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배터리②]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내재화 전략' 본격 시동…국내 배터리 3사, 최대 시장 상실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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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K-배터리②]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내재화 전략' 본격 시동…국내 배터리 3사, 최대 시장 상실 위기
  • 장경윤 기자
  • 승인 2021.03.25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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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세데스벤츠·테슬라·폭스바겐그룹 등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 전략 적극 추진…국내 배터리3社 타격 예상
- EU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전기차 배터리 자급자족 체제 마련
-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 계획 100% 현실화 아냐", "시장 규모 자체가 성장" 등 큰 위기는 아니라는 전망도

세계 시장을 호령하던 배터리산업이 전례없는 위기다. 중국 경쟁사들은 무서운 속도로 쫓아오고 있다. 이젠 LG엔솔,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이른바 배터리 3사 스스로 가격, 품질 모두 중국産의 우수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대형 고객인 자동차업체들은 배터리 내재화를 경쟁적으로 선언하고 있다. 배터리업체로써는 수십년을 투자해 이제 좀 먹고살만하니 고객이 뒷통수를 치고 갑자기 경쟁사로 변한 셈이다. LG-SK갈등은 해결 가능성보다는 시간이 갈 수록 골만 깊어지고 있다. 총리실 등 정부의 중재도 소용없다. 사생결단의 분위기다.

차세대 배터리라는 전고체배터리는 일본, 미국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다. 아직도 국내 배터리3사는 20년이상 가져온 근거없는 자신감에 취해있어 상황파악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위기의 배터리산업. 5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들 사이에서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 전략이 일종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도요타·메르세데스-벤츠·테슬라·폭스바겐그룹 등 수많은 기업들이 배터리셀을 공급받는 단계에서 벗어나 배터리 업체와의 합작사 설립을 통한 자체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상황이다.

이외에도 현대는 최근 내부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수직계열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으며, 전기차 사업의 후발주자인 혼다는 중국 CATL과 전기차 배터리를 공동 개발하고 자본 제휴를 맺는 등 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이처럼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배터리 개발 및 자체 생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자명하다. 전세계 전기차 시장이 향후 계속 성장할 전망인 가운데, 전기차 생산단가에서 40% 안팎의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외부 공급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의지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생산단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을 낮춰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 주된 이유로 보인다"며 "이외에도 업체 간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배터리 공급난 위험을 사전에 줄이는 등 여러 요소가 고려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최근 배터리 내재화 전략을 발표해 배터리 업계를 긴장시킨 업체는 폭스바겐그룹이다. 폭스바겐그룹은 지난 16일 연례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2023년까지 통합 배터리 셀을 자사 모델 80%에 장착해 배터리 비용을 최대 50%까지 절감하겠다"며 "2030년까지는 유럽에 총 생산량 240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 공장 ‘기가팩토리’를 6곳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폭스바겐그룹은 배터리 내재화 사업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CATL 등으로부터 각형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했다.

파우치·원통형 배터리를 주로 생산하는 LG에너지솔루션, 파우치 배터리만을 생산하는 SK이노베이션의 입장에서는 미래의 대형 고객사를 단번에 잃게 된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폭스바겐그룹은 지난해 1~9월 기준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12.9%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했다.

테슬라가 공개한 배터리 제조 과정.

같은 조사에서 17.5%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한 테슬라 역시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지난해 9월 '배터리데이' 행사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개발 계획을 발표한 테슬라는 일본 파나소닉과 손을 잡고 기존 원통형 배터리에서 저장량은 5배, 출력은 6배 높인 '4680' 배터리의 양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4680라는 이름은 배터리의 지름이 46mm, 길이가 80mm인 데서 유래됐다.

목표는 오는 2022년까지 전기차 140만대 분에 해당하는 100GWh의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는 것으로 잡았다. 일각에서는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으나, 테슬라는 지난 1월 원통형 배터리 생산 공정을 공개하며 자신들의 계획이 착실히 진행되고 있음을 과시했다.

배터리 내재화 전략은 단순히 기업 차원에서만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 규모 1·2위를 다투는 유럽은 지난 2017년 아시아계 배터리 제조 업체에 의존하던 산업 구조를 변혁하기 위한 '유럽 배터리 연합'을 결성했다.

지난 1월에는 약 4조원의 규모로 테슬라와 BMW를 비롯한 42개 업체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지원하는 내용의 '유럽 배터리 혁신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2025년까지 전기차 배터리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생산 시설을 갖추겠다는 것이 주 골자다.

전체적인 시장 규모 성장으로 "큰 위기 없다"는 목소리도

이처럼 해외에서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는 배터리 내재화 전략은 국내 배터리업계에는 분명한 악재다. 그러나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전략이 현실화되기에는 여러 문제점이 있으며, 전기차 시장 자체의 성장으로 위기보다는 기회가 더 클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일례로 BMW는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 전략을 꺼내들었다가 최근 이 같은 결정을 철회했다. 오는 2022년까지 독일 파스도르프 지역에 리튬이온 배터리 셀 공장을 건설해 자체 생산 체제에 돌입할 계획을 세우던 BMW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이다.

이날 올리버 집세 BMW그룹 CEO는 "한국, 중국, 유럽 등의 배터리 제조기업과 상당한 규모의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며 "이는 BMW가 향후 전기차 생산량을 크게 늘려도 충분한 공급망으로, 배터리 자체 생산에 착수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올리버 집세 BMW그룹 CEO.

모든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내재화 전략이 완전한 '독립' 형태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도 국내 배터리3사에게는 기회로 다가온다. 테슬라가 처음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했을 당시 주요 배터리 공급사였던 파나소닉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테슬라의 4680 배터리 생산에 파나소닉이 참여하는 등 여전히 공고한 협력을 보여주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배터리 내재화 전략을 추진한 GM 덕분에 수혜를 입었다. GM이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파트너로 LG에너지솔루션을 선택한 것. 각각 1조원 규모를 출자한 양 사는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세우고 미국 오하이오주와 테네시주에서 전기차 배터리 공장 2곳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시장 전체의 성장성에 주목한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 전망치는 64조원으로, 오는 2025년까지 186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4%에 불과한 전기차 시장 비중이 향후 20년간 100%에 육박할 것"이라며 "기술적으로나 규모의 경제 면에서 최선두권인 K배터리업체들에게는 고객사 범위를 확장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당장 한국의 배터리업체들이 마주하고 있는 영업환경은 산업 전반의 고성장과 배터리 공급 부족"이라며 "최악의 경우에도 국내 업체들이 각형 배터리 생산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어 먼 미래에 대한 과도한 우려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성이며, 이는 수십년간 노하우를 축적해 온 배터리업체도 완벽을 기하기 힘든 일"이라며 "완성차 업체가 섣불리 자체 생산에 돌입했다가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는 만큼 여전히 많은 기회가 열려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장기적 관점에서는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내재화 전략이 악재임에는 틀림없으나, 당장의 기술력이나 생산성에서는 배터리업체가 우위에 서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시장 전반의 성장, 합작법인 설립 등 많은 기회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장경윤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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