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물량폭탄에, 자발적 탄소시장 ‘곤혹’…기회냐 위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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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물량폭탄에, 자발적 탄소시장 ‘곤혹’…기회냐 위기냐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2.10.24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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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봉 정부, 탄소 크레딧 9000만톤 발행 예정
전체 시장규모 3배 웃돌아…”시장 왜곡 우려”
자발적 탄소시장, 개발국 기후대응 ‘게임체인저’
지난 7월 윤석열 대통령이 알리 봉고 온딤바 가봉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모습. [출처=대통령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던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VCM)에 급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전체 시장규모를 3배 웃도는 물량이 쏟아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달 서아프리카 국가 가봉은 약 9000만톤 규모의 탄소크레딧 발행 계획을 밝혔다. 기후변화에 따라 매년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나 시장이 예상 밖 물량을 모두 소화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장왜곡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글로벌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VCM 규모는 약 10억 달러로 3년 전과 비교해 3배 넘게 증가했다. 전체 배출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로 아직 미미한 수준이나 배출권 수요가 매년 늘어나면서 2030년 기준 500억 달러(맥킨지) 규모 신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봉 정부, 탄소 크레딧 9000만톤 발행한다…전체 시장규모 3배 웃돌아


[출처=redd.plus]

글로벌 자발적 탄소시장이 대규모 물량 출회에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지난 15일 가봉정부는 자국 산림을 활용해 약 9000만톤 규모의 탄소크레딧을 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톤당 가격은 25~35달러 수준으로 총 발행금액은 약 30억 달러, 우리 돈 4조30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자발적 탄소시장 규모가 전년 기준 10억 달러(리피니티브)에 그친다는 점이다. 전체 시장크기를 3배 뛰어넘는 물량이 쏟아질 경우 가격하락 등 시장 혼란이 야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혼선을 빚는 또 다른 문제는 가봉 정부의 크레딧 가격이 시장 평균보다 높다는 점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주요 거래 플랫폼인 레드플러스(redd.plus)에서 현재 판매 중인 크레딧 가격은 톤당 약 16달러다. 가봉이 내건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가봉 측은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탄소배출권과 마찬가지로 탄소 크레딧 가격도 적정선을 찾아야한다는 입장이다. 리 화이트 가봉 환경부장관은 “가봉이 10년에 걸쳐 크레딧 9천만 톤을 발행했다고 물량이 넘쳐난다면 그건 시장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며  "세계가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점차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우려와 달리 수요가 강하리라고 예측한다”고 말했다.


자발적 탄소시장, 개발국 기후대응 ‘게임체인저’로 부상…그린워싱 관건


리피니티브가 시행한 2022년 연례 탄소조사에서 응답자 71%가 자발적 탄소시장이 전년 대비 더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출처=리피니티브]

자발적 탄소시장은 9천만 톤이란 역대급 물량 앞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발견할지, 아니면 뜻하지 않은 침체를 겪을지 기로에 서 있다. 가봉 정부를 뒤따라 파푸아뉴기니 등이 추가적인 크레딧 발행 계획을 밝히며 이러한 물량이슈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와 별개로 개발도상국(개도국)의 탄소 크레딧 사업은 선진국 지원에 기대지 않고 이들 스스로 기후행동에 나설 수 있는 긍정적 요소로 평가받는다. 실제 가봉은 조달 예정자금 중 10%를 산림 관리, 농촌 개발 등에 재투자할 계획이다.

정부 간 국제기구인 열대우림 국가연합(CfR) 케빈 콘래드 이사는 “선진국이 언제까지고 개도국에 자금을 지원할 순 없다”며 “(개도국이 홀로 행동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기후 전환을 위해 합당한 탄소가격이 형성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가장 큰 문제는 크레딧 품질이다. 가봉 정부가 발행하는 만큼 민간 사업보단 신뢰성이 높다고 평가받으나 관련 국제표준이 부재하는 만큼 여전히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우려가 존재한다. 이 경우 잘못된 크레딧을 덥석 사버린 기업도 함께 그린워싱 비판에 놓일 수 있다.

다만 UNFCCC(유엔기후변화협약)에 의해 만들어진 레드플러스(REDD+) 프레임워크 검증을 통해 이러한 우려를 일부 덜어낼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자발적 탄소크레딧 품질을 보증하는 민간 보험상품이 나오는 등 구매자를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되고 있다.

이렇게 크레딧 신뢰 이슈가 점차 옅어지면서 자발적 탄소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국내 증권사들도 늘고 있다. 첫발은 지난 3월 하나증권이 내디뎠다. 이후 한국투자증권, SK증권 등이 금융당국 업무신고를 마치고 시장진출을 앞두고 있다.

KB증권 최효정 연구원은 “자발적 탄소시장에서는 의무적 탄소 시장과는 달리 프로젝트의 탄소 감축량 등의 품질 기준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아 품질 리스크에 대한 이슈가 지속되었다”라며 “(보험상품 등으로) 탄소 상쇄 프로젝트와 탄소 크레딧의 리스크 경감 및 품질 보증이 이루어지면 탄소 크레딧의 투자매력도가 증가해 자발적 탄소시장의 급성장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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