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읽어주고 점자 새기고'... 시각장애인 쇼핑 편의 개선, "반갑지만 갈 길 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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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읽어주고 점자 새기고'... 시각장애인 쇼핑 편의 개선, "반갑지만 갈 길 멀어"
  • 홍수현 기자
  • 승인 2021.05.20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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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 시각장애인 쇼핑 스타트업 와들에 투자
진로하이트·롯데칠성... 일부 음료에 점자로 이름 새겨 
같은 상품이라도 국내 사이트만 텍스트 제공 안 되는 경우 있어... "근본적 인식 개선 필요"
(왼쪽부터) 점자 새겨진 참이슬과 아이시스 [사진=하이트진로, 롯데칠성]
(왼쪽부터) 점자 새겨진 참이슬과 아이시스 [사진=하이트진로, 롯데칠성]

최근 국내 기업들이 시각장애인 고객 마음을 사로잡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지 내 텍스트를 읽어주거나 이름을 점자로 새기는 등 각종 편의 서비스에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 "반갑지만 아직 갈 길 멀어..." 

시각장애인 A씨는 20일 녹색경제신문에 "최근 찾아온 일련의 변화는 반갑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국내외 온라인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한 회사의 경우 국내 사이트에서 쇼핑할 때는 화면 낭독기로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라고 무의미한 설명만 반복 출력되지만, 해외 사이트에서 같은 상품을 검색하면 기능, 사용 방법 등 상세정보가 텍스트로 설명되는 경우가 여전히 비일비재하는 것이다. 

A 씨는 "같은 회사 같은 상품에 대해서도 국내에서만 텍스트를 제공하지 않는 건 시각 장애인을 우롱하는 행위"라며 분노했다. 

장애인 차별 금지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한 이같은 문제는 끊임없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 "이미지 읽어드려요... 소주·생수에 점자 이름 넣기"

11번가에서 제공하는 시각 장애인용 음성지원 화면 [사진=11번가]
11번가에서 제공하는 시각 장애인용 음성지원 화면 [사진=11번가]

그러나 국내 온라인 쇼핑몰들에도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11번가는 지난 19일 이미지 내 텍스트를 음성 정보로 변환해 읽어주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스타트업 '와들'에 파트너십을 맺고 1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11번가는 빠르면 올해 하반기 와들의 기술을 11번가 앱과 웹사이트에 도입할 계획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4월 국내 생수 브랜드 중 유일하게  점자표기를 넣었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시각장애인이 점자 해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점자 높이와 간격을 표준 규격에 맞추고,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의 도움을 받아 점자 인식에 대한 검증도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칠성사이다와 밀키스에도 점자를 표기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소주 '참이슬' 상단에 주류 구별을 위해 '소주'와 브랜드명인 '참이슬'을 점자로 새겨 넣었고, 지난 1996년부터 업계 최초로 맥주 캔 음용구에 점자 표기를 적용했다.

통신업계도 나섰다. SK텔레콤은 지난 2019년부터 '임팩트업스(IMPACTUPS)'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인을 위한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입팩트업스에 참여한 기업 '센시'는 점자 출판계에 혁명을 불러일으켰다. 서적에 있는 글자는 물론 이미지와 복잡한 수식도 점자로 전환하는 알고리즘을 구현해 과거 제작에 6개월 이상이 소요됐던 300페이지 분량 점자책을 하루 만에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제작 효율이 높아지며 점자 서적 판매가도 기존 150달러에서 10달러 내외로 크게 낮아졌다.

 

◆ 법원, "쇼핑몰, 시각장애인 차별 배상하라" vs 업체 "과도한 부담"항소

모든 일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실제 시각장애인들이 권리를 찾기 위해 직접 움직인 적도 있다. 

지난 2017년 시각장애인 963명은 대형 유통회사에 "시각장애인에 대한 접근성을 갖추라"며 소송을 냈다. 

이후 약 4년이 흐른 올해 2월, 법원은 1심에서 "대체 텍스트 미흡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이라며 "원고 1명당 10만 원씩 지급하고 6개월 안에 온라인몰 상품 정보 등에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라"고 판결했다.  

이들 회사는 "판매하는 모든 상품에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는 건 과도한 부담이 따른다"며 항소의 뜻을 밝혀 법정 다툼은 길어지게 됐다. 

 

◆ 해외 사례 살펴보니... 접근성 높은 '아마존'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의 경우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체 텍스트가 거의 완벽하게 마련돼 있다. 앞서 A씨가 찾던 상품의 경우 아마존에서는 관련 정보를 화면 낭독기로 쉽게 얻을 수 있었다.

차별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 한 사회에서 같은 화폐 단위를 사용하며 살아간다면 재화를 구입하기 전 동일한 정보를 얻어야 하는 건 당연한 권리라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판매자는 정보를 공정히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부담'이라는 말로 회피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시각 장애인들의 외침에 사회가 귀를 기울일 때다.   

홍수현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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