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왕국’ 사우디가 찍은 녹색채권, 믿어도 될까…그린워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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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왕국’ 사우디가 찍은 녹색채권, 믿어도 될까…그린워싱 우려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2.10.18 1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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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국부펀드 PIF, 첫 녹색채권 발행
그린워싱 우려도…PIF "녹색투자 보장 못 해"
환경단체 "진짜 녹색으로 보기 어렵다" 지적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출처=사우디프레스에이전시]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발행한 녹색채권을 두고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우려가 제기된다. 사우디 국부펀드 PIF는 이달 초 30억 달러 규모의 첫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100년 만기를 비롯한 총 3개 트렌치로 구성된 채권은 발행액 대비 8배 넘는 주문이 몰리며 강한 수요를 입증했다.

문제는 그린워싱 여부다. PIF는 해당 투자설명서에 “녹색 프로젝트에 수익금이 사용될 것이란 투자자들의 요구사항을 보장할 수 없다”, “녹색투자에 대한 시장합의는 없다”는 등 다소 논쟁이 될만한 여지를 남겨뒀다. 또 부실한 탄소중립 계획을 갖춘 국가기관이 발행한 녹색채권을 진짜 ‘녹색’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우디 국부펀드, 첫 녹색채권 발행…발행액 8배 넘는 주문 몰려


[출처=SGI]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PIF(공공투자기금)가 이달 초 첫 번째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발행규모는 30억 달러, 우리 돈 약 4조3000억원 규모다. 각각 5년, 10년, 100년 만기로 발행된 채권은 발행액 대비 8배 넘는 주문이 몰리며 완판됐다. 

글로벌 긴축정책으로 크레딧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유의미한 성과로 평가된다. 프랭클린 템플턴 글로벌 수쿠크(이슬람채권) 최고 투자 책임자인 디노 크로폴은 이를 두고 “글로벌 에너지 전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역에 있어 환영할 만한 소식”이라고 평했다.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무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직접 사우디 그린 이니셔티브(SGI)에서 발표한 계획은 온실가스 배출 감소, 산림조성, 토지 및 해양 생태계 보호 등 3가지 사업을 중심축으로 한다.

이를 위해 PIF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신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성 등 7개 적격 친환경 프로젝트에 투입할 예정이다. PIF는 친환경 에너지로만 운영되는 미래 도시 ‘네옴(Neom)시티’를 비롯해 2026년까지 100억 달러(약 15조원) 규모의 녹색투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린워시 비판 나와..."진짜 녹색으로 보기 어렵다"


네옴시티. [출처=NEOM]

다만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이 발행한 녹색채권을 두고 그린워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러한 비판 근거는 일차적으로 PIF가 지난달 채권발행을 위해 공개한 투자설명서에서 드러난다. 

해당 설명서에서 PIF는 “발행기관과 보증인, 딜러는 적격 녹색 프로젝트의 자금조달을 위해 수익금을 사용하는 것이 현재 또는 미래 투자자의 기대 또는 요구사항을 전체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충족시킬 것이라는 보장을 하지 않는다”며 “녹색투자에 대해 어떠한 시장합의나 명확한 정의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녹색 프로젝트로 자금이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셈이다. 이를 두고 영국 FT(파이낸셜타임즈)는 지난 4일 “투자자들은 무척 풋내나는 녹색채권을 덥석 사버릴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우려는 발행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게 뚜렷한 탄소중립 계획이 부재한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국제 기후변화 대응기구인 기후행동추적(CAT)은 “(산림조성 사업 등에 그친) 사우디의 탄소중립 정책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수준”이라며 “파리협정 목표(1.5도)에 발맞추기 위해 추가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렇게 부실한 탄소중립 계획을 갖춘 국가기관이 발행한 녹색채권을 ‘녹색’으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이유로 비영리 환경연구단체 인류세사채연구소(AFII)는 자체 녹색채권 유니버스에서 PIF가 발행한 녹색채를 제외했다.

울프 에를란손 인류세사채연구소 대표는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번 녹색채권을 진짜 ‘녹색’으로 보기 어렵다. 녹색이란 평가를 받기 위해선 발행기관이 전략적으로 (1.5도) 기후목표에 발맞춰야 한다”며 “(반면 사우디의 기후정책은 이를 큰 폭 밑돌면서) 우리가 보기에 이번 녹색채권 딜은 부가성은 전혀 없고 단지 마케팅적 활동(marketing exercise)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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