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넘어서라"...'승부사' 최태원의 야망 실현될까
상태바
"삼성을 넘어서라"...'승부사' 최태원의 야망 실현될까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7.04.25 11: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 회장, M&A 전문가 박정호 사장과 일본행...일본 정부 설득이 관건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9월 하이닉스 충칭공장을 방문해 후공정을 통해 생산중인 반도체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일본의 도시바 반도체 인수에 성공해 삼성의 반도체 아성에 도전하는 야망을 이룰 수 있을까.

최 회장은 지난 24일 일본으로 떠나며 도시바 반도체 인수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출국금지가 풀린 뒤 첫 행선지로 일본을 택할만큼 강력한 의지 표명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도 최 회장의 일본행에 동행했다. M&A 전문가로 통하는 박 사장의 동행도 SK그룹이 도시바 반도체 인수가 얼마나 의미를 두고 있는지를 나타낸다는 평가다. 

박 사장은 그룹내 다양한 M&A에 참여했으며, 특히 한국이동통신, 신세기통신, 하이닉스 반도체같은 대형 M&A에 모두 참여했다. 

관건은 국가 안보상의 문제로 미국으로 넘겨야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일본정부을 어떻게 설득하느냐다. 정권이 온전해도 힘든 일인데 지금은 사실상 국가 사령탑 부재상황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신입사원들에게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최 회장은 이번 방일에서 도시바의 관계자는 물론 웨스턴디지털 등의 관계자도 만나 도시바 인수를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바 인수전은 대만의 훙하이그룹(폭스콘의 모회사), 미국의 웨스턴디지털, SK하이닉스 등을 중심으로 혼전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훙하이그룹은 1차 예비입찰에서 3조엔을 써내며 경쟁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에 최 회장은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 진행되는 도시바 입찰은 바인딩(법적 구속력을 갖춘) 입찰이 아니라 금액에 큰 의미가 없다"며 "바인딩이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천 SK 하이닉스 본사 정문 전경 <사진=SK하이닉스 홈페이지>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를 인수할 때처럼 최 회장의 결단과 예상을 넘는 배팅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04년 회장에 취임한 후 최 회장은 "에너지, 화학중심의 비즈니스만으로는 성장이 정체하다 고사하는 슬로우 데스에 직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1년 하이닉스를 전격 인수했다. 하이닉스의 인수는 SK그룹이 ICT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2년 9.5조원이었던 SK그룹 ICT 계열사(SK텔레콤, SK하이닉스, SK C&C, SK플래닛)의 수출은 2014년 16.2조원, 2016년 17조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생산한 하이브리드D램 모듈<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 인수에 매달리는 것은 낸드플래시 시장에서의 경쟁력 때문이다. 

낸드플래시는 SK하이닉스의 아픈 손가락이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지속된 반도체 시장의 호황으로 SK하이닉스는 1분기 영업이익 2.5조원을 달성했지만 상당부분을 D램에 의존하고 있다. 

D램 부분에서는 확고한 세계 2위를 고수하고 있지만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5위원에 위치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매출 비중은 D램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5.4%로 독보적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도시바 19.6%, 웨스턴디지털 15.4%, 마이크론 11.9%, SK하이닉스 10.1%, 인텔 6.7%로 뒤를 잇고 있다. 

삼성전자와 도시바의 1, 2위가 견고한 가운데 나머지 기업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만약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인수에 성공한다면 점유율 29.7%로 단숨에 삼성전자의 턱밑까지 추격하게 된다. 

또 낸드플랜시 수요는 앞으로도 꾸준히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며 미래 성장동력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72단 3D낸드 칩 및 이를 적용해 개발중인 1TB SSD <사진=SK하이닉스>

시장조사기관 IHS는 지난해 363억2800만달러 규모의 낸드 시장은 2020년 460억900만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낸드플래시는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될수록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원이 꺼지면 저장됐던 데이터가 삭제되는 D램과 달리 낸드 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하드디스크처럼 데이터 저장이 가능하다. 

빅데이터가 대세가 된 시기에, 대용량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서버 등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SSD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고, 모바일기기 등의 고사양화는 낸드플래시에 대한 중요도를 점점 높이고 있다. 

이에 SK하이닉스가 도시바를 인수한다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자타공인 2위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1위 추격의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도시바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은 SK하이닉스와 훙하이그룹을 비롯해 미국의 실버레이크-브로드컴 컨소시엄, 웨스턴디지털 등으로 압축된다. 

실버레이크-브로드컴도 2조엔 이상의 액수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웨스턴디지털은 2000년부터 도시바와 일본 욧카이치 반도체 공장을 공동 운영해 온 점을 내세워 독점 협상권을 주장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웨스턴디지털과의 협력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웨스턴디지털이 최근 일본 민, 관 펀드와 손잡는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또 훙하이그룹의 회장이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과의 친분을 이용해 일본이 우려하는 중국측으로의 기술 유출을 불식시키려 한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전 양상에서 최 회장의 일본행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백성요 기자  sypaek@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