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재계, "노조 단결권 강화에 기업 대항권 보장해야"...ILO 핵심협약 비준 노조법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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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재계, "노조 단결권 강화에 기업 대항권 보장해야"...ILO 핵심협약 비준 노조법 토론회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0.11.0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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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해고자가 노조 가입 허용시 대체근로 허용 범위 넓혀야"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반영한 노조법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노조 단결권을 강화할 경우 사용자의 대항권도 선진국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영계에서는 해고자·실업자 등의 기업별 노조 가입 허용,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조항 삭제 등은 노사 관계 불안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손경식, 이하 경총)는 2일 '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조법 개정 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경총 김용근 상근부회장은 개회사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이유로 한 노조법 개정안은 지금보다 노조에 힘을 훨씬 더 많이 실어주는 내용밖에 없다”면서 “우리나라 노사관계 경쟁력이 세계 최하위 수준인 것도 노조의 힘이 지나치게 강하기 때문으로,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조 단결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면 사용자의 대항권도 비준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유럽과 달리 기업별노조가 중심이어서 유럽 국가들에 비해 쉬운 파업이 가능하고, 유럽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사업장 점거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파업시 대체근로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경우 역시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부당노동행위도 유럽 국가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에서 유일하게 사용자만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사진 연합뉴스]

김 부회장의 선진국 수준 사용자 대항권 보장 요구는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 권리만 선진국 수준에 맞추지 말고, 사용자의 대항권도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자는 것이다.

이에 김 부회장은 핵심협약 비준과 함께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도록 ▲노조의 사업장 점거 금지,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규정 삭제,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규정 신설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안이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을 삭제하는 것에 대해 김 부회장은 “노조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급여지급을 합리화하고 기업이 더 많은 노조전임자와 노조 활동시간에 대해 임금을 지급하도록 할 수 있는 소지를 담고 있다"며 "노사 자율로 결정한다는 것은 노조 쪽으로 힘이 기울어진 우리나라 노사관계 속에서는 사용자가 노조전임자 문제 대응에서 더 양보할 수 밖에 없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대로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입장이다.

이달휴 경북대 교수는 발제를 통해 "만약 기업 내 근로자가 아닌 실업자나 해고자 등이 기업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이에 맞춰 파업시 대체근로 투입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현재 대체근로가 허용되는 사람은 해당 사업과 관련이 있는 사람, 즉 노동조합 가입 범위에 있는 사람으로 한정되어 있고,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사람은 대체근로자로 투입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기업별 노동조합은 노동조합의 가입자격을 기업의 종업원으로 한정하기 때문에 그 기업을 단위로 하여 대체근로 가능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지만, 만약 실업자나 해고자 등을 기업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대체근로도 이에 맞춰 더욱 넓게 허용되는 것이 논리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외국의 경우, 미국, 독일, 일본, 영국, 프랑스도 쟁의행위 기간 중 파견에 대해서는 대체근로를 제한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대체근로를 금지하지 않고 폭넓게 허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우리나라에서도 파업 중 대체근로는 허용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김강식 항공대 교수는 "노조 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급여지급을 허용하는 것은 ILO협약 제98조제2호의 규정과 상치하며,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그간의 노력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ILO 결사의자유 위원회 권고는 ILO 핵심협약에 명확한 근거도 없고,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특징에 대한 부족한 이해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2019년 실태조사 결과, 현재의 근로시간면제한도가 부족하지 않다는 응답이 77.6%였지만, 대부분의 기업에서 부여된 근로면제시간 외 단체협약에서 추가로 면제시간을 보장하고 있다”며 “근로시간면제를 과도하게 부여할 경우 사용자는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으나 이를 강요한 노조는 처벌대상이 아니므로, 결과적으로 노조가 근로시간면제제도의 취지에 반하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사용자는 노사분쟁에 따른 경영부담을 고려하여 노조의 요구를 불가피하게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정부 개정안대로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조항과 그에 대한 처벌조항을 삭제하는 것은 그간의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노력과 발전을 원점으로 되돌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가 노조법을 개정해야 하는 이유로 제시하는 ILO 권고에 대해서도 “결사의 자유 위원회의 권고는 상위 규범인 ILO의 협약상의 근거규정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노조-전임자 문제는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만의 특수한 문제"라며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한국의 노사관계 상황, 노동환경, 관행 및 여기에 기반하고 있는 법제도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채 노동계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구미 중심의 보편적 노사관계 관점에 기초하여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노조법을 개정해야한 하는 근거로서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한편, 이정 한국외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토론회에는 김태기 단국대 교수, 김희성 강원대 교수, 정흥준 서울과기대 교수, 조영길 변호사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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