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신세계의 온라인 포석 1조 투자 유치 2년... 정용진 승부수, 코로나 위기 속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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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신세계의 온라인 포석 1조 투자 유치 2년... 정용진 승부수, 코로나 위기 속 반전
  • 박종훈 기자
  • 승인 2020.10.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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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온라인몰 분리 설립 위한 1조원 투자 유치
- 치열한 이커머스 경쟁 한복판에 활로 개척
▲ 사진 왼쪽부터 이철주 어피니티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윤관 비아르브이 대표 (사진 = 신세계그룹 제공)
▲ 사진 왼쪽부터 이철주 어피니티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윤관 비아르브이 대표 (사진 = 신세계그룹 제공)

 

2018년 10월 31일, 신세계그룹은 전자상거래 사업확장을 위한 회심의 포석을 던졌다. 홍콩계 투자운용사 '어피니티 에퀴티 파트너스'와 글로벌 투자회사 'BRV 캐피탈 매니지먼트'로부터 1조원을 투자 받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그동안 유통업의 다양한 '실험'을 마다하지 않았던 인물. 그 가운데서도 그의 이 대형 투자 유치는 소비 패턴 변화에 따라 유통업의 패러다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헤아린 승부수라 할만했다. 그리고 이 투자 유치는 결과적으로 코로나19라는 생각지 못했던 악재를 만나 '뜻하지 않은 결과'를 맞닥뜨리게 됐다.

누구도 코로나 상황을 미리 예측할 수는 없었을 터. 다만 당시 유통업 업황이 대단히 불투명했고, 그런 상황에서 과감한 경영상 결정을 내리는 부분은 분명 짚어볼 만한 의미가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언택트 소비가 크게 성장하며 결과적으로 신세계의 온라인 강화는 회심의 한 수처럼 보인다. ‘소 뒷발에 쥐 잡는다’는 속담처럼 우연한 결정은 훗날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는다. 다만 이 모든 결과를 단지 행운으로 치부해야 하는가. 전염병은 유통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속화하는 촉매 역할을 했을 뿐, 이미 수면 아래 지각변동은 시작되고 있던 게 아닐까. 

◆ 그날

무한 저가 경쟁, 변화된 유통판 중심에 돌을 놓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함에 따라 기존의 산업과 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은 이미 자전축이 흔들렸다. ICT를 필두로 기술의 발전이 조금씩 밀어올렸던 변화는 코로나19라는 촉매를 만나 단숨에 수면 위로 끓어 올랐다.

변화를 직면한 각 산업의, 각 기업의 표정은 제각각이다. 다만 하나 확실해진 것은 이제 더이상 '확실한' 비즈니스는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신세계그룹은 1조원의 투자 유치 계약 체결 이후 온라인 사업을 분할해 2019년 3월 4일 ㈜에스에스지닷컴을 출범시킨다.

이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앞으로 그룹의 성장은 신설 온라인 법인이 이끌게 될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그룹의 핵심 역량을 모두 집중해 온라인 사업을 백화점과 이마트를 능가하는 핵심 유통 채널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 신설 SSG닷컴의 온라인스토어 네오 003 (사진 = SSG닷컴 제공)
▲ 신설 SSG닷컴의 온라인스토어 네오 003 전경 (사진 = SSG닷컴 제공)

한국에서 유통업은 2017년 기준 310조원 규모로 GDP에서 제조업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하는 큰 시장이다. 같은 시기 PC·TV·모바일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한 쇼핑 매출 규모는 약 85조2500억원 수준이다. 미디어의 발전에 따라 온라인쇼핑의 매체별 실적은 변화를 보인다. 특히나 스마트폰의 보급 확대로 모바일 쇼핑 규모는 매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PC나 TV 쇼핑이 지난 2012년부터 뚜렷한 변화를 보이지 않은 것에 반해 모바일 쇼핑은 2012년 1조8200억원 수준에서 2014년 13조5200억원 수준으로 뛰었고, 2017년 42조5280억원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2010년대 들어 쿠팡, 위메프, 티몬, 11번가  등 소셜커머스 3사가 등장하며 온라인쇼핑은 전환기를 맞는다. 이들의 비즈니스 규모가 커짐에 따라 이제는 소셜커머스란 개념 역시 퇴색한 지 오래다. 기존의 온라인쇼핑 채널과 차별점이 희석된 것.

