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시민모임 "영양표시 대상 아닌 간편조리세트, 영양표시 대상으로 확대해야"
밀키트 업계 "햄, 소시지 등 육류재료 풍부할 수록 나트륨·포화지방 높아... 불합리"
시중에 인기리에 유통되고 있는 밀키트(가정간편식) 중 상당수가 나트륨과 포화지방의 함량이 1일 기준치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들 제품 중 일부는 영양표시 대상이 아니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 소비자단체의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밀키트 특성상 재료에 햄과 소시지 등이 풍부할 수록 나트륨과 포화지방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데,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나트륨과 포화지방 수치만을 비교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7일 사단법인 소비자시민모임은 밀키트 제품의 품질, 가격 비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부대찌개(10개), 밀푀유나베(8개), 로제파스타(7개) 등 25개 밀키트 제품의 영양성분 함량, 재료 구성, 표시사항 및 안전성 등을 시험․평가했다.
시험 결과, 밀키트 25개 제품 중 일부 제품은 1인분 기준 나트륨과 포화지방 함량이 1일 기준치를 넘어, 과다 섭취를 피하기 위한 적정량 섭취와 조리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메뉴라도 제품에 따라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등 주요 영양소의 함량 차이가 컸고, 탄수화물과 포화지방의 경우 제품별로 최대 6.7배까지 차이가 있었다. 한편, 25개 제품 중 6개만이 영양성분 함량을 표시했다.
특히 부대찌개 밀키트 중 ▲피코크 오뎅식당 부대찌개 밀키트, ▲곰곰 옛날식 부대찌개, ▲마이셰프 UFO 부대찌개, ▲홈스토랑 바이 애슐리 콰트로 햄치즈 부대찌개 등 4개 제품은 1인분의 나트륨과 포화지방 함량이 1일 기준치를 넘었고, 1인분의 지방도 1일 영양성분 기준치(54g)의 83.7%(45.2g) ~ 115.6%(62.4g)로 1일 기준치에 달하거나 넘었다.
또한 5개 제품은 총 내용량 또는 구성물의 실제량이 포장이나 동봉된 레시피 카드에 표시된 양보다 부족하거나, 표시상의 구성물이 실제 제품에 없는 등 표시와 실제 제품 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앙트레 버터쉬림프로제파스타(제조 : 푸드서플라이)’와 ‘푸드어셈블×채선당 밀푀유나베(제조 : 푸드어셈블)’는 실제 내용량이 표시된 양보다 허용 오차범위를 초과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앙트레 버터쉬림프로제파스타(제조 : 푸드서플라이)’와 ‘홈플러스 시그니처 진짜 스팸부대찌개(판매 : 홈플러스)’, ‘피코크 오뎅식당 부대찌개 밀키트(제조 : 프레시지, 판매 : 이마트)’는 일부 구성물의 중량이 제품 또는 레시피 카드에 표시된 양보다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심플리쿡 밀푀유나베’는 제품의 구성물 표시된 ‘스윗칠리소스’가 실제 구성물에 없었다.
이에 대해 소비자시민모임 측은 "푸드서플라이는 내용량 수정 및 개선 계획을 밝혔고, 홈플러스와 이마트, 프레시지, 푸드어셈블은 부족량에 대한 설명과 향후 계획을 회신했으며, ‘심플리쿡 밀푀유나베’ 판매처인 GS리테일은 구성물 누락에 대한 설명과 개선 조치사항을 회신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시민모임은 "밀키트 제품 중 식품유형이 ‘간편조리세트’의 경우 영양표시 대상식품이 아니어서 대부분의 제품이 영양표시를 하지 않아 소비자는 제품 간 영양성분을 비교하거나, 영양성분을 고려한 섭취가 어렵다"면서 "소비자들이 밀키트의 영양성분 함량을 알 수 있도록 ‘간편조리세트’를 영양표시 대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소비자시민모임에 발표에 대해 밀키트 업계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분위기다. 햄과 소시지 등 밀키트 재료의 충실도가 높을 수록 나트륨과 포화지방의 함량이 높아지는데 이를 부정적으로 볼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한 밀키트 업계 관계자는 17일 <녹색경제신문>에 "소비자들 입장에서 햄과 소시지가 많이 들어 나트륨과 포화지방의 함량이 높은 제품과 재료가 부실해 나트륨과 포화지방이 낮은 제품 중 어느 것이 더 좋은 제품인지 혼동을 줄 수 있다"고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햄이나 소시지의 함량이 높을수록 나트륨이나 포화지방의 함량이 높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것은 소비자가 선호도에 따라서 소비자가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소비자의 판단에 맡겼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