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오 칼럼] MB정권 때 ‘녹색성장’ 냄새 풍기는 ‘그린뉴딜’
상태바
[정종오 칼럼] MB정권 때 ‘녹색성장’ 냄새 풍기는 ‘그린뉴딜’
  • 정종오 기자
  • 승인 2020.06.03 17: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지난 1일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총 76조 원을 투자해 일자리 55만 개 창출 등 ‘한국판 뉴딜’에 나서겠다는 게 요점이다.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뉴딜’ ‘그린뉴딜’에 잠정적으로 ‘휴먼(고용안정) 뉴딜’ 등 ‘2+1개 축’으로 추진된다. 이중 그동안 후 순위로 처져있던 그린뉴딜에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에 ‘그린뉴딜’도 포함해야 한다며 관계 부처에 지시한 이후 마련됐다.

정부가 내놓은 ‘그린뉴딜’ 방향성은 크게 세 가지이다.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전환,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전환 등이다.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전환은 2022년까지 5조8000억 원 재정을 투자해 일자리 8만9000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노후된 공공건축물에 대한 그린 리모델링, 에너지 고효율화 시설로 업그레이드, 스마트 그린 도시 조성, ICT 기반 스마트 상수도 관리체계 등이 포함됐다.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은 2022년까지 재정투자 1조7000억, 일자리 1만1000개 창출이 목표다. 그린뉴딜 선도 100대 유망기업을 육성하고 주력 제조업 녹색전환을 위한 저탄소 녹색 산단을 조성하는 것이 골자다.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에서는 2022년까지 5조4000억 원을 투자한다. 이를 통해 일자리 3만3000개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아파트 500만 호 스마트전력망 구축,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국민주주 프로젝트 등이 포함됐다.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큰 친환경 차량과 선박 보급 확대 등도 추진된다.

정부가 내놓은 ‘그린뉴딜’에서 이명박(MB) 정권 때 ‘녹색성장’ 냄새가 짙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그린뉴딜은 녹색성장과는 다른 개념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내놓은 이번 그린뉴딜 정책을 보면 MB때의 녹색성장 개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MB 시절 모든 사업 앞에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이름만 갖다 붙이는 눈꼴 사나운 모습을 경험한 바 있다. 심지어 ‘삽질하는 사업’에 까지 저탄소와 녹색이란 단어를 남발하는 시절을 보냈다.

여기에 몇몇 사업에서 이게 그린뉴딜과 무슨 상관이 있나 싶은 사업도 없지 않다. 예를 들어 ICT 스마트 상수도 관리체계는 그린뉴딜 정책이라기 보다는 굳이 따진다면 디지털뉴딜에 포함되는 게 맞다. 또 그린뉴딜 주요 사업 중에서 ▲공공건축 그린 리모델링 ▲에너지 고효율화 시설 업그레이드 ▲스마트 그린 도시 구축 등이 포함됐다. 엄격히 말해 이 사업들은 ‘그린’이란 말은 들어가 있는데 실상 ‘리모델링’ ‘시설 업그레이드’ ‘도시 구축’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다름 아니다. ‘삽질하자’는 것과 뭐가 다른지 모를 일이다.

MB정권 때 우리는 ‘4대강 사업’을 통해 ‘삽질 예산’의 심각한 폐해를 경험한 바 있다. 그린뉴딜은 ‘저탄소, 녹색성장’에 있지 않다.

그린뉴딜은 인간과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탈탄소’ 철학이 녹아들어 있어야 한다. 기후변화로 전 세계가 폭풍 전야를 맞고 있다. 코로나19(COVID-19)도 환경파괴 등으로 야생동물과 인간 접촉이 잦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기후변화 대책은 온실가스 저감은 물론 온실가스 배출을 궁극적으로 ‘0’로 만들어야 해결할 수 있다. 저감 대책으론 역부족이란 것이다.

그린뉴딜은 기존의 경쟁 중심 경제 체제가 아닌 상생 중심의 시스템으로 탈바꿈하는 것도 포함돼야 한다. 코로나19로 우리는 불평등이 얼마나 집요하게 고착화 돼 있는지 적나라하게 체험하고 있다. ‘그린뉴딜’은 이 같은 불평등을 없애고 상생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그린뉴딜 항목을 보면 여러 측면에서 MB정권 시절 ‘녹색’을 떠올리게 한다. ‘녹색’을 ‘그린(Green)’으로 바꿔 놓은 것에 불과한 인상이 강하다. 도로를 건설하는 데 ‘도로건설’ 대신 ‘그린 도로건설’이라고 표현하면 달라지는 것인가. 수식하는 문구를 붙인다고 해서 ‘그린뉴딜’이 실현되는 게 아니다.

정부는 추가과제를 보완 확대해 7월 중 ‘그린뉴딜’에 대한 종합계획을 확정하겠다고 했다. 그린뉴딜이 지향해야 할 철학과 구체적 사업을 보다 자세히 점검해 보완하기를 기대해 본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