2010년 창업한 쿠팡의 경우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의 투자를 이끌어내며 공격적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간다. 비록 쿠팡을 비롯한 연관 기업들이 만성 적자 상황이지만, 2019년 기준 매출액이 7조1530억원을 기록하는 등 '온라인쇼핑'을 주름잡는 공룡으로 성장했다.

신세계그룹의 핵심사업들을 살펴보면 이마트를 중심으로 마트, 편의점, 복합쇼핑몰, 그리고 전통의 백화점과 면세점 사업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파워를 등에 업더라도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특히 소비의 질과 양이 달라지고, 이는 단지 일부 변수에 의해 촉발되는 변화가 아니라, 국민경제 전반의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가령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시기 사람들의 소비위축은 신세계의 주력 사업인 백화점과 대형마트 부문에 타격을 안겼다. 덜 쓰고, 더 저렴한 물건을 찾는 것을 넘어 본격적으로 확대된 이커머스 업계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상황.

신세계그룹의 절치부심은 최근 그룹 차원의 실적만 보아도 짐작이 간다. 그룹 차원의 총 매출 규모는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점진적 증가 추세를 보였다. 그러다가 2019년 들어서서는 전년에 비해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016년 들어 소폭 반전했다가 2019년에 다시 고꾸라졌다. 순이익 부분은 좀 더 가파른 드나듦을 보인다. 2014년 5671억원을 기록하며 저점을 찍지만, 2015년엔 9591억원을 기록하며 반등한다. 2016년에는 다시 6476억원으로 꺾이고, 2017년엔 9639억원을 기록하며 다시 만회한다.

다양한 '실험'이 계속되고 있지만 앞서 언급처럼 녹록지 않은 업계 상황인 것이다. 핵심 사업장인 이마트의 경우, 국내 대형마트 중에서 꾸준히 외연을 확장해온 신세계의 '대표 선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적 부진을 피할 수 없었다. 2019년 4분기에는 영업손실 103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는 온라인 유통 채널과의 최저가 경쟁에서도 공격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올 2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474억원으로 집계돼 작년 동기 대비(-299억원)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그밖에도 외식사업, 패션전문 편집숍, 주류사업 등의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일렉트로마트, 피코크, 노브랜드 등의 전문점 브랜드는 비교적 성공적이다.

◆ 그후

온라인 채널 강화, 활로를 잇기 위한 돌과 돌

분할된 SSG닷컴은 2014년 1월 1일 등장했다. 신세계몰, 이마트몰, 신세계백화점몰 등 그룹 내 모든 상품을 온라인에서 한 눈에 보고 한 번의 결제로 구입할 수 있는 통합 온라인 쇼핑플랫폼을 지향하며 탄생한 것이다. 법인 출범 초 700만 SKU(Stock Keeping Unit, 재고 관리 코드) 수준이던 취급 상품 수는 2020년 4월 기준 1000만 SKU에 육박하고 있다. 전체 거래액은 앞서 살펴본 기업 실적과는 달리, 꾸준한 성장세다.

2014년 1조910억원 규모가 2015년 1조2846억원, 2016년 1조7058억원, 2017년 2조725억원, 2018년 2조4000억원, 2019년 2조8732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목표는 3조6000억원 규모.

이마트몰의 경우 지난 2000년에 오픈해 신선·가공식품은 물론,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카테고리에서 총 11만종 이상의 상품을 판매 중이다. 이마트 매장에서 판매하는 상품부터, 온라인스토어 네오(NE.O)에서 취급하는 온라인 전용 상품까지 커버하고 있다.

