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아진 대출문 파고드는 정부사칭 보이스피싱…순간 ‘혹’해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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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아진 대출문 파고드는 정부사칭 보이스피싱…순간 ‘혹’해 당한다
  • 노설희 기자
  • 승인 2021.09.27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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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들어 7월까지 2만402건, 5천억 피해…가해자 최고 형량 6년 불과
[ 출처=클립아트코리아 ]
[ 출처=클립아트코리아 ]

“고객님께서는 정부지원 특례보증 긴급대출상품 지원 대상자입니다” 등과 같은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면 조심해야 한다. 최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각종 정책과 금융기관의 대출 규제 등을 틈타 정부나 대형 금융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유동수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5천 709건 이었던 보이스피싱 사기는 지난해 3만 1681건으로 5.5배 급증했다. 피해 금액 또한 같은 해 595억 원에서 7천억 원에 달해 11.8배 폭증했다. 올해 7월 말까지는 2만 402건 피해가 발생했다. 이는 전년 동기간 대비 1천 676건 증가한 수치며 피해액은 전년 동기간 대비 천 51억 원 증가한 5천 6억 원에 달했다.

경기침체·각종 대출 규제 정책 속 파고드는 보이스피싱

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 침체가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소상공인과 중저신용자를 타깃으로 한 보이스피싱 사기는 이제 일상이 되었다. 금융권의 강도 높은 대출 규제 속에서 자금조달 여력이 없는 경우 정부기관이나 대형 금융권으로 사칭한 보이스피싱 광고에 유혹되기 쉽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문자를 발송하거나 전화를 걸어 대형금융기관에서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광고를 한다. 조직원이 피해자에게 신청서 작성을 위해 어플리케이션 설치를 유도하면 악성코드가 설치되는데 이 과정에서 금감원·금융기관 등 번호로 위작해 전화를 걸어 피해자를 안심시킨다. 문자에는 본인들 스스로 보이스피싱을 주의하라는 경고 문구까지 넣었다.

조직원들은 은행직원의 신분증과 재직증명서 등을 위조해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전달한다. 이에 의심하지 않는 피해자들이 대출 보증료를 조직계좌에 이체하면 이를 가로채는 수법이다. 전산 상 등의 문제를 들먹이며 대면 전달을 통해 현금수거책에게 직접 돈을 건네는 경우도 있다.

반성하는 기미만 보여도 감형

지난해 11월 검사를 사칭해 20대 취업준비생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보이스피싱 일당의 최고 형량은 6년이었다. 조직의 전달책 역할을 했던 중국인 부부는 ‘무죄’를 선고 받았다. 그들이 앗아간 한 사람의 목숨과 100억 원대 사기 금액을 생각하면 터무니 없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여론의 울분을 샀다.

범죄의 밑작업은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계좌를 넘겨주는 것이다. 일당이 입출금 통장으로 쓸 수 있도록 법인계좌를 만든 후 퀵서비스를 통해 전달하는 방식이다. 전달자는 범죄에 쓰일지 몰랐다고 하면 그만이다. 이 경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징역6개월, 집행유예 1년 선고에 그쳤다.

저금리 정부지원 대출 갈아타기로 유인한 경우 기존 대출을 받았던 은행원으로 사칭한 새로운 조직원이 직접 피해액을 수금하러 다닌다. 중복 대출 신청은 금융거래법 위반이라 당일 상환을 해야 한다는 게 이유다. 이같이 적극적으로 범죄에 가담한 경우 징역 2년 형을 선고를 받았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한 총책은 국내외에 사무실을 두고 콜센터를 운영했다. 상담원, 송금 담당원 등을 구성해 철저한 범죄단체를 조직하고 관리 했다. 8개 월에 걸쳐 31차례, 2억 3천 만원의 사기행각을 벌였다. 그러나 총 관리를 맡은 주범은 징역 2년 6개 월 형을 선고 받았다. 이마저도 최고형이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재판 과정에서 반성, 무범죄 이력, 부양가족 의무, 건강상태, 피해자와 합의 등의 이유로 감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거액의 사기 피해액에 비해 비교적 액수가 적다는 것도 이유다.

금융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문자 내용
금융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문자 내용

“은행은 절대 대출상품을 문자로 광고하지 않는다”

이 같은 피해사례는 시중은행의 협조로 예방을 하기도 한다. 지난 8월 IBK기업은행의 한 지점에서는 직원이 거액을 인출하는 고객을 의심해 관할 112에 신고 후 경찰이 출동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대출상품을 문자로 광고하지 않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고 당부했다.

신한은행은 23일 보이스피싱 범죄 시도가 날로 증가함에 따라 보이스피싱 피해예방 모니터링을 주말에도 시행한다고 밝혔다. 고객정보와 의심거래정보 등의 데이터를 정교한 필터링 작업으로 의심거래와 정상거래로 신속히 구분하는 ‘Anti-피싱 플랫폼’을 활용한 시스템이다.

우리은행 또한 AI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피싱이 의심되는 지점 실시간 탐지 기능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사기이용계좌 감시 강화, 자동화기기 이용내역 패턴 분석 등을 AI로 포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 발생시 송금은행·입금은행에 바로 신고해 ‘지급정지’ 신청을 해야 한다. 지급정지는 보이스피싱 계좌를 동결하는 절차로 100만 원 이상 이체가 이루어진 계좌는 30분 간 현금인출이 지연된다. 그 후, 경찰서에 방문에 ‘사건사고사실확인서’를 발급해야 하는데, 이는 지급정기 신청 후 3일 이내에 가능하다. 사건사고사실확인서를 발급 받았다면 지급정지를 신청한 은행에 제출해 지급정지 조치를 연장하고 명의자 소명 등을 거쳐 남은 피해금 환급 절차를 진행한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이미 현금을 인출했거나 대면을 통해 현금을 전달한 경우라면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 부당이득 반환소송을 할 수 있다. 대환대출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4차례에 걸쳐 대면으로 수천 만원의 돈을 전달했다”며 “검거된 현금수거책에게 배상명령을 신청하려 했지만 형사사건 변론종결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밖에 없다며, 스스로 모든 절차를 진행하려고 하니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다”고 말했다.

민사 소송시 피의자 신원 파악이 중요하다. 한 법률 관계자는 “전자소송 시스템을 통해 민사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며 “변론종결의 경우 민사소송에 성명불상자로 기재 후 해당 법원에 피고인의 인적사항을 요청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설희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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