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정주영 이어 이해진-김범수 '숙명의 라이벌' 언택트 시대 열렸다...핀테크·글로벌 '한판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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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정주영 이어 이해진-김범수 '숙명의 라이벌' 언택트 시대 열렸다...핀테크·글로벌 '한판 승부'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0.08.28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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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6학번, 서울대 공대, 삼성SDS 입사 등 공통점 많아...PC 네이버, 모바일 카카오 선점
- 이해진, 네이버-소프트뱅크 통합법인 'A홀딩스' 초대 회장 맡아...글로벌 사업 집중
- 김범수, 카카오게임즈 9월 상장...M&A 통해 100여개 자회사 사업 확장
- 이해진, 조용하면서 합리적 성격...김범수, 경청 통해 자율적 기업문화 조성
- 네이버, 카카오 시총 현대차 보다 높아...IT산업이 전통산업 누르고 시장 주도

코로나19 사태는 제4차 산업혁명과 언택트 시대를 앞당기면서 재계 라이벌 구도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전통 제조업 시대에 재계 라이벌이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였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자)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최근 경영 전면에 등장하면서 언택트 시대를 주도할 '숙명의 라이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해진 GIO는 내년 3월 본격 출범하는 네이버-소프트뱅크 합작법인 'A홀딩스'의 초대 회장을 맡기로 했다는 소식이 25일 일본발로 알려졌다.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과 소프트뱅크 자회사 '야후재팬'이 50대50 지분으로 한일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이다. 

이해진 GIO가 '회장' 직책으로 해외사업을 진두지휘하면서 IT업계의 관심이 모아졌다.

네이버 측은 "일본상법상 '의장'이라는 직책이 없는데, 공시 문서상 chairman으로 표기된 것을 의역상 '의장'으로 오역이 되기도 했다"며 "직함은 '회장'이 맞다. 초대 이사회 회장이다"라고 설명했다.

이해진 네이버 GIO

이해진 GIO는 창업 후 네이버를 포털 1위로 안착시킨 뒤 해외 진출에 집중해왔고, 일본에서 여러번 실패를 거듭하다 성공시킨 '라인'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따라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IT기업 'A홀딩스'의 초대 이사회 회장은 남다른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해진 GIO는 2018년 네이버의 사내 이사직을 사임한 이후 국내보다 해외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게임즈를 9월 11일, 카카오그룹 계열사 가운데 첫번째로 상장한다. 게임에 조예가 깊은 김범수 의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27일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네이버 55조3568억원, 카카오 36조1297억원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전통산업의 강자 현대차의 시총 34조9347억원을 모두 넘어섰다. 

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시대의 흐름이 역사적인 인물을 만드는데 이해진 GIO와 김범수 의장이 대표적 사례"라며 "두 사람은 서울대 공대 86학번 동기에다가 우리나라에 PC 대중화 및 IT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터넷, 게임 등에서 성공을 거둔 공통점이 있다"고 밝혔다. 

“역사를 구분 짓는 진정한 요소는 탁월한 재능이 아니라 그들이 누린 특별한 기회"

이는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저서 '생각과 착각'에 나오는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강준만 교수는 미국 저널리스트 말콤 글래드웰의 “그들의 역사를 구분 짓는 진정한 요소는 그들이 지닌 탁월한 재능이 아니라 그들이 누린 특별한 기회이다”라는 주장을 인용했다. 

이해진 GIO와 김범수 의장의 등장이 시대의 산물이라는 얘기다. 두 사람은 1967년생과 1966년생 중반 태생이고 서울대 공대 86학번으로 당시 우리나라에 PC가 본격 보급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미국의 경우 1975년 이후 PC가 본격 태동했다. 미국의 IT혁명을 이끈 거물들은 1955년 전후 태어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구글의 에릭 슈미트 등이 1955년생이다. 

이해진 GIO와 김범수 의장은 여러 분야에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해진 GIO의 네이버는 지난 3일, 한류 영상 콘텐츠 강화 차원에서 SM엔터테인먼트에 1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네이버는 자사의 동영상 유통 서비스 ‘브이라이브’를 통해 방송하던 방탄소년단(BTS)이 자체 방송 플랫폼(위버스)에 나서며 뺏긴 경험이 있다. 이해진 GIO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직접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본사 사옥

앞서 네이버는 2017년 YG엔터테인먼트에도 1000억원을 투자했다. 

김범수 의장은 2018년 설립한 자회사 카카오M 대표로 김성수 전 CJ ENM 대표를 직접 영입했다. 카카오M은 영상, 음악 콘텐츠와 매니지먼트사업 전문 기업이다. 배우 이병헌 등이 소속된 BH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유명 연예기획사를 인수하며 150명 이상의 배우와 가수를 보유한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성장했다. 

웹툰과 웹소설을 유통하는 카카오페이지는 자회사 카카오재팬과 함께 일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해진 GIO는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회장과 지난 2017년 5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하며 동맹 관계를 형성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말 신설된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혈맹관계로 격상됐다.  

이해진 GIO와 김범수 의장, 엔터 산업에서 웹툰, 금융 등 곳곳에서 본격 경쟁

김범수 의장은 한국투자금융지주의 금융 운영 역량을 발판삼아 카카오뱅크를 국내 1위 인터넷은행으로 키웠다. 또한 SK텔레콤과 3000억원 규모 상호 지분 교환을 통해 거대 ICT 플랫폼의 탄생을 예고했다. 

