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빅테크의 금융진출···시중은행 위협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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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빅테크의 금융진출···시중은행 위협하나?
  • 김지우 기자
  • 승인 2020.11.08 2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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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들 상반기 순이익 전년 대비 17.5% 감소
- 빅테크, 송금·결제·자산관리·보험 판매 등 영역 확대 시중은행 위협
- 간편결제, 간편송금 등 빅테크 서비스 이용량 점점 늘어나는 추세

대형 온라인 플랫폼 기반 빅테크(Big Tech)들이 은행업으로 진출을 확대하면서 시중은행들에 위협이 되고 있다.

은행들의 수익성은 악화하는 반면 케이뱅크는 대주주 문제를 해결하고 시중은행과 본격적인 영업경쟁에 들어갔고 내년 상장이 예정돼 있는 카카오뱅크는 흑자폭을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은 피할 수 없는 세계적인 흐름이기에 전통 금융권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8일 녹색경제신문 취재 결과, 신한은행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1조765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9763억원) 대비 10.7% 감소했다. 

국민은행(1조8824억원, -6.2%), 우리은행(1조1590억원, -10.3%), 하나은행(1조6544억원, -7.6%), 농협은행(1.1155억원, -6.4%) 등 주요 시중은행들의 순이익이 적게는 6%, 많게는 10%대까지 줄어들었다.

시중은행들의 실적은 저금리 기조에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대손충당금을 늘린 게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빅테크의 시장 영향력이 커지며 점유율을 점차 늘려간 것이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IT기술로 무장한 빅테크들은 금융시장에서 영역을 넓히며 순이익을 늘려 대조를 이룬다. 

인터넷은행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00억원 증가해 흑자 전환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당초 예상보다 조기에 흑자로 전환했고 3분기 순이익 406억원, 누적순이익은 859억원을 거둬 점차 흑자폭을 늘려가고 있다. 

현재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은 이미 간편결제, 송금, 예적금, 대출, 펀드, 보험 등을 제공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메신저 등을 기반으로 친숙한 브랜드 인지도를 내세워 금융소비자들에게 높은 접근성을 통해 공략한 것이다. 게다가 풍부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금융서비스, 포털 기능을 살린 광고 등으로 금융 창구를 확보하고 있다.

빅테크를 통한 대출도 급증하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 금융시장 통계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인터넷은행 대출액은 18조60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1% 급증한 반면, 같은 기간 일반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8.4%에 그쳤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총대출로 보면 국내은행 비중은 68%로 2010년 말 62.8%에 비해 감소했다. 여전히 높은 비중이기는 하지만, 대출이 더 줄어들 경우 수익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간편송금 이용량도 마찬가지다. 간편송금은 모바일기기에 계좌이체 등의 방법으로 충전한 선불금을 휴대전화번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활용해 수취인에게 송금하는 서비스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상반기 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토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전자금융업자가 제공하는 간편송금서비스는 일 평균 291만 건, 3226억 원으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각각 4.7%, 20.3% 증가했다.

내년에는 은행산업이 빅테크, 핀테크 등의 금융업 진입의 거센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은행 플랫폼의 개방성을 높이고 디지털 채널의 만족도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최대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내년께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 추진을 결의했다. 카카오페이지도 상장을 위한 주관사를 선정한 상태고, 케이뱅크도 대주주 문제를 해결하고 본격적인 덩치키우기에 나섰다.

금융업계 전문가는 "디지털에 특화된 빅테크들과 은행이 디지털 채널로만 경쟁해서는 승산이 없다"며 "점포와 자동화기기(ATM) 등 모든 채널을 동원해 고객의 편의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은행들도 디지털금융에 힘 써왔다. 디지털 중심 조직 개편, 언택트 디지털 서비스 고도화, IT 인력 확보 등에 신경 쓰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테크와의 경쟁 심화에 위기감이 조성된 이유는 규제로 인한 '기울어진 운동장' 탓이 크다. 그간 은행들은 은행법에 따라 건전성, 소비자 보호 등의 엄격한 규제를 받아왔다. 반면 빅테크 기업들은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을 적용 받아 은행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금융당국의 규제 차별에 대해 호소해왔다.

은행은 개정된 신용정보법의 핵심인 마이데이터 사업과 관련해 모든 정보를 개방해야 하지만, 빅테크는 자회사 정보만 개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핀테크 기업에는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 시 모바일 기기나 컴퓨터를 통해 자산관리를 할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투자 일임이 허용되는 반면에, 은행은 일임형ISA(개인종합자산관리 계약)만 허용된다는 점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의 의견을 수렴해 빅테크와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의 형평성 문제를 검토하고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5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하에 공정경쟁 및 협력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이런 노력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내년 3월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빅테크들의 금융상품 판매 대리·중개 사업에 적용될 예정이다. 금융회사가 금융상품 판매 시 설명 의무를 어기거나 불공정행위를 할 경우 위반행위와 관련된 수입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빅테크 기업이 향후 온라인 대출 플랫폼을 제공하게 되면 금소법상 대출모집인은 대출성 상품 대리중개업자로서 금소법이 적용된다. 또한 금융위에 미등록 시 금융상품판매업 및 자문업이 불가능하도록 했다. 단, 개별 금융업법에 따라 인허가를 받거나 등록하지 않아도 되는 자는 예외다. 다만 영업 근거가 마련된 대출모집인과 독립자문업자는 등록해야 한다.

대출모집인이 금융사 한 곳의 상품만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한 1사전속 의무제도도 개선됐다. 대출성 상품을 취급하는 대리중개업자 둥 오프라인 사업자는 원칙적으로 1사 전속의무를 적용하지만 은행 등 직접판매업자가 대리 중개하는 경우 법 적용에서 제외됐다. 온라인 사업자도 온라인 채널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1사 전속의무를 적용하지 않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규제상의 형평성 문제를 검토, 개선하고 있지만 시중은행들과 빅테크의 진검승부는 피할 수 없는 대세다"며 "가장 바람직한 것은 제한된 시장을 두고 서로 뺏고뺏기는 관계가 아니라 블루오션을 개척해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지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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