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수제안 거절당한 저커버그의 심각한 '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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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인수제안 거절당한 저커버그의 심각한 '뒤끝'
  • 양의정 기자
  • 승인 2017.05.12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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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제안 후 냉전 시작.. 스냅챗, 인스타그램에 스토리 기능 뺏기고 1Q 22억 달러 손실
왼쪽부터 에반 스피걸 스냅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저커버그의 성격은 어떨까?

많은 사람들이 궁굼해한다. 나는  사람들을 위해 스냅쳇과 저커버그간에 최근 진행되고 있는 끈끈한 스토리를 보라고 권하고 싶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커버그의 성질이 보통이 아님을 느낄 것이다.

스냅챗의 모회사 스냅이 최근 실적공개에서 22억 달러 넘는 손실을 봤다고 발표했다. 주변 ICT 공룡회사로부터 인수제의를 여러 번 받으며 승승장구했던 스냅의 실망스런 실적발표 소식을 접하고 4년 전 사건이 생각났다.

스냅챗은 지난 2011년 사진 기반의 메시지 애플리케이션으로 미국에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앱 론칭과 동시에 미국에 있는 수천 명의 고교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고, 1년도 안 돼 유저 10만 명을 확보했다.

스냅챗은 유저가 게시한 사진을 하루 만에 없어지게 하는 독보적인 아이디어로 흥행했고, 2013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30억 달러를 제안하며 인수를 시도했다. 당시 저버커그는 일찌감치 스냅챗의 가능성에 주목했고, SNS가 사진중심으로 갈 것을 예견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스냅챗의 CEO 에번 스피걸은 페이스북의 러브콜을 거절하고 독자적으로 성장하는 방향을 택했다. 당시 미국 언론은 이 사실을 일제히 보도하며 스냅챗의 앞으로의 성장 발걸음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페이스북이 기술로서 스냅챗에 어떤 보복을 할지도 주목됐다. 당시 스피걸은 포브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인수 제안을 거절하자 페이스북이 페이스북만의 '스냅챗'을 만들 것이라며 약간의(lightly) 협박을 가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인수를 거절당한 그 다음해인 2012년에 인스타그램을 인수했다. 인스타그램은 스냅챗과 비슷한 사진과 동영상을 전문으로 하는 SNS 앱이지만 스냅챗과 반대로 콘텐츠가 유저 계정에 계속 머무는 기능을 갖고 있다.

그 후 바로 지난해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 스토리' 기능을 출시했다. 이는 스냅챗처럼 사진이나 동영상 콘텐츠가 게시된 후 24시간 뒤에 자동으로 사라지는 기능이다. 당시 페이스북이 스냅챗의 기능을 그대로 베껴와 인스타그램에 접목시켰다며 외신은 페이스북을 스스럼없이 비난했다.

왼쪽부터 에반 스피걸 스냅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그 후 스냅챗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낮아졌다. 스냅챗의 주 사용자층이 10~20대이기 때문이다. 용돈을 얻어 쓰는 청소년층과 사회 입문 단계의 20대층의 돈 씀씀이가 적다는 평가가 있어 광고주 입장에서는 스냅챗이 그다지 매력적이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페이스북이 스냅챗을 겨냥해 새로 추가한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이미 2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으며 지난 달 인스타그램의 월 사용자수가 7억명을 돌파했다. 한국의 인스타그램 월 사용자 또한 600만 명에 달한다.

스냅이 이번 1분기 실적에서 22억 달러 넘는 손실을 본 이유는 인스타그램의 스토리가 흥행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스냅측은 지난 3월 기업공개(IPO)로 전환해 IPO관련 보상비용이 20억 달러에 달했기 때문에 손실이 생겼다고 밝혔다.

스냅챗이 앞으로 어떤 기술과 전략을 이용해 손실을 만회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페이스북이 이끌고 있는 인스타그램의 2억 명에 달하는 사용자 수에 맞서기 위해서 스냅챗이 혁신적인 무기를 갖고 나와야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4년 전 페이스북의 인수제안을 거절했을 당시 ‘스냅챗은 페이스북이 가져올 거대한 ‘페이백(Pay-back, 당한 고통을 되돌려 갚아준다는 뜻)’을 예상했을까?‘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가져본다.

 

양의정 기자  eyang@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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