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선방한 메리츠증권, 하반기는 ‘물음표’…부동산 경기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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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선방한 메리츠증권, 하반기는 ‘물음표’…부동산 경기 변수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2.10.07 1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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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증권, 3분기 실적 -15% 하락 전망
연간 실적 1조원 달성 먹구름…9500억 예측
부동산 PF 실적 하향 불가피…"건전성 문제없다"
지난 9월 주가 약 25% 하락…주가회복 총력
[출처=메리츠증권]

상반기 최대 실적을 달성한 메리츠증권이 하반기에도 증시 찬바람을 이겨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올 3분기 전년동기대비 약 15% 하락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측된다. 부동산 경기악화에 지난 반기 호실적을 이룬 IB(기업금융) 부문이 타격을 입은 영향이다. 메리츠증권은 국내 10대 증권사 중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비중이 가장 높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부동산 PF를 제외한 IB, 리테일 부문 등에서 꾸준히 사업 다각화를 진행하고 있고 이전과 비교해 부동산 PF 매출비중도 줄었다”며 “업계가 전반적으로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실적하락을 우려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사업다각화가 이뤄진만큼 (건전성 악화 등) 지나친 우려는 기우이며 업황저점도 지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녹색경제신문>에 말했다.


메리츠증권, 하반기 컨센서스 전년비 -15%…부동산 IB 타격


1분기 기준 국내 24개 증권사 브릿지론 및 본 PF 익스포저 현황. [출처=한국신용평가]

3분기 메리츠증권 실적이 하향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상반기 메리츠증권은 10대 증권사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률을 거뒀다. 영업이익 및 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 9.8%, 9.7% 증가했다. 같은 기간 NH투자증권(-58%), KB증권(-51%) 등과 비교해 괄목할만한 성과로 평가된다.

다만 이달 4일 국내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내다본 3분기 실적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16.2% 내린 1585억원이다. 이 때문에 상반기 실적 발표 이후 높아진 ‘첫 영업이익 1조원 돌파’ 기대감도 사그라들고 있다. 

4분기 실적 서프라이즈를 거두지 않는 이상 올해 연간 실적은 전년도와 비슷한 95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가파른 금리인상에 따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감소, 채권 평가손실 확대는 증권사라면 피해갈 수 없는 실적 하락요인이다. 앞서 메리츠증권도 상반기 리테일, 세일즈앤트레이딩 부문에서 각각 전년 대비 -51.7% -54.4% 역성장을 거뒀다.

다만 부동산 금융을 위주로 쌓은 IB 부문 호조(전년비 +12%)로 실적방어에 성공했다. 한국신용평가가 24개 증권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1분기 기준 메리츠증권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익스포저 비중(브릿지론 포함)은 88%로 전체 중 가장 높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 위축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19% 하락했다. 10년 만에 최대 낙폭이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8월 말 기준 총 3만2722가구로 전월 대비 4.6% 증가했다. 특히 수도권 미분양 주택가구는 작년 말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배경에 상반기 기준 부동산 PF 대출을 비롯해 메리츠증권이 보유한 총대출 연체금액도 766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30억원가량 늘어났다. 연체율도 1.11%에서 1.54%로 0.43%p 증가했다.

관계자는 “상반기부터 부동산 금융시장은 좋지 않았다. 부동산 외 사업 다각화가 이뤄졌기 때문에 반기 최대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라며 “부동산 PF 시장이 흔들려도 각 사업부문에서 수익이 고르게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 부동산 리스크 선제적으로 대응…불확실성은 여전


7일 오전 9시 43분 기준 메리츠증권 연초 이후 수익률. [출처=구글파이낸스]

사실상 예견된 부동산 경기위축에 대비해 메리츠증권은 선제적으로 위험 익스포저를 관리해왔다. 지난 2020년 초 부동산 관련 넷(순)익스포저를 감축하는 계획을 마련한 이후 11조원 규모의 익스포저를 상반기 기준 6조원 수준까지 낮췄다. 같은 기간 메리츠증권이 보유한 요주의이하 및 고정이하자산도 전년 말 대비 각각 22.5%, 8.4% 내려갔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2010년부터 업계에서 가장 빨리 부동산 금융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단 1건의 부실도 터진 적이 없다. 자기자본이 5조원 수준으로 풍부하고 선순위 투자비중이 95%에 이를 만큼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건전성 우려는 안 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전체 자기자본 대비 익스포저 부담(88%)이 높은 건 사실이다. 한국신용평가는 “과도했던 위험익스포져 부담을 축소 중이나, 여전히 자본 대비 부담이 상당하다”며 “신용 익스포져 상당 부분은 부동산 익스포져로 LTV 관리를 통해 담보가치 하락 위험을 관리하고 있으나, 자본 대비 익스포져가 상당해 부동산 경기의 하강 시 유동성 및 신용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한신평은 이어 “현재까지는 금리 상승에 대응하여 적절한 헤지가 이루어졌으나, 실적변동성이 큰 업권 특성상 하반기 운용성과도 변동성이 클 수 있다”며 “금융시장 내 유동성이 축소되고 불확실성이 커지며, 주요 수익원인 부동산금융을 포함하여 IB 관련 수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듯 주가는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연초이후 메리츠증권은 실적 선방 기대감에 지난 4월 14일 종가기준 주가가 34.75% 올랐다. 다만 이후 40% 넘게 추락했다. 9월 한달 중엔 22개 증권사 중 가장 큰 낙폭 24.07%를 기록했다.

메리츠증권은 이에 대응해 지난해 총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매입에 이어 올해 2800억원 수준의 매입을 단행하는 등 주가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전반적인 증권업계 불황과 겹쳐 회복에 오랜 기간이 걸릴 예정이다.

유안타증권 정태준 연구원은 “(증권업 전반에 걸쳐) 연초 이후 실적부진을 견인하는 브로커리지와 IB 수익 감소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증권업 주가 급락은 실제로 발생한 손실이 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부동산 위험노출액(익스포저)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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