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기후 위기 대응’ RE100 참여 … 재생에너지는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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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기후 위기 대응’ RE100 참여 … 재생에너지는 ‘과제’
  • 이준용 기자
  • 승인 2022.04.2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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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내달 RE100 참여 예정 … 새 정부 출범 맞춰 논의
재생에너지 전환 등 기후 위기 대응 차원 … 애플, TSMC, 인텔 등 경쟁사들 이미 참여
적극적인 ESG 경영 요구하는 목소리에 응답
국내 재생에너지 생산 저조 … 새 정부는 ‘원전’ 강조해 우려
향후 RE100 무역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 … “빠른 대응 필요”
RE100 [사진 제공=더 클라이밋 그룹]
RE100 [사진 제공=더 클라이밋 그룹]

삼성전자가 내달부터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국제 캠페인 'RE100'에 참여한다. 전 지구적 과제인 탄소중립 흐름에 동참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빈약한 국내 재생에너지 기반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음 달 새 정부 출범 발맞춰 RE100 참여 … “늦었지만 환영” 반응

삼성전자는 다음 달 새 정부 출범에 맞춰 RE100에 동참할 계획을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2050년까지 풍력·태양광·지열 같은 재생에너지 등을 통한 전력으로 충당하겠다는 자발적인 약속이다. 새 정부의 에너지·환경 등 정책 기조에 따라 세부 계획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인수위와 협의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단 그동안 환경단체와 외국계 투자자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반도체·전자 생산업체인 삼성전자가 탄소 저감에 동참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어온 점에서 이번 결정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많다.

실제로 지난 22일 국내외 44개 기후환경 시민사회단체들은 지구의 날을 맞아 삼성 측에 “전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한 삼성그룹이 그 명성에 걸맞게 기후 위기 대응 수준을 높이고, 글로벌 기후 리더로서 선도해달라”는 요청을 담은 서신을 전달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TSMC와 인텔은 이미 지난 2020년 RE100에 동참해 각각 2050년,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의 재생에너지 재생에너지 비중은 2020년 기준 17.6%에 불과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는 세계적 흐름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이 국내 대기업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도 RE100 가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 트렌드에 비하면 환경 측면에서 한국 대기업 집단이 뒤처진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하며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더 늦기 전에 삼성이 스타트를 끊은 건 잘한 일이라 본다”고 평가했다.

삼성에 목소리를 높여온 환경단체들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국내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늦었지만 옳은 결정”이라고 평하며 “그동안 여러 차례 삼성에 RE100 가입 등 책임 있는 경영을 요구해왔는데 앞으로도 약속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지켜보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국내 재생에너지 기반은 ‘숙제’ … 새 정부는 원전 강조해 ‘물음표’

하지만 빈약한 국내 재생에너지 기반은 정부와 기업 모두에게 숙제로 남았다. 국제 에너지연구기관 엠버의 ‘국제 전력 리뷰 2022’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태양광(4.12%)과 풍력(0.55%)의 발전 비중은 4.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전 세계 풍력·태양광의 발전 비중이 처음으로 평균 10%를 넘어선 것에 비해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절반도 되지 않는 수치인 것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RE100 참여를 망설이는 것은 이처럼 부족한 재생에너지 기반이 큰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재생에너지 총량 자체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가 사용하는 전력량 정도밖에 안 된다”며 “재생에너지가 획기적으로 늘어나지 않으면 RE100 가입이 확산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이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수위가 전남에 추진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 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고, 결정적으로는 원전 비중을 늘리는 대신 재생에너지 비중을 줄이는 방식을 택하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방안은 발전 단가가 하락해 경제성이 확보되면서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문가는 “원전이 당장 경제적인 것이야 맞지만, 안전성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도 재생에너지보다 경제적일지는 알 수 없다”며 “세계적으로 환경 문제가 강조되는 분위기고, 앞으로 탄소중립이 계속 화두가 된다면 원전만 강조하는 건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 때문에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원전과 별개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RE100 가입이 충분히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구 중심 RE100, 무역 장벽으로 발전할 가능성 … “대중 견제 목적이라는 분석도”

세계적으로 RE100에 가입한 기업은 구글, 애플, 제너럴모터스 등 349개다. 한국 기업은 2020년 처음으로 RE100 가입을 선언한 SK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등 14곳이다. RE100에 가입하려면 주요 다국적 기업 중에서 영향력과 재생에너지 사용 의지, 구체적 계획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

RE100 참가 여부에 따른 수출 전망 [사진 제공=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RE100 참가 여부에 따른 수출 전망 [사진 제공=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RE100 가입 등 요건을 갖추지 못할 경우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를 받지 못하거나 애플 등 미국 기업으로의 수출길이 막힐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삼성전자가 RE100 가입을 계획하는 것도 반도체·전장 등 수출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이러한 탄소중립 정책을 두고 미국, 유럽 등 서구 제조업 강국들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로 보는 관점도 있다. 장기적으로 환경 문제를 고리 삼아 중국의 수출을 막으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사실상의 ‘무역 장벽’을 노린 포석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의심이 사실일지 여부와 별개로, 수출에 의존하는 국내 산업의 구조적 특성상 RE100 등 탄소중립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는 크게 이견이 없다. 한 전문가는 “중국과 별개로 미국과 유럽으로의 부품 및 완제품 수출을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기준은 충족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삼성의 결정도 그런 맥락으로 본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이번 RE100 참여 결정이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과 국내 대기업들의 참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준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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