김범수 의장은 이 과정에서 김주원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을 카카오로 영입했다. 또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장기적인 동맹 전선을 형성했다는 평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5월 발표한 '2020년 공시대상 기업집단'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는 재계 서열을 뒤흔들고 있다. 

새로 건설되는 카카오 사옥

카카오는 지난 2016년 자산 5조원을 넘겨 인터넷기업 중 처음 준대기업집단에 선정된 후 매년 성장을 거듭해 재계 서열 23위에 올랐다. 

카카오는 지난해 자산 총액 10조원을 넘기며 제조업이 아닌 인터넷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에 포함됐다.

카카오의 자회사는 무려 100여개에 달한다.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게임·택시·쇼핑·금융·연예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M&A를 통해 사세를 확장해왔다. 

네이버는 지난 2017년 재계 서열 52위에서 올해 41위로 상승했다. 네이버의 매출이 카카오 보다 큰데도 순위가 낮은 것은 해외 사업 비중이 높은 때문이다. 

이해진 GIO와 김범수 의장의 라이벌 관계는 30년전 시작됐다

이해진 GIO와 김범수 의장의 숙명적 라이벌 관계는 이미 30여년전 시작됐다. 

이해진 GIO와 김범수 의장은 1986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와 산업공학과에 나란히 입학했다. 졸업 시기도 1990년으로 같았다. 첫 직장도 삼성SDS로 함께 입사했다.

김범수 의장은 PC통신 '유니텔'을 개발했다. 1996년 삼성SDS가 내놓은 유니텔의 모든 과정을 주도했다. 

김범수 의장은 한양대 앞에 차린 PC방 사업을 크게 성공시켰다. 김범수 의장은 삼성SDS를 퇴사하고 '한게임 커뮤니케이션' 설립했다. 한게임은 고스톱, 바둑 등으로 1년 반만에 1000만명 회원을 끌어모았다. 

이해진 GIO는 삼성SDS를 퇴사한 후 네이버컴을 창업했다. 이해진 GIO가 고전하던 시기에 한게임과 네이버컴이 합병해 NHN(현재 네이버)으로 재탄생했다. 한게임의 안정적인 매출로 NHN은 승승장구했다. 네이버는 당시 최강자였던 다음을 누르고 2004년 점유율 1위의 포털로 등극했다.

김범수 '모바일' vs 이해진 '일본 진출'...핀테크 및 글로벌 시장서 '한판 승부'

이해진 GIO와 김범수 의장은 2007년 결별했다. 경영 방향성에서 이해진 GIO와 의견 차이를 보이자 김범수 의장이 자진 사임하고 회사를 떠난 것이다.

김범수 의장은 절치부심하며 컴덱스(세계 최대 컴퓨터 전시회) 등을 찾았다. 김범수 의장은 아이폰 출현에 '스마트폰(모바일) 시대'의 도래를 예측했다. 김범수 의장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국내 복귀했다.

이해진 네이버 GIO(왼쪽)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범수 의장이 모바일 시대를 발빠르게 대응했다. 

이해진 GIO는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일본에서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출시해 수차례 시행착오 끝에 가입자 8800만명을 보유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이해진 GIO와 김범수 의장은 네이버와 카카오의 창업자이지만 대표이사를 맡지않고 있다. 

대신 이해진 GIO는 글로벌 신사업 투자에, 김범수 의장은 미래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이해진 GIO가 'A홀딩스' 회장으로 나섰고 김범수 의장은 AI 전문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직접 챙기고 있다.

이해진 GIO는 은둔형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조용하지만 합리적 경영자라는 이야기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김범수 의장은 자기 생각 보다는 다른 사람의 말을 주로 듣고 경청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카카오의 수평적 기업문화, 자율적으로 일하는 환경 등은 창업자의 솔선수범이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이제 이해진 GIO와 김범수 의장은 핀테크 및 금융 시장에서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는 국내 간편결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선발주자 카카오뱅크 추격에 나섰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커머스, 쇼핑 등에서도 맞붙고 있다. 네이버 웹툰과 카카오페이지는 아시아 시장을 두고 콘텐츠 플랫폼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제조업 시대의 '숙명의 라이벌'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였다. 이들은 전자, 자동차 등에서 격돌하며 재계 서열 1위를 놓고 경쟁했다. 둘의 라이벌 구도는 결국 우리나라 산업의 도약기를 만드는데 기여했다. 

이제 4차 산업혁명과 맞물린 언택트 시대를 맞아 이해진 네이버 GIO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신흥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향후 두 사람이 어떤 결과로 새로운 시장의 리더로 등극할지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다만 IT공룡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기존 산업을 싹쓸이하며 '블랙홀'이 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오일선 소장은 "전통산업이 IT와 함께 가는 시대 흐름은 이해진 GIO와 김범수 의장에게 또 다른 기회이고 오너 역할이 중요하다"라며 "국내 시장의 한계, 글로벌 기업의 국내 진출 등을 고려할 때 글로벌로 가야 승산이 있다. AI와 접목한 새로운 융합에 따라 10년 후 두 사람은 다른 위치에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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