유로(약 8990억 원) 규모의 유로 소셜 커버드본드를 발행했고, KB국민은행은 지속가능연계차입을 통한 미화 3억 달러(약 4115억 원)의 신디케이티드론 약정을 체결했다.
4대 시중은행이 외화 ESG채권 활성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원화 ESG채권에서는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최근 2~3년간 ESG채권 형식의 원화 채권을 발행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6월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ESG채권 형식의 원화 후순위채권 4000억원을 발행했다. 신한은행 역시 같은해 12월 500억원 규모의 원화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은행들의 원화 ESG채권 활성화가 더딘 이유 중 하나는 발행 메리트가 없다는 점이다.
우선 해외에서는 ESG 관련 채권과 사업에 대한 수요가 많다. 채권수요가 많은 만큼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어 은행들은 외화 ESG채권 발행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ESG채권과 일반채권의 조달금리도 비슷한 데다, 채권 발행 및 유지비용도 일반채권보다 높은 상황이다. 은행 관계자는 "이전에는 회사채를 ESG채권 형태로 발행해 조달금리는 낮추는 효과를 봤지만, 최근엔 ESG채권 프리미엄이 줄어 발행 메리트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ESG채권은 조달 자금을 신재생에너지, 친환경, 사회기반시설 등 ESG활동과 관련된 자산 및 사업과 매칭해야 하는데, 매칭되는 사업채도 없는 점도 한몫한다"고 말했다.
정수진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