오전에 주문하면 오후에 도착하는 당일 배송 시스템인 '쓱배송'을 운영하고 있으며, 네오와 전국 100여곳 이마트 매장에서 약 10만건의 주문을 직접 배송하고 있다. 고객들은 원하는 상품을 3시간 단위로 원하는 시간을 지정해 배송 받을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전날 자정까지 주문하면 스티로폼 등 포장 부자재 없이 새벽 6시까지 문 앞으로 배송해 주는 친환경 새벽배송도 작년 6월부터 서울 전역, 경기 일부 권역 대상으로 하루 약 2만건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엔 미생물을 주입한 친환경 아이스팩을 개발해 5월 1일부터 사용 중이기도 하다.

신세계몰은 지난 1997년 오픈했다. 44개 카테고리에서 총 400만종이 넘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몰은 기존엔 신세계몰을 활용하다 2014년부터 SSG닷컴 내에 새롭게 개편됐으며, 12개 점포 약 55만개 상품이 입점해 있다.

▲ 자동화설비를 갖춘 첨단 물류센터 내부 전경 (사진 = SSG닷컴 제공)
▲ 자동화설비를 갖춘 첨단 물류센터 내부 전경 (사진 = SSG닷컴 제공)

◆ 그리고, 앞으로

한 집 났다···이제는 중원 공략

2011년 2월 신세계그룹은 신세계에서 이마트를 인적분할해 신설한다고 공시했다. 당시 자본금 기준 분할 비율은 백화점 쪽 신세계가 26.1%, 이마트가 73.9%로 액수는 각각 492억원, 1394억원에 해당한다.

당시 신세계는 사업 분할에 대해 "급변하는 유통사업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사업 부문별 특성에 적합한 신속하고 유연한 의사결정체제를 확립해, 독립경영·책임경영 체제를 통한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갖춰 수익성을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자녀인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의 3세 경영승계 과정이라고 보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2016년 4월엔 3세 남매 사이에 지분 맞교환도 이뤄진다. 정용진 부회장은 정유경 사장이 갖고 있던 이마트 주식 2.52%, 70만1203주를 매입하고, 정 사장 역시 신세계 주식 7.32%, 72만203주를 모두 사들였다.

아무튼 이처럼 그룹 내 사업에 대한 교통정리를 마치고, 지금까지 살펴본 온라인사업 부문은 정용진 부회장의 주도로 일이 진행된다. 특히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얼리어답터·SNS 선호 등의 정 부회장의 이미지는 온라인채널과 상생이 좋은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법인 SSG닷컴은 2020년 목표로 '거래액(GMV) 기준 3조6000억원, 전년보다 25% 성장'을 선언했다. 작년 4분기 온라인 시장 전체 신장률은 18.4%였는데, 이를 상회한 27.6%를 달성했다.

특히 그룹 내 다른 사업에 큰 충격을 안겼던 코로나19 확산 상황은 온라인 플랫폼에겐 큰 기회가 됐다. 2020년 1월부터 8월 사이 전체 매출은 전년대비 40%가 증가한 상황. 따라서 올해 목표 달성은 물론, 그 이상의 실적도 가능하다는 기대감이 높다.

온라인 시장과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신세계는 과감하게 바둑판 한 가운데(天元) 돌을 놓는 선택을 했고, 놀랍게도 고립됐던 돌이 살아 집을 지었다. 이제 이를 바탕으로 중원을 도모할 차례다.

향후 SSG닷컴은 차세대 온라인스토어 네오를 증설해 나갈 계획이다. 자동화설비 기반으로 물류 효율화를 추구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킨단 복안이다. 기존의 새벽배송, 쓱배송 등의 물량을 확대해 나가는 것에 기대감을 갖고 있다. 특히 수도권 배송권역 커버를 위한 네오 004 부지를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상품 경쟁력 강화와 관련해선, ▲신선상품 등 확보 및 산지다변화 ▲명품 등 브랜드 공식 스토어 지속 확대 ▲해외 독점 브랜드 지속 입점 추진 등을 추진한다. 이와 같은 전략 모두 다양화되는 소비자들의 기호와 니즈를 충족하고, 적기에 신속히 공급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박종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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