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철의 위코노미(WEKONOMY)]공정위와 재벌개혁
상태바
[김의철의 위코노미(WEKONOMY)]공정위와 재벌개혁
  • 김의철
  • 승인 2017.06.21 15: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벌개혁 약인가 독인가

이번 주에 김상조 공정위원장과 4대 재벌그룹(삼성,현대자동차,SK,LG)의 회동이 있을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 재벌은 두가지 평가를 받는다.경제개발의 주역이라는 평가와 정경유착을 통해 경제의 순환구조 특히 분배구조를 악화시켜온 주범이라는 상반된 평가이다.

그처럼 상반된 평가를 두고 진영이 갈라진다.진보와 보수,사회주의와 자본주의,정부와 시장이라는 상반된 입장이 대립한다.

재벌은 세계적인 현상이 아니다. 그나마 유사한 형태가 일본의 자이바츠(財閥)인데 우리나라처럼 2대 3대를 이어가며 가족경영체제를 유지하는 경우는 보기어렵다. 그와 같은 이유로 우리나라는 최상위 부자들 중 세습형 부자의 비율이 60%가 넘는다.

세습형 부자가 창업형에 비해 더 많은 나라는 OECD국가들 중에 우리나라가 독보적이다.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미국과 일본에 비해서도 2배에 이른다.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신흥국들과는 아예 비교가 안된다.

미성년자 부호비율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매우 높은 수준의 상속세율(50%)과 증여세율(50%)을 감안할 때 대를 이어 가며 기업의 소유권과 경영권을 유지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싶지만 다채로운 편법과 반칙과 변칙으로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일감몰아주기'다. 우리나라의 재벌들은 계열사도 많지만 하나의 기업이 거느리고 있는 자회사들과 협력회사들의 숫자도 엄청나게 많아졌다. 먹고 입는 것부터 주택과 차량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브랜드로 거의 모든 소비생활을 충족할 수 있을 정도다. 

무엇이 문제냐 하면 외환위기 이후 경제정책의 큰 줄기를 형성해 왔던 '낙수효과'를 스스로 차단했다는 것이다. 발끝만 보고 이해관계를 판단하는 무지함으로 재벌들은 스스로 경제에서 차지하는 스스로의 역할을 제한해버렸다.

외환위기 이전 5공화국 시절 우리나라 경제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던 시기가 있었다.박정희 정권하의 수출.재벌경제체제를 내수. 중소기업경제체제로 바꾸면서 박정희정권시절보다 월등한 고도성장과 자율경제. 물가안정.경제개방을 실현한 시기는 1980년부터 1983년까지 4년이다. 

김재익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국보위시절부터 아웅산 테러로 희생될 때까지 경제를 이끌던 그 기간 동안 우리나라 경제는 많은 가능성을 실현했다.그 중 하나가 1980년에 만들어진 공정거래 위원회다. 김재익 수석은 "이제까지 정부는 감독의 역할을 했지만 이제부터는 심판을 볼 것이다. 선수(기업)들이 경기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제 공정위를 만들었던 김재익 수석의 뜻을 이을 사람은 김상조 위원장이다. 공정위가 공정한 심판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가 어느때보다 높다.편법과 변칙은 오랫동안 우리나라 사회와 경제구조를 갉아먹어 온 악습이다. 단기간에 일소하기는 어렵더라도  누군가 시작해야한다.

만일 세금이 과중하다면 세법을 바꿔야 한다.잘못된 세법은 놔두고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편법은 곤란하다.정직하게 살고 싶은 누군가는 세금을 다 내게 되고 그렇게 되면 과세의 수평적 공평성을 지키기 힘들게 된다. 

소득에 따른 과세를 해야하는 수직적 공평성도 지킬 수 없다. 공평한 과세체계가 무너지게 되고 다른 나라보다 세율이 낮다는 착시를 가져오게 된다.또한 이들 4대 그룹으로 인해 다른 기업들까지 과도한 규제와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법대로 세금내고 장사를 하고 사업을 해서 성공할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낙수효과를 앞세워 몇몇 재벌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집중한다면 분배의 공평성도 해치게 된다. 불공평하고 불공정한 경제구조가 확대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룰을 공정하게 만드는 것과 공정하지 못한 룰을 놔두고 편법으로 피해가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아주 큰 차이를 만들게 된다. 다음 세대들에게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재벌을 공권력으로 개혁하는 것은 그다지 민주적이지 않고 시장친화적인 것도 아니다.그래서 이들 4대 재벌이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야 하는지 스스로 깊이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 

이들 4대 그룹이 우리나라 경제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반에 이른다 . 하지만 고용과 조세부담은 그 규모에 비해 기여도가 지나치게 낮다. 그 나머지 절반의 부담만 크게 늘린 셈이다. 몇몇 대기업에 의존한 경제성장은 그들 기업이 고용과 세수에 그에 비례해서 기여하지 않는 한 착시효과에 의한 사회갈등비용을 늘리기 쉽다. 사회전체적으로는 득보다 실이 큰 셈이다.

이제부터라도 자유시장경제체제를 지켜가기 위해서는 공정한 경쟁의 가치를 깊이 깨닫고 실천하는 일이 필요하다. 아직까지 이렇다 할 공직경험이 없는 김상조 위원장이 장관급인 공정거래위원장직을 맡은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거는 것은 누구보다도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혼자서 그 큰 책임을 다 감당하기는 어렵다. 재벌들 스스로 어떻게 국민경제에 기여하고 그것을 통해 그들의 위상을 제고할 것인지 현명하게 판단하는 데서 재벌개혁의 참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의철(50) 더필주식회사 대표는 스웨터 짜는 실을 파는 사업가다. 그가 지난 4월 「우리가 경제다」라는 책을 냈다. 스스로를 위코노미스트로 소개한다. 저서에서 국민연금을 재원의 근간으로 해 기본소득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in 경제동향ㆍ이론분야 파워 지식인이기도 하다.  지금도 국민이 주체가 되는 국민주권 경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김의철  dosin4746@naver.com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