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 불발…MS의 게임산업 위기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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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 불발…MS의 게임산업 위기 맞나
  • 이준혁 기자
  • 승인 2023.05.04 0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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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부진과 액블 인수 불발 파장 커질 듯
액티비전블리자드의 인수는 불발될 가능성이 커졌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가 영국 CMA의 블허로 제동이 걸렸다.

마이크르소프트는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발표했으나 해외 언론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승리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번 인수 불발은 큰 여파를 남길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01년 연말, 엑스박스를 출시하며 콘솔 게임산업에 참가했다.  초대 엑스박스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2 보다 강력한 성능과 하드디스크, 네트워크 기능을 기본탑재하며 콘솔 게임의 온라인화를 선언했다.

덕분에 엑스박스의 일부 게임은 온라인을 통한 멀티플레이를 즐길 수 있었고 싱글 플레이 위주였던 콘솔 게임에 멀티게임을 조금씩 유행시켰다. 이를 통해 엑스박스라이브 서비스는 조금씩 커져갔다. 또한 FPS 게임 ‘헤일로’를 본체와 동시발매하며 콘솔에서 FPS 게임을 메인 장르로 올려 놓았다.

엑스박스는 강력한 성능으로 플레이스테이션 2를 누르고 콘솔게임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탄생했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플레이스테이션 2가 1.5억대가 판매됐으나 엑스박스는 약 2500만대 수준에 그쳤다. 엑스박스는 출시 이후 차기작인 엑스박스 360 시절을 제외하고는 거의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특히 플레이스테이션 4와 맞붙은 엑스박스원은 낮은 성능과 모션인식 카메라 키넥트의 기본 탑재로 가격이 높아지면서 상황은 최악으로 흘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4년 엑스박스 사업 수장 돈 매트릭을 필 스펜서로 교체했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빌 게이츠, 스티브 발머에서 사티아 나델라로 대표가 교체됐고 사티아는 게임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최악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는 게임산업에서 철수할 수 있었으나 필 스펜서는 오히려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받으며 게임 사상 최초의 구독모델인 게임패스와 공격적인 게임스튜디오 인수를 통해 퍼스트파티 스튜디오를 대거 보강하며 엑스박스 팬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필 스펜서는 ‘마인크래프트’의 모장을 인수하는 것을 시작으로 인엑자일, 옵시디언, 언데드랩, 플레이그라운드게임즈, 닌자시어리, 컴펄션게임즈, 더블파인, 재니맥스를 인수했다. 2020년 인수한 제니맥스만 해도 제니맥스 온라인, 베데스다, 이드소프트, 아케인스튜디오, 탱고게임웍스, 머신게임즈, 알파독게임즈 등의 게임스튜디오가 있었다.

2020년 제니맥스의 75억 달러(약 8조원) 인수만으로도 게임업계를 놀라게 한 사건이었는데, 2022년에 발표한 액티비전블리자드의 인수는 687억 달러(약 80조원)라는 인수금액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비록 액블은 실패할 가능성이 커졌으나 퍼스트파티를 보면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가슴이 답답하다

하지만 액티비전블리자드의 인수는 현재로서는 제동이 걸리게 됐다. 필 스펜서는 게임패스와 소니의 2배 이상이 되는 퍼스트파티를 구축했으나 2020년에 출시한 엑스박스시리즈엑스는 전용 게임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출시됐다.

엑스박스시리즈엑스는 강력한 성능을 자랑했으나 퍼스트파티 게임이 1년 동안 거의 없었다. 제대로 된 게임은 출시 이후 1년이 지난 2021년 11월, ‘포르자 호라이즌 5’와 12월 ‘헤일로 인피니트’ 정도가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이 게임도 모두 엑스박스원으로도 함께 출시했기 때문에 낀세대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소니 역시 낀세대 타이틀을 꾸준하게 출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문제 중 하나는 많은 스튜디오를 인수했으나 제대로 된 게임을 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매년 출시되고 놀라운 판매량을 기록한 ‘콜 오브 듀티’와 블리자드의 게임을 확보하여 플레이스테이션에 출시하지 않고 엑스박스의 경쟁력을 높이려 했으나 이 역시 현재로서는 불발된 상태다.

최근 출시된 아케인의 ‘레드폴’은 기대작으로 평가받았으나 엉성한 게임 구성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심지어 이 게임은 계속 출시를 연기해 왔다. 그러나 출시전 엑스박스시리즈엑스에서 30프레임이라는 것이 알려지며 비난을 받았고 출시 이후에는 엉성한 게임 구성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수보다 퍼스트파티 스튜디오의 내실부터 다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또한 게임패스 역시 사용자의 증가가 둔화됐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월 1만원대의 비용 지불로 100여가지가 넘는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으나 게임회사 입장에서는 게임패스에 입점하면 사실상 게임 판매를 포기해야 한다. 

최근 대작 게임은 1300억~2600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필요한데, 게임패스의 입점으로는 제작비를 맞추기 어렵다. 게임패스의 입점 조건은 여러 종류가 있으나 마이크로소프트가 대작 게임은 130억원 정도에 입점시킨 사례가 있다고 해외 언론에서 공개됐다.

한마디로 게임패스를 통해 대작급 게임 제작비를 건지는 것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적자를 각오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막대한 자금 덕분에 운영이 가능한 모델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영화는 극장수입만으로도 흑자를 기록하며 2차로 블루레이 디스크, IPTV와 OTT 서비스 등을 통해 2차 수입을 추가로 얻는다. 게임과 영화산업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액티비전블리자드의 인수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앞으로도 게임산업에 집중할지 혹은 변화를 예고할지 알 수 없다. 일단 집중한다면 엑스박스시리즈의 본체 가격 인하 같은 정책이 가장 손쉽다. 이미 이번 세대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콘솔게임기 전쟁은 사실상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5의 승리가 확정적이다. 

플레이스테이션 5는 공급물량이 증가했고 게임 소프트가 받쳐주면서 올해 1분기 630만대를 출하했다. 이는 게임 역사상 1분기에 가장 많은 출하량이며 플레이스테이션 5는 거의 40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지난해에만 1900만대를 팔았고 올해는 250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엑스박스시리즈엑스와 에스는 아직 2000만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수년전부터 콘솔 게임기 판매량, 게임판매량을 공개하지 않는다.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엑스박스시리즈엑스는 올초부터 판매량이 곤두박질 쳤다. 미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판매량이 크게 하락했다. 

결론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22년 동안 게임산업에서 이익을 얻기는커녕 거액의 돈을 까먹었다. 22년 동안 적자를 감당해 왔고, 최근에는 고성능 콘솔 게임기로 인한 적자, 게임스튜디오 인수, 게임패스 등으로 적자폭이 더욱 커졌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무한대에 가까운 자금을 갖고 있는 회사지만 22년 동안 이익을 안겨주지 못하는 게임산업에 계속 투자할지는 알 수 없다. 특히 게임산업에 부정적이었던 나델라가 대표로 있는 한에는…

이번 세대 콘솔게임기의 시대가 마무리되면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산업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준혁 기자  gam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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