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前 KT 대표이사가 최근 등장한 생성형 AI 붐으로 ‘황의 법칙’을 재선언해야 할 정도로 메모리 반도체의 성장이 빨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17일 황창규 前 KT 대표이사는 자신의 저서인 ‘황의 법칙’ 관련한 강연에서 이같이 발언했다. 

황 대표는 삼성전자 재직 시절 메모리 사업을 이끌어 오늘날 삼성 반도체의 초석을 다진 장본인이다. 황 대표는 후발주자로 출발했지만 삼성의 플래시 메모리 사업을 세계 1등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인물로 평가된다. 

‘황의 법칙’은 황 대표가 삼성전자 재직 시절 2002년 국제반도체학술회의(ISSCC)에서 발표했던 ‘메모리 반도체의 용량은 1년에 두 배씩 늘어난다’라는 이론이다. 인텔의 고든 무어 전 회장의 '1년 반마다 2배로 증가한다'라는 '무어의 법칙'을 깬 것으로 유명하다.

이날 강연에서 황 대표는 반도체 불모지였던 1980년대에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전략에 대해 회고했다. 

황 대표는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프리미엄 첨단기술로 시장 점령(리딩엣지 전략) 한 뒤 프리미엄 용량의 최대화와 선점 효과로 이익 극대화(트레일링 엣지전략)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 가지 결정적인 사건으로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협업을 거절하고 단독 사업 추진을 결정한 순간, ▲휴대전화 제조업체 노키아에 낸드 플래시메모리 납품을 성공한 순간 ▲스티브 잡스와 애플 전 CEO와의 협상 끝에 메모리 제품 공급을 성사시킨 순간을 꼽았다. 

실제로 1999년 플래시메모리 시장의 점유율 5% 이하였던 삼성전자는 이같은 전략으로 2005년에는 점유율이 34%까지 성장하며 플래시메모리 시장 1위를 차지하게 된다.  

황 대표는 최근 일본과 중국이 정부가 반도체 사업에 집중하며 ‘한국 반도체’ 추격을 시도하는 양상을 두고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반도체의 잃어버린 20년은 그렇게 쉽게 따라잡을 수 없다”면서, “우리(한국 기업)는 4~50년간 개발・제조・양산의 노하우들이 현장에 쌓여있기 때문에 그 노하우 체득과 인재 양성은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다른 나라의 추격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가 (혁신이나 기술 발전으로)한 번 더 치고 나오지 않으면 우려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한편, 황 대표는 미국, EU를 비롯한 전세계 주요국이 해외 반도체 기업들을 ‘보조금과 투자’로 유치하려는 ‘보조금 전쟁’ 형국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힘들지만 자신만의 솔루션으로 살아남아야 한다면서 '독창성과 창의력'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