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스마트폰 사업 대폭 축소...분할 매각 가능성 제기
상태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대폭 축소...분할 매각 가능성 제기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1.01.21 09: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술 때문에 MC사업부 완전 매각은 안할 듯...연구개발 부문은 남겨두고 생산부문 등은 매각 가능성
MC사업부 정리 배경...막대한 적자

LG전자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스마트폰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분할 매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LG전자 대표이사 CEO 권봉석 사장은 20일 MC사업본부의 사업 운영과 관련해 본부 구성원에게 이메일을 보내면서 "MC사업본부의 사업 운영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원칙적으로 구성원의 고용은 유지되니 불안해 할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권 사장은 "LG전자는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며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MC사업부에서 철수할 가능성 까지도 시사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올 게 왔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막대한 적자를 LG전자가 더이상 감내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취재 결과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가 완전히 결정된 것은 아니다. 권 사장의 말대로 현재 신중한 내부 회의가 이뤄지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부를 대폭 축소하면서 분할 매각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진다. 

권봉석 LG전자 사장
권봉석 LG전자 사장

기술 때문에 MC사업부 완전 매각은 안할 듯...연구개발 부문은 남겨두고 생산부문 등은 매각 가능성 높아

업계에 따르면 MC사업부는 현재 내부 인력을 정리 중이다. 매년 세부 조직 인력 변동은 있었지만, 새해 MC사업부의 조직 개편은 예년보다 큰 폭으로 조정이 불가피하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 따르면 MC사업부가 인력의 60%를 타 사업부로 이동시키고, 30%를 잔류, 10%는 희망 퇴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MC사업부는 향후 제조자개발생산(ODM)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ODM은 제품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하청 업체에게 맡기고 검증을 거친 후 브랜드만 붙여 판매하는 방식으로 원가 절감이 장점이다. 

최근 MC사업부는 ODM을 맡고 있던 BTD 사업실을 'ODM 사업담당'으로 격상시키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LG전자의 ODM 비중은 전체 물량의 70%까지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가 생산공장을 성공적으로 매각한 이후 스마트폰 사업을 이어간다면 애플 아이폰처럼 OEM(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이 적용된 제품을 새롭게 선보일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애플이 설계하고 생산은 중국 업체가 하는 방식으로 롤러블 폰도 OEM 가능성이 제기된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을 완전 매각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유는 기술 때문이다. 최근 산업 트랜드는 자동차가 거대한 스마트폰화되고 있으며, 모든 가전기기를 스마트폰으로 제어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산업도 스마트폰 기술이 통용된다. 때문에 생활가전 사업과 전장사업이 주가 되는 LG전자가 스마트폰 핵심 기술을 완전히 놓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분할 매각 가능성은 높게 점쳐진다. 기술 때문에 설계, 디자인 등 핵심 연구개발 부문은 남겨두고 생산부문은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 직접 스마트폰 생산은 대폭 축소하거나 과감히 포기해 사업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 유력하다. 

현재 LG전자 스마트폰 생산라인에 관심을 두고 있는 매수자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베트남의 빈그룹(Vingroup)이다. 빈그룹은 베트남 시총 순위 1, 2위를 다투는 기업으로 2018년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빈스마트를 설립하고, LG전자와 비슷한 위치인 하이퐁 경제특구에 스마트폰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LG전자 스마트폰 생산공장을 인수하면 생산규모를 대폭 키울 수 있는데다 LG전자의 기술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을 노리고 있다. 

MC사업부 정리 배경...막대한 적자...6년간 5조 

LG전자는 MC사업본부의 사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몇 년 동안 제품 포트폴리오 개선 등을 통한 자원 운영의 효율화, 글로벌 생산지 조정, 혁신 제품 출시 등 각고의 노력들을 해왔다. 

하지만 LG전자 MC사업부는 지난 2014년이 마지막 흑자를 낸 해였다. 이후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6년간 계속 적자를 냈다. 2015년 2분기 이래 2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이어오고 있으며 지난해 말까지 누적 영업적자는 5조 원 규모다.

수치상으로 LG전자 전 사업부가 2019년, 2020년 2년간 벌어들인 영업이익과 맞먹는 규모다. LG전자는 전체 사업부를 합쳐 2019년 2조4361억원, 지난해 약 3조205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연간으로 보면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매출은 2014년부터 한해도 빠짐없이 줄고 있는데 적자폭은 좀처럼 축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15년 14조3996억원의 매출을 냈으나 2016년 12조239억원, 2017년10조9529억원으로 감소했고, 2018년에는 7조8762억원으로 줄며 10조원대가 무너졌다. 2019년에는 5조9667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에는 약 4~5조원 수준이 예상된다.  

영업이익의 경우 2014년 2682억원을 기록한 게 마지막이었다. 2015년 483억원, 2016년 1조2181억원, 2017년 7260억원, 2018년 778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며, 2019년에는 적자규모가 다시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8000억원 내외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률도 갈수록 악화일로다. 2015년 -0.3%에 불과했으나 2016년 -10.1%로 크게 치솟았다. 2017년 -6.6%, 2018년 -9.9%를 기록하더니 2019년과 지난해에는 -16%대를 기록했다. 

이러한 MC사업부의 연속적자는 LG전자 전체 실적에 큰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단순히 말해서 MC사업부가 없었다면 LG전자는 5년 반동안 5조원의 영업이익을 더 냈을 것이란 얘기가 된다. 업계에서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포기하면 주가가 20만원대로 오를 것"이란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실제 LG전자 주가는 스마트폰 매각설이 나오자 어제 10% 급등했다. 

이러는 동안 MC사업부 수장은 무려 3번이나 교체됐다. 

최근 3년간 조준호 사장, 황정환 부사장, 권봉석 사장, 이연모 부사장이 맡았다. 3년간 세 번이 교체된 셈인데, 통상 사업본부의 수장을 맡기면 일정 성과가 나올 때까지 최소 3년은 지켜봤던 이전 사례에 비하면 급격하게 본부장이 바뀐 셈이다. 

조준호 사장이나 이전 본부장이었던 박종석 사장 모두 3년씩 MC사업본부를 맡았다. 이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수조원의 누적 적자를 떠안게 되면서 회사 측의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황정환 부사장, 권봉석 사장의 경우 1년씩만 MC사업부를 맡았다가 교체됐다. 

조준호 사장, 황정환 부사장이 MC사업본부장을 맡을 때 LG전자가 야심차게 내놓은 스마트폰 라인업은 모두 부진을 면치 못했다. 조 사장은 취임 후 V10, V20, G4, G5, G6, G Flex 2 등을 잇달아 내놓았지만 번번이 시장의 긍정적 반응을 얻어내는데 실패했다. 

가장 최근에 야심차게 내놓은 'LG 윙'도 구세주가 되지 못했다.  ‘익스플로러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성장 가능성 있는 영역을 선제 발굴해 스마트폰의 사용성을 진화시키겠단 포부로 출시됐지만 판매량이 처참하다.

두번째 프로젝트인 롤러블 폰도 최근 CES2021에서 5초간의 영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났다. 양산이 가능한 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기술력을 보여주기 위해 영상제공만으로 끝냈다는 설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매각설이 제기된 이유이기도